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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사관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

대륙사관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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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사관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
몽골에 가 보기 전에는 몽골은 한국보다 위도가 높고, 해발 고도가 높으니 당연히 산에 나무가 빼곡하게 차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 보니 해발 2000~3000m가 넘는 높은 산꼭대기에도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란 고사성어가 실감났다. 홍산문화(紅山文化)라는 말을 듣고 막연히 붉은 산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중국 내몽골 적봉시(赤峰市)에 가서 홍산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왜 홍산문화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정훈 기자는 추측보다는 기자정신에 입각해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본다. 역사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사실을 자기 입에 맞추어 설명하는 일부 역사가들과는 다른 사람이다. 어떤 역사가들은 입신양명을 위해 역사기록마저 왜곡했고, 지금도 그러한 일은 지속되고 있지만 저자는 살아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조선일보’의 김종래 기자가 생각난다. 그 역시 기자로 출발해 이제는 몽골 유목민 연구의 대가가 되었다. 특히 몽골 유목민과 칭기즈 칸에 대한 날카롭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칭기즈 칸에 대한 한국인의 뿌리 깊은 인식을 한꺼번에 바꾸어버렸다.

1990년 3월26일 몽골과 한국이 수교하기 이전에 몽골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좋지 않았다. 고려를 침략해 황룡사 9층탑을 태운 야만적인 사람들로 치부돼 약탈자, 살인마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동양이 낳은 세계적인 정복자, 알렉산더보다 위대한 대(大)정치가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한 사람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와 인식을 바꾸는 데 김종래 기자는 큰 역할을 했다.

칭기즈 칸이 잔혹한 정벌자가 아닌 위대한 정복자란 평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학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연구 논문 속에 잠자고 있었고 어느 누구도 들추어보지 않았다. 그렇게 장롱 속에 묻혀 있던 사실들을 저널리스트들이 끄집어내어 새롭게 평가한다. 물론 그 평가는 시대정신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지만.



우리의 뿌리, 홍산문화

‘신동아’의 이정훈 기자 역시 김종래 기자와 같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출간한 ‘발로 쓴 反 동북공정’은 말 그대로 필자가 몸소 한국, 일본, 중국 등지를 사계절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며 조사한 내용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광명일보’기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한제국이 일본과 청이 벌인 전쟁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역사를 가르친 중고등학교 역사 선생님 대다수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역사 교육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노라면 대한제국의 탄생과 일본의 만주 경영이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속 시원한 설명이 결코 남의 연구 업적에서 나온 것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조사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글도 시원시원하게 읽힌다. 이유가 궁금한 사안에 대해서는 해당되는 사료나 사람, 관련 학자를 찾아 그 궁금증을 풀었기 때문일 것이다.

홍산문화가 우리 문화의 뿌리라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이미 오래전에 람스테트(Ramstedt)가 홍산문화를 근거로 알타이학설을 세웠고 우리는 한국어가 알타이어의 하나라고 믿고 있다. 홍산문화가 없으면 알타이어족도 성립되지 않는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의 한-터키 축구의 추억도 없어진다.

그런데도 홍산문화가 우리 문화의 뿌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주저한다. 특히 역사에 대해 가장 잘 안다는 역사학자들이 더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참 재미있는 현상이다. 이것은 우물 안 개구리가 바깥세상을 모르는 이치와 다름이 없다. 이 기자는 홍산문화에 대해 전문가 이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람스테트도 생각하지 못한 알타이어족의 성립배경을 고고학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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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단국대 몽골학과 교수 sgle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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