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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사태로 본 아이돌 가수 미국 진출의 실상

“화려한 포장 벗기면 드러나는 실패의 기록, 도전의 상처”

원더걸스 사태로 본 아이돌 가수 미국 진출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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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미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 아이돌 그룹 ‘원더걸스’의 멤버 선미가 돌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원더걸스’의 성공 스토리가 실은 ‘상처뿐인 영광’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원더걸스에 앞서 미국 진출을 선언한 보아, 세븐 역시 변변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일본 및 국내 복귀를 추진 중이다. 이들은 왜 미국에 갔으며, 왜 돌아오고 있는 것일까.
원더걸스 사태로 본 아이돌 가수 미국 진출의 실상

원더걸스의 미국 현지 공연 모습(큰 사진)과 지난해 10월 열린 ‘원더걸스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진입’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멤버 선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미는 그룹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2009년 11월 방송된 MBC ‘무릎팍도사’ 원더걸스 편. 방송 도중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박진영이 “최정상의 위치에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원더걸스 멤버들이 찬성했다”고 말한 뒤였다. 몇 초의 침묵 뒤 원더걸스 멤버들은 “데뷔 3년 차에 (박진영의 미국 진출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0년 1월 말, 원더걸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멤버 선미의 활동 중단 소식과 함께 “선미가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와 대학생이 된 뒤 연예 활동을 재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선미의 탈퇴는 많은 이에게 충격을 줬다. 원더걸스가 미국 각지를 돌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중 불거진 사건이어서다. 선미는 소속사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미국 50개 도시를 돌며 무대에 선 것은 매우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지만, 앞으로 계속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탈퇴 이후 ‘무릎팍도사’는 새삼 주목받고 있다. 당시 원더걸스 멤버들의 표정, 특히 선미의 의미심장한 발언과 표정이 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것. “최정상의 위치에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모든 멤버가 찬성했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히는 모습은 이들의 미국 진출 결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특히 선미는 이날 “(미국에서) 너무 외로웠다.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적응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팬들은 원더걸스가 소속사의 일방적 의도에 따라 미국에 진출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전적으로 타의에 의한 ‘등 떠밀린 해외 진출’이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이 가설이 맞다면 기획사는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어린 아이돌 가수를, 가족은 물론 또래와 떨어져 외로움과 싸우게 하면서까지 미국에 진출시킨 것이 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기회”

가장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금전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아이돌그룹 SS501과 카라의 일본 진출을 이끌고 있는 DS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우리 아이돌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시장 규모가 작고, 수익 창구가 제한적이다. 최근 들어 음반 시장도 극도로 침체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키운 아이돌로부터 최대한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불가결하다. 그중에서도 미국 진출은 가수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꼽힌다.



게다가 미국은 ‘세계 최고’라는 명성까지 한꺼번에 얻게 해주는 꿈의 무대다. 미국에서 성공한 가수는 자연스럽게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소위 ‘월드스타’로 발돋움하는 셈이다. 이 경우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앨범 한 장을 팔면 세계적으로 다섯 장을 더 팔 수 있다. 세계적인 가수들은 보통 미국에서 100만장을 팔고, 그 외 세계 각국에서 5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다.

부가 시장도 크다. 미국 투어 공연은 세계 각지를 도는 월드투어와 맞먹는 수익을 가져다준다. 원더걸스가 오프닝 무대에 선 뒤 국내에까지 널리 알려진 미국 밴드 ‘조나스 브라더스’의 경우 공연 때마다 5만명의 관객을 모은다. 음원 판매, DVD 판매, 광고 수익 등으로도 돈을 벌어들인다. 미국 톱 가수는 연간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획사의 경우 이 같은 기회와 꿈을 버릴 수 없다. 점점 수익창구가 줄어들고 있는 국내 음악 시장을 벗어나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 나아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게 마련이다.

한발 더 나아가보자. 기획사 입장에서 보면 미국에 진출한 가수 중 한 팀(명)만 성공해도 단박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획사로 떠오르게 된다. 이 욕망은 달콤하다. 특히 동방신기 보아 등이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우리 가수들이 미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제작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이 소속 가수들의 뜻과 관계없이 미국 진출에 매달리는 이유다. 그동안 SM은 보아, YG는 세븐, JYP는 비와 원더걸스 등 일본 및 아시아 시장에서 검증된 아이돌 스타들을 미국 시장에 내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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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대│스포츠한국 기자 en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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