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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사태로 본 아이돌 가수 미국 진출의 실상

“화려한 포장 벗기면 드러나는 실패의 기록, 도전의 상처”

원더걸스 사태로 본 아이돌 가수 미국 진출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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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성적표

원더걸스 사태로 본 아이돌 가수 미국 진출의 실상

미국에서 가수 및 연기자로 활동하는 비는 미국 시장에서 이익을 낸 거의 유일한 한국 아이돌 스타로 꼽힌다.

그렇다면 미국에 깃발을 꽂은 한국 가수들은 명성에 걸맞은 수익을 올렸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장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는 원더걸스조차 미국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했다. 정착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 초기 투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보아와 세븐의 손실 규모는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와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비만이 그나마 돈벌이에 성공한 것으로 관측된다.

세븐의 경우 국내에서 한창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2008년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그의 미국 데뷔 싱글 ‘걸스’에는 릴킴이 피처링으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릴킴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마야, 핑크와 함께 영화 ‘물랑루즈’의 OST 수록곡 ‘레이디마멀레이드’를 부른 가수. 작곡자는 마이클 잭슨의 ‘유 록 마이 월드’, 비욘세와 제이지의 듀엣곡 ‘데자뷰’ 등을 만든 프로듀서 겸 작곡가 닥 차일드였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지원군에도 불구하고 세븐의 데뷔 싱글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세븐은 지난해 말 귀국해 올 상반기 국내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보아의 미국 진출도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보인다. 수년간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지난해 3월 데뷔 싱글 ‘잇 유 업’을 선보이며 야심 차게 시장을 두드렸지만 지금껏 답보 상태다. 그 사이 한때 일본에서 최고의 가수로 인정받던 그는 2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더 이상 소녀다운 이미지를 가질 수 없고, 그렇다고 섹시 콘셉트로 활동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세븐과 보아의 아픔은, 이들의 실패가 단순히 미국 시장 진출 실패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젊은 시절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은 물론, 한국과 아시아에서 활동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기대 수익까지 날렸다. 이를 감안하면 기회비용은 수백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가요 관계자들의 얘기다. 실제로 보아는 일본에서 매년 1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지만, 미국 진출을 선언한 뒤 한국 및 아시아 활동을 사실상 중단해야 했다.



막대한 기회 비용

한때 국내 가요계의 ‘기대주’로 주목받았으나 미국 진출 시도 후 사실상 잊히고 있는 가수들도 있다. JYP 소속 가수 지소울의 경우 원더걸스의 멤버 선예와 연습생 동기뻘이다. 한때 ‘가요계 영재’로 꼽힐 정도로 촉망받던 그는 미국 생활만 6년 가까이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여전히 그곳에서 미국 시장, 나아가 세계 시장을 휘어잡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와 함께 미국서 활동하던 가수 민은 지난해 말 돌아오고 말았다.

가수 임정희의 사례도 뼈아프다. 국내에서 ‘거리의 디바’ 이미지를 구축하며 차세대 여성 솔로 가수로 주목받던 그는 별안간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물론 박진영의 계획 아래 이뤄진 프로젝트였다. 출발은 좋았다.

2007년 9월 미국 힙합 뮤지션 아웃캐스트와 앨범 계약을 할 때만 해도 미국에서의 성공이 눈앞에 다가온 듯 보였다. 아웃캐스트의 빅보이는 타이틀곡 ‘사랑에 미치면’의 랩 피처링을 맡은 것은 물론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손에 잡힐 것 같던 미국 진출 성공은 여전히 기약이 없다. 임정희는 지난해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후 그가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는 지인들의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임정희가 느꼈을 상실감은 족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원더걸스 멤버들은 미국 도착 후 처음 2개월 동안 아무 스케줄이 없자 불안해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가수들이 이처럼 미국 시장 진출에 실패하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안이한 접근을 꼽는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국내 제작자들이 미국 현지 프로듀서와의 인맥을 강조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박진영이 미국 주류 음악계에 인맥이 있다고 하는데, (그간의 실패 사례를 보면) 그 인맥이 과연 (우리 가수들의) 성공을 보장할 만큼 든든한 동아줄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가요계의 메인 스트림을 공략하지 않고 이미 검증된 아시아권 팬들에게 기대려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콘서트를 여는 한 가수의 경우, 재미교포와 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팬들을 상대로 공연을 펼치고는 국내에 오면 ‘미국 시장 진출 성공’이라고 포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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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대│스포츠한국 기자 en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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