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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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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시장은 정의로운가 _ 이정전 지음, 김영사, 324쪽, 1만4000원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 그리고 이어서 터진 99%의 대반란 이후 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믿음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세계는 지금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색에 열중하고 있다. 이 새 모델에 어떤 내용을 채워 넣을 것인지는 현 자본주의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많은 보수 성향 경제학자가 자본주의 시장이 기본적으로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 과제는 단지 시장의 뒤탈을 깔끔하게 설거지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구조적인 요인 탓으로 시장이 공정치 못하다고 하면, 시장에 대한 대수술이 새로운 자본주의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잘 알려진 샌델 교수는 ‘고삐 풀린 시장’의 고삐를 다시 조여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은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고 정의에 관해 수준 높은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철학자의 몫이다. 근래 정의에 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철학적 얘기나 이론은 이미 많이 나왔고 독자도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다만 정의의 관점에서 우리 시장을 깊이 파헤치는 토론이 별로 없다는 점이 큰 아쉬움이었다. 이 책의 주된 의도는 실제로 우리 시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사회적 이슈, 그리고 이런 이슈들을 낳는 시장의 위력이나 원리를 정의의 관점에서 풀이하고 평가해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는 정의에 대한 이론보다는 시장에 대한 이론이 더 많이 나온다. 이 책은 시장의 현상을 정의의 관점에서 풀어 쓴 경제학 원론으로 볼 수도 있고, 정의의 관점에서 우리 경제와 사회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라고 할 수도 있다.

청년실업,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잠식, 부유세 도입 여부, 보편적 사회복지인지 선별적 사회복지인지의 선택, 경제민주화 등 시장에서 빚어지는 골치 아픈 사회문제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에서는 경제가 사회에 복속되지 않고 반대로 사회가 경제에 복속된다는 점에 많은 철학자와 사회학자가 동의한다. 그러므로 시장의 공정성을 얘기하지 않고는 사회정의를 얘기할 수 없다.



시장이 공정하다고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갈리며, 양자의 갈등이 시작된다. 근래 우리 사회를 온통 시끄럽게 만든 각종 사회적 현안을 놓고 양쪽 진영은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소득분배의 양극화도 심각한 문제지만, 지식인 사회의 양극화(담론의 양극화)도 심히 걱정스럽다. 이 양극화를 완화하는 첫걸음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상대방의 견해를 경청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의 공정성에 관해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리고 왜 다른지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안을 생각해보는 것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뜻을 담아낸 것이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

New Books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_ 피터 노왁 지음, 이은진 옮김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전쟁과 포르노, 패스트푸드가 빚어낸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책. CBS 온라인뉴스의 과학기술 전문기자로 캐나다 첨단기술협회가 수여하는 보도상 등을 받은 저자는 2004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패리스 힐튼의 섹스 비디오를 보다가 온통 에메랄드빛인 화면에서 기시감(旣視感)을 느낀다. 걸프전 당시 CNN을 통해 중계된 야간 전투 장면 역시 초록색이었다는 사실이 떠오른 것. 저자는 조명 없는 어둠 속에서 군대의 움직임을 촬영하기 위해 개발된 야간 투시 카메라가 섹스 비디오 촬영에 사용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전쟁과 포르노산업이 연결되는 또 다른 사례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패스트푸드 산업 역시 전쟁, 포르노 산업과 함께 현대 기술문명을 주도하는 한 축으로서 ‘부끄러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다”는 걸 깨닫고 이 책을 썼다. 문학동네, 432쪽, 1만7000원

대처스타일 _ 박지향 지음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서울대에서 서양사학을 전공한 저자는 영국학 연구의 권위자로,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70년대 말 영국은 도처에 패배주의가 깊숙이 스며든 절망의 나라였다. 그런 나라를 다시 일으키고, 영국이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심어준 지도자가 바로 대처였다”고 말하는 그는 뿌리 깊은 불안에 시달렸던 대처의 유년기부터 세계적인 지도자로 발돋움한 장년기와 급작스러운 몰락에 이르기까지, 대처의 삶과 정치 역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저자에 따르면 대처는 ‘여흥은 죄악’이라고 여기는 독실한 감리교도 아버지 때문에 어린 시절 다른 아이들처럼 파티에 놀러갈 수 없었으며 밤에는 시험 보는 꿈을 꾸며 깊은 불안을 경험했다. 부제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존경했던 철의 여인’이다. 김영사, 336쪽, 1만4000원

독재자의 핸드북 _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알라스테어 스미스 지음, 이미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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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대 정치학과 석좌교수이자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선정한 100대 글로벌 사상가인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와 역시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인 알라스테어 스미스, 두 저자에 따르면 모든 권력자는 철저히 정치 규칙에 따라 행동한다. 이들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비결은 △권력 유지에 필요한 필수 집단은 최소의 규모로 유지한다 △대체 가능한 명목 선출인단은 최대 규모로 유지한다 △돈의 흐름을 통제한다 △필수 집단이 새 지도자를 찾아 헤매지 않을 정도만 보상하고 그 이상을 줘서는 안 된다 △국민을 잘살게 해주겠다고 지지자들의 주머니를 털어서는 안 된다 등 다섯 가지다. 저자들은 이 통치의 법칙을 알면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 대규모로 연합해 독재나 나쁜 통치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웅진지식하우스, 440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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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송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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