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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의 보감(寶鑑)이 된 인류 최고의 병법서

기업 경영의 보감(寶鑑)이 된 인류 최고의 병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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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武聖)’으로 추앙

‘손자병법’ 열세 편 가운데 마지막은 간첩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다룬 ‘용간’(用間) 편이다. 엄청난 인적·물적 자원을 쏟아 붓는 전쟁을 치르면서 적에 관한 정보를 모르는 장수는 군사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에 장수 자격이 없다고 단언한다. 적을 제대로 알기 위해 간첩의 활용을 강조한 것이다.

간첩은 현지 민간인 첩자인 인간(因間), 적의 관료를 스파이로 쓰는 내간(內間), 적의 간첩을 역이용하는 이중간첩인 반간(反間), 적에게 죽임을 당할 정도로 거짓 정보를 흘리는 사간(死間), 적진에서 살아 돌아와 보고하는 파견간첩인 생간(生間) 등 다섯으로 나뉜다. 손무가 이 가운데 가장 중시한 것은 반간이다. 반간을 통해 인간·내간을 얻을 수 있고, 사간 작전도 벌일 수 있으며, 생간의 안전 생환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탁월한 지혜가 없으면 간첩을 쓸 수 없고, 백성에 대한 사랑과 정의로운 목적이 없으면 간첩을 부릴 수 없으며, 미묘한 판단력이 없으면 첩보에서 참된 정보를 얻어낼 수 없다.”

‘시작은 처녀처럼, 마무리는 달아나는 토끼처럼’이라는 손자병법의 구절은 전쟁이든 무엇이든 시작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인상 깊은 대목의 하나는 전쟁에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군주의 명이라도 따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허허실실 전략도 유명하다. “전쟁에서 한 번 승리한 계책은 되풀이하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시켜 형세에 대응해야 한다.” “예상을 뒤엎어 공격하고 수비하라.” “가기 좋은 길은 도리어 나쁜 길이다.”

오늘날 우리가 ‘손자병법’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남긴 책 덕분이라고 한다. 조조는 중복되는 부분을 정리하고 나름의 해석을 붙인 다음 유산으로 남겼다. 조조는 ‘손자약해’ 서문에서 “내가 병서와 전쟁 계책을 많이 보았지만 손무가 쓴 책이 가장 깊이가 있다. 자세히 계획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며, 분명하게 꾀해야 한다고 했는데, 거짓말이 아니었다”고 썼다.



중국 고문헌·고고학의 대가 리링 교수는 2000여 년 전 조조가 해설한 대목 가운데 손자 13편이 압권이라고 평한다. 불멸의 명저 ‘사기’를 쓴 사마천도 “세상에서 병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자 13편’을 들먹인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공자를 문성(文聖), 손자를 무성(武聖)으로 꼽아 문무 양대 산맥으로 기린다.

‘손자병법’이 얼마나 유명했는지는 중국 공산혁명을 성공시킨 마오쩌둥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1936년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의 추격으로 시골 오지인 옌안까지 쫓겨 간 마오쩌둥은 동지이자 참모였던 예젠잉을 화급히 불렀다. 그 명령 가운데는 손자병법 책을 구하라는 것도 있었다.

중국 해군은 올 들어 병사들에게 현대 해상 분쟁에 대처하는 방법의 하나로 ‘손자병법’을 가르친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난세의 영웅 조조, 당 태종, 명대 유학자 왕양명 등도 이 책을 탐독했다. 한국에서도 예부터 많은 무신이 이를 지침으로 삼았고, 조선시대에는 역관초시(譯官初試)의 교재로 썼다.

인간 심리 날카롭게 통찰

‘손자병법’은 서기 717년 일본에 전해져 왕실의 비서(秘書)로 전해오다가 300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특히 무예를 숭상했던 일본 문화에서 ‘손자병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손자병법’은 동양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가장 많이 읽힌 병서 가운데 하나다. 전쟁영웅 나폴레옹을 비롯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 빌헬름 황제가 이 병서를 읽은 후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하고 술회한 적이 있다고 한다. 미국이 1990년대 초 이라크와의 걸프전 지상전에 참여하는 해병대 장병들에게 90쪽짜리 ‘손자병법’을 필독서로 나눠 줬다는 뉴스가 화제를 모았다.

‘손자병법’은 6200여 자에 불과하지만 간결한 단어에 승패와 운명의 변화 원리를 놀랍도록 정확하게 압축한 전쟁의 고전이다. 단순히 전쟁의 지혜를 넘어 인간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전해준다. 이 책은 전쟁의 자잘한 수행이 아니라, 전쟁의 준비에만 여섯 편을 할애하고 있다. 전체가 열세 편임을 고려하면, 절반에 가까운 분량이 전쟁 준비에 관한 내용이어서 경영에서도 지혜를 얻을 게 숱하다.

이 때문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손자병법’을 머리맡에 두고 경영전략서로 활용할 정도다. 마쓰시타전기 창업자 마쓰시타고노스케는 직원들에게 반드시 ‘손자병법’을 읽도록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의사·기업가 출신의 정치가 안철수 의원도 ‘손자병법’을 미국 유학 시절 백 번 넘게 읽었다고 그의 부친이 소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손자병법을 ‘선거’에 악용해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것이나, 경영에 비도덕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손무가 말한 전쟁의 철학에 어긋난다.

‘손자병법’은 과거엔 전쟁의 역사와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기업과 경영, 조직관리의 보감(寶鑑) 노릇도 톡톡히 하기에 이르렀다.

신동아 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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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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