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외로운 줄타기
김충남 지음, 영림카디널, 263쪽, 1만2000원

수십 년 안에 여성대통령과 부녀대통령이 다시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등장은 우리 역사의 이변이며, 그래서 우리는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여성지도자의 소통 방법이나 대인관계는 남성과 다를 수밖에 없지만, ‘남성적 편견’으로 보면 불통이나 폐쇄적 권위주의로 인식되기 쉽다. 또한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이로 인한 편견도 만만치 않다.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독립적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어려웠고, 특히 비판세력은 그를 아버지의 ‘유신시대’와 연계해 낙인찍으려 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반대세력의 비판과 발목잡기에 시달려야 했고, 인사 문제, 소통 문제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민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조기에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절반을 교체하는 등 휘청거리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지지율은 60%를 넘어서는 등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박 대통령은 해외에서 대처, 메르켈과 함께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강인한 지도력 때문이다. 남성들의 견고한 장벽을 뚫고 최고 지위로 올라서려면 여성지도자는 남성 경쟁자들보다 더 강하고 유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국민 직선으로 선출된 박근혜는 의회에서 선출된 대처나 메르켈보다 뛰어난 점이 더 많아야 했다고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미국 대통령의 전기를 쓴 바 있는 저술가 11인이 한 권의 책을 내면서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인간성(character)’이라 결론지었다. 권모술수와 웅변술에 능란한 기성 정치인들에 비해 박근혜는 원칙과 신뢰와 성실을 중시했기 때문에 많은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은 것이다.
박근혜의 저력은 그의 인간 됨됨이에서 나온다. 박근혜는 부모로부터 좋은 DNA를 물려받았고 훌륭한 가정교육도 받았다. ‘바른생활 소녀’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이 그의 인생 철학이다. 국가에 헌신하겠다는 공인(公人)적 가치관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퍼스트레이디 5년이다. 내우외환의 위기에서 국운을 개척했던 아버지로부터 지도자 수업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시련의 18년’ 동안 좌절한 게 아니라 그 기간을 강인한 지도자로 성장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그의 비범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노무현 정권의 ‘과거 청산’ 공세 속에서 ‘선거의 여왕’이 될 수 없었을 것이고, 이명박 정권의 핍박 속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었을 것이며, ‘정권교체론’이 우세한 가운데 최후의 승자가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심이 없고, 초심을 잃지 않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박근혜가 조기 레임덕 현상에 빠졌던 전임자들과는 달리 ‘성공한 대통령’이 될지 남은 4년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충남 | 대통령학 전문가, 저서 ‘성공한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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