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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봄날

찬란한 봄날

찬란한 봄날
나무들이 물고기처럼 숨을 쉬었다

비가 그치지 않았다

색색의 아이들이 교문을 나섰다

병아리 몸짓의 인사말조차

들리지 않았다



물살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문구점

간판이 물풀처럼 흔들렸다

자동차가 길게 줄을 서서

수만 년 전 비단잉어의 이동로를 따라

느릿느릿 흘러갔다

물거품으로 떠다니는 꽃향기 속

수심을 유지하는 부레 하나

박제된 듯 정지해 있었다

위이잉, 닫혔던 귀가 열렸다

아이를 기다리던 엄마가 환해지며

비늘 없는 작은 손을 잡았다

꽃무늬 빗물이 찬란한

누구나 헤엄쳐 다니는 봄날이었다

*김유섭 시집 ‘찬란한 봄날’(푸른사상, 2015) 중에서

김유섭

● 1960년 경남 남해 출생
● 2011년 ‘서정시학’ 신인상 등단
● 시흥문학상(2013), 아르코문학창작기금(2014), 김만중문학상(2014) 수상


신동아 2015년 4월호

김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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