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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外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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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천자잉 지음, 박주은 옮김, 블루엘리펀트, 304쪽, 1만3000원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外
누군가 서점에 쌓인 수많은 책 가운데 이 책을 선택하게 됐다면, 먼저 그 선택의 이유에 대해 묻고 싶다. 당신은 왜 이 책을 선택했을까. ‘중국이 인정하는 진정한 철학가’이자 ‘중국 철학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천자잉 교수의 명성 때문인가, 아니면 그저 제목과 표지가 당신의 눈을 끌었기 때문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선택에는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것까지 포함돼 있다. 다시 이렇게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이 반달곰 구조활동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왜 그 사람은 반달곰 대신 에이즈 환자를 돕기로 결정하지 않았을까. 아마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반달곰 사육장에 가게 됐고, 거기서 반달곰이 처한 끔찍한 상황을 보면서 반달곰이 불쌍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 혹은 TV를 보면서 반달곰이 실제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알게 됐을 수도 있다.



우리는 자신이 발 딛고 선 현실과 무관한 일에는 아무래도 관심을 갖기가 어렵다. 인간은 자신이 처한 모든 조건을 따져보고 일일이 비교한 뒤에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게 아니다. 피와 살을 가진 우리 인간의 삶은 그리 이성적이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이렇게 질문해볼 수 있다. 아니 반드시 이렇게 질문해야만 한다. ‘이 일은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가?’

어느 누군가가 한 번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 그 일의 가치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 그 일은 이미 의미를 잃은 것이다. 당신의 선택이 당신을 어떤 존재로 만들어나간다. 당신의 선택은 당신이 온 마음을 다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즉 당신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그러니까 당신이 선택한 이 책은 당신이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무의식 중에라도 품고 있었기에 당신의 눈에 띌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신이 한 선택, 당신이 몸담은 조직, 당신의 자녀, 당신의 배우자…. 이런 것들이 바로 당신의 삶이고, 당신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근원이다. 당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 그런 것들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사명이자 철학의 사명이다.

천자잉은 이 책에서 종교와 문화, 역사, 과학, 건축, 정치, 문학, 사상에 숨은 인간의 심리적 측면을 더욱 깊고 세밀하게 파고든다. 그가 생각하는 철학은 바로 세상 만물에 숨은 이치를 따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이 다루는 모든 주제는 한 가지 목적에 도달하려는 노력이다. 바로 나 자신을 알고, 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알아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삶은 과학이 아니지만, 우리는 앎에 대한 욕구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천자잉은 이렇게 확신한다. “철학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 우리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것이 바로 철학을 통해 우리가 탐구해야 할 문제이다.”

박주은 | 번역가 |

만해, 그날들_ 박재현 지음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外
1904년 백담사 산문을 나와 한양으로 떠나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해 1944년 6월 숨을 거둘 때까지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생애를 다룬 평전. 러일전쟁, 청일전쟁, 한일병합, 손기정 일장기 말소사건, 동학운동, 3·1운동 등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일반적인 평전처럼 문헌 기록을 제시하고 해설을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만해가 직접 자신의 생각을 토로하는 1인칭 시점으로 다뤄 소설처럼 읽힌다. 3·1 독립선언 준비 당시 유학자 면우 곽종성, 월남 이상재와 한규설, 문인 윤용구 등과 접촉한 일들이나 독립선언 발표 후 검찰의 심문을 받을 당시 상황 등도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시인이나 독립운동가가 아닌 승려 만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도 곳곳에 들어 있다. 저자는 간화선 연구자로 현재 동명대 불교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푸른역사, 372쪽, 1만5000원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_ 김근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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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이 4264원밖에 없는 빈털터리 삼류 작가, 주식 하다 완전히 망한 여자, 그리고 아버지보다 돈이 더 좋은 맹랑한 꼬마. 이 3명이 가족같이 여기던 고양이 호순이를 잃은 노인의 과제를 수행하다 모이게 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사건들이 펼쳐진다. 노인의 과제란 자기 고양이 호순이를 잡아먹은 오리의 사진을 찍어 오는 것이고, 만약 그 오리를 잡아 오면 성공 보수 1000만 원을 주겠다는 것인데…. 서울 변두리 개천인 불광천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가짜와 진짜 사이에 갇힌 것들이 혼재하면서도 양립되는 과정을 그려간다. 올해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들은 “진짜와 가짜, 돈과 가족과 꿈, 세대 간의 화해라는 주제 의식이 뚜렷하게 부각되었고 그것을 이끌어가는 입심이 만만찮았다”는 찬사를 보냈다. 나무옆의자, 272쪽, 1만3000원

살면서 마주한 고전_ 이종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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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평생의 직업으로 삼은 전문번역가인 저자는 독서와 인생은 상호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봄에서 이야기의 실마리가 정해지고 여름에서 이야기가 질풍노도와 같이 전개되고 가을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급격히 반전해 겨울에 이르러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마치 인생과 같다는 것. 봄 시기에 해당하는 가족과 성장을 다룬 작품, 여름 시기에 해당하는 청년기의 방황과 사랑을 다룬 작품, 가을 시기에 해당하는 결혼과 갈등을 다룬 작품, 겨울인 노년기와 명상을 다룬 작품을 각 90편씩 총 360편을 이야기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소개했다. 동서양의 정치학 서적에서부터 현대 영미소설, 한국 문학작품, 에도시대 하이쿠까지 지역과 시대를 망라한 고전에 대한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작품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과 함께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도서출판 책찌, 608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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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최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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