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섹스를 하기 전까지는 참는다. 하지만 섹스를 하고 나면 변한다. 이제 여자가 자기 것이 됐다는 생각 때문에 말도 안 되는 것을 우기고, 목소리를 높이고, 주먹질까지 하려다 참는다. 이 모습을 본 여자가 헤어지자고 하면 다시 ‘깨갱’한다.
그러다 다시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이 온다. 결혼하게 될 때다. 혼인신고가 ‘족쇄’가 돼 아내가 달아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녀와 나무꾼’ 시대의 얘기지만, 사실 선녀와 나무꾼처럼 잔인한 얘기가 또 없다. 여인이 목욕을 하는데 옷을 감춰서 못 달아나게 한 뒤, 옷을 준다고 유인해서는 납치하고 성폭행한다.
현대판 ‘선녀와 나무꾼’
그런데 이 시대 여성들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참지 않는다. 남편이 욕을 하거나 때리면 이혼을 주저하지 않는다. 아내가 이혼하겠다고 나오면 또다시 남자는 ‘아직 때가 아닌가보다’ 하고 참는다.
그러다가 진짜 본색을 드러낼 때가 있다. 남자가 임신한 여자를 때리면 사람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한다. 그런데 남자가 임신한 여자를 때리는 것은 그 여자가 임신했기 때문이다. 선녀와 나무꾼 얘기로 돌아가보자. 나무꾼은 선녀가 출산할 때까지 친정에 못 가게 한다. 아이를 여러 명 낳고 나서야 그제야 안심하고 아이들과 친정에 가게 한다. 그런데 친정에 간 선녀는 자신을 납치하고 성폭행한 남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선녀와 나무꾼 시대에는 일단 임신을 하면 발목이 잡혔다. 여자를 때리는 남자들의 머릿속은 아직도 선녀와 나무꾼 시대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그들은 섹스를 하면, 결혼을 하면, 여자가 임신을 하면 본색을 드러내곤 한다.
가정폭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인형 이론’과 ‘닻 이론’으로 설명한다. ‘인형 이론’은 남자가 여자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 마음 속의 인형과 같은 모습에 맞추려는 심리를 의미한다. 남자는 자기가 생각하던 여자의 이상적인 모습에서 아내가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견디지 못한다. 인형은 완벽하고, 자기 의견이 없다. 그냥 상상한 대로 믿으면 된다. 사람은 다르다. 아내가 자신의 이상과 다를 때 남자는 자신의 상상에 끼워 맞추기 위해 여자를 윽박지르고 때리는 것이다.
‘닻 이론’은 왜 이런 나쁜 남자와 결혼하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배가 바다를 항해하다 멈춰야 할 때 ‘닻’을 내린다. 남자들은 자신이 ‘닻’을 내릴 여자를 찾아 헤맨다.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내면 여자가 더 이상 자신을 만나주지 않기에 처음엔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 그녀와 첫 섹스를 하고 나면, 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여자가 임신을 하고 나면 닻을 내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