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호

월 가를 읽어야 돈 흐름을 꿴다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입력2008-04-04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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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가를 읽어야 돈 흐름을 꿴다

    월가의 내밀한 속살을 파헤친 ‘라이어스 포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달러-유로 환율 변동…. 한국 신문의 경제면에도 자주 등장하는 국제 경제 뉴스다.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것들이므로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떼이면 ‘세계 금융시장의 심장’이라는 월 스트리트가 얼어붙는다. 찬바람은 한국 증시에도 밀어닥친다.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한두 달치 봉급이 날아간다. 제법 큰 돈을 굴리는 투자자는 며칠 새 1년치 연봉을 날리기도 한다.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애그플레이션 탓에 라면, 피자, 과자 등 밀가루가 들어간 식품 값이 줄줄이 오른다. 캐나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캐나다로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은 학비 부담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세계화’가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지 않은가. 한국의 경제 상황을 잘 이해하려면 미국 월 가(街) 사정도 파악해야 하지 않겠는가.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마이클 루이스 지음, 정명수 옮김, 위즈덤하우스)는 월 가의 내밀한 속살을 파헤친 역작이다. 대학원을 갓 졸업한 젊은이가 미국 투자은행 살로만 브라더스에 입사해서 퇴사할 때까지 겪은 체험을 고백한 내용이기에 리얼리티가 돋보인다. 원저가 출판된 지 20년이 흘렀지만 오늘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단서가 그때 시작됐다는 점에서 책 내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 책은 요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여러 금융 기법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생생한 역사를 담고 있다.

    1960년생인 저자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예술사를 전공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백수로 지내며 런던에 눌러앉은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영국 왕실 주최 파티장에 참석했다. 만찬장 옆 자리의 어느 귀부인에게 “투자은행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 말했다. 미국 최고의 채권 전문 투자은행인 살로만 브라더스에 다니는 간부를 남편으로 둔 그녀는 마치 채용 면접관이나 되는 듯이 꼬치꼬치 캐묻더니 “추천해주겠다”고 말했다. 마침내 저자는 살로만 브라더스에 채용돼 1985년에 월 가에 입성했다.

    일확천금 노리는 월 가 젊은이들



    월 가를 읽어야 돈 흐름을 꿴다

    미국 금융가인 월 스트리트의 작은 움직임에도 한국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다.

    당시 미국 금융시장은 격동기였다. 미국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재정적자를 메웠고 월급쟁이들은 너도나도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아 집을 샀다. 저자는 이를 ‘레버리징 아메리카(Leveraging America)’라고 불렀다. 미국 전체가 빚을 얻는 형국이었고 그 빚을 표시한 채권을 전세계에 팔았다. 이 때문에 월 가에서도 음지였던 채권시장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양지로 바뀌었다. 살로만 모기지팀은 하루 이틀새 수천만달러씩 수익을 남기는 진기록을 세웠다.

    1984년엔 월 가 전체의 수익 가운데 절반 이상을 살로만 모기지팀이 차지할 정도였다. 저축대출조합(S&L)이 모기지 대출을 해주고 받은 차용증서를 살로만 브라더스는 모기지담보부증권(CMO)으로 만들어 유통시키며 거액의 차익을 챙겼다. 담당자는 몇백만달러를 수당 또는 연봉으로 받았다. 이를 바라보는 주니어 사원들은 자신들도 그런 수입을 올리기를 기대하는 야망을 품는다.

    이 과정에서 포커 게임과 같은 치열한 두뇌 싸움이 벌어진다. 살로만 브라더스 임직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도 소개된다. 저자가 1988년 퇴사할 때까지 목격한 숨막히는 머니게임 장면이 상세히 묘사됐다. 이 책에 대해 김기석 뱅크오브아메리카( BOA) 서울지점 본부장은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투자은행에 들어가 직접 트레이딩을 해보니 MBA 과정에서 읽은 이 책 내용 하나하나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정해근 대우증권 상무는 “트레이딩 룸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고백록이자 자화상”이라면서 “국제금융 및 자본시장의 총아인 투자은행에서 일하고자 하는 청년이나 자본 흐름을 한눈에 읽고자 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말했다.

    돈벌이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살로만 브라더스를 떠난 이후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현재는 경제 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에서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황소와 곰은 돈 벌지만 돼지는 도살”

    월 가를 읽어야 돈 흐름을 꿴다

    실전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전략을 제공하는 ‘영리한 투자’.

    ‘영리한 투자’(짐 크레이머 지음, 노혜령 옮김, 흐름출판)는 월 가에서 벌어지는 주식투자 머니게임을 박진감 있게 묘사한 책이다. 재미뿐만 아니라 투자 실전에 도움이 되는 전략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읽다 보면 미국 증권시장의 생리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장의 분위기가 살아있는 교과서인 셈이다.

    저자 짐 크레이머는 한국에는 덜 알려진 인물이다. 미국에서는 투자분야 조언가로 유명하다. 경영 전문잡지 ‘포브스’는 워런 버핏, 앨런 그린스펀과 그를 ‘돈을 가장 잘 아는 3총사’라 보도하기도 했다. 그의 이력을 훑어보면 포브스 기사가 믿음직스럽게 보일 만하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청년 짐 크레이머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열망으로 ‘탤러해시 데모크래트’라는 작은 신문의 기자가 됐다. 연봉은 1만5000달러에 불과했다. 생애 첫 주급 명세서를 받아든 그는 “월급만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으며 아무리 열심히 직장생활을 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은 주식투자라는 판단이 들었다. 단돈 200달러로 투자를 시작했다.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난해한 포트폴리오 이론, 차트 이론 대신에 길거리의 상식과 인문학을 활용했다. ‘고위 경영진이 회사를 그만둔다면 뭔가 잘못돼가고 있는 것’ ‘누군가가 TV에서 추천했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하지 말라’ ‘종목 선정 이유를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등의 투자법칙 25개를 달달 외워 실천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등 증권사에서 일하며 월 가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는 브로커, 펀드매니저로 부상했다. 10년 넘게 연평균 31%의 기적 같은 수익률을 올렸다. 몇 억달러를 벌었을 정도이니 그의 ‘황금 손’ 솜씨를 짐작할 만하다. 요즘엔 증시 전문사이트 더스트리트닷컴에서 칼럼니스트로, CNBC방송에 출연해 투자 조언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황소와 곰은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살당한다”는 증시 격언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주식의 매수, 매도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지나친 욕심 때문에 엉거주춤 보유하다가 돈을 잃는 ‘돼지’를 꼬집는 말이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우상’인 그는 개인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사이트에 공개할 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에 대해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릴 만큼 배짱이 두둑하기도 하다.

    이 책에 대해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은 “서점에 가면 주식으로 돈을 버는 비법을 다룬 책이 많지만 개인투자자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데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미국 금융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저자의 투자 가이드 북이므로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한국투자교육연구소장은 “성공한 사람의 경험담을 읽는 일은 즐거운 여정”이라고 독후감을 밝혔다.

    ‘격동의 시대’는 미래에도 지속

    월 가를 읽어야 돈 흐름을 꿴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회고록.

    월 가를 움직이는 힘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격동의 시대’(앨런 그린스펀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옮김, 북@북스)를 읽어야 한다. 18년 6개월간이나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FRB 의장으로 활약한 그린스펀의 회고록이다. 2007년 가을에 출판돼 전세계 경제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팔리고 있다.

    736쪽에 달하는 한국어 번역판은 우선 두툼한 볼륨감으로 독자를 압도한다. 그러나 겁먹지 않아도 된다. 영어 원문이 부드럽게 읽히도록 정리된 데다 한국어 번역도 매끄러워 소설책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흥미, 교양을 함께 제공한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앞 부분은 저자의 성장 시절 이야기, 뒷 부분은 FRB 의장 재임 회고록이다.

    1926년 뉴욕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함께 살지 못하는 유년시절을 보냈다. 명문 음악학교 줄리어드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한 그는 직업 악사로 일하다 휴게실에서 읽은 금융서적에 푹 빠져 경제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뉴욕대에 진학해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1954년에는 컨설팅 회사를 세웠다. 1968년 닉슨의 경제자문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진출해 제럴드 포드 대통령 정부에서는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서 FRB 의장으로 임명돼 2006년 1월 퇴임할 때까지 4명의 대통령을 ‘모셨다’. 이 책은 그가 포드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진 수십 장도 공개했다.

    마지막 부분인 제25장 ‘모호한 미래’에는 저자의 통찰력이 담겼다.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핵심 권좌에 오래 앉았던 경륜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의 미래상을 짚은 것이다. 미래에는 중국이 미국의 주요 경쟁자로 부상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적재산권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일처제 종말 맞이할 것’

    월 가를 읽어야 돈 흐름을 꿴다

    일본인 저자가 세계의 미래를 전망한 ‘달러가 휴지 되는 날’. ‘미래뉴스’에선 세계미래회의 한국 대표 박영숙씨가 한국과 세계의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미래를 읽는 기술’은 미래예측 방법론을 정리한 책이다.(왼쪽부터 차례로)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린스펀의 전망은 두루뭉술하다. 멀지 않은 미래상을 예측했다가 맞추지 못하면 망신만 당한다.

    요즘 미국 달러가 유럽연합(EU)의 화폐인 유로에 비해 약세를 면치 못한다. 1.5달러를 주어야 1유로와 바꿀 정도다.

    문득 ‘달러가 휴지 되는 날’(우노 마사미 지음, 김상영 옮김, 범우사)이란 책 내용이 떠올라 서가를 뒤졌다. 1987년에 출판된 책이니 20년이 지났다. 일본인 저자가 세계의 미래를 전망한 책이다. “일본이 무역수지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가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대재앙이 닥친다”고 경고했다. 서울올림픽이 안전하게 치러질까 걱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행히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이 실현되지 않았다.

    ‘미래 뉴스’(박영숙 지음, 도솔)에는 도발적이고 기발한 전망이 그득하다. 저자는 주한 영국 대사관, 호주대사관 공보관으로 오래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시야를 미래와 세계로 넓힌 인물이다. 유엔미래포럼, 세계미래회의 한국대표로 활동하면서 미래 관련 서적을 왕성하게 저술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과 세계의 미래상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자크 아탈리의 말을 인용해 “수명이 길어져 100살 이상 살면서 한 사람과 사는 것은 불가능해 일부일처제는 종말 맞을 것”이라 예측했다. 남자의 역할이 점점 줄어드는데 심지어 65억개 냉동정자가 보존돼 있어 종족 유지를 위해서도 남자가 필요 없다는 것. 2015년이면 방송인 허수경씨처럼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가진 ‘싱글맘’이 대세를 이룬다고 한다.

    200년 후엔 한국인이 사라진다는 예측은 충격적이다. 세계 1위의 저출산률,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 등의 요인 탓이다. 부산 지역의 출산률 0.81명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멀지 않은 미래에 전기나 수도가 설치된 캠핑장에 냉난방이 가능한 나노 텐트가 주택 대용으로 쓰인다. 인구가 줄고 나노 텐트가 보급되면 대도시는 텅 빈다. 아파트 투기붐은 옛말이 된다.

    10~20년 후엔 교육혁명시대가 닥친다. 학교 대신 가정에서 공부하는 홈스쿨이 증가하고 온라인 무료교육이 미래교육을 변화시킨다. 교육이 미래의 큰 산업으로 자리 잡는다. 맞춤형 개별교육, 평생교육. 교과과목을 모두 게임으로 바꿔 가르친다. 게임왕국 한국은 세계 사이버 교육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국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포털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사례가 폭증한다. GPS와 전자태그 때문에 사생활이 노출돼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 2022년엔 공중파 방송이 사라진다. 검색엔진 시장은 구글에서 메디오(Medio)와 ‘4 INFO’로 바뀐다.

    2030년엔 로봇 숫자가 인구보다 많아진다. 문명비평가 한스 모라벡은 “로봇과 인간은 협력하는 지성체로 상생해야 한다”고 설파한 바 있다. 평생직업,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첨단과학기술이 경찰을 대신한다. 파트타임 근무자가 늘어나고 노조가 쇠퇴한다.

    ‘미래를 읽는 기술’(에릭 갈랜드 지음, 손민중 옮김, 한국경제신문)은 미래상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제시한다. 전문 미래학자인 저자는 미래 관련 컨설팅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고객 회사로는 3M GM 코카콜라 네슬레 존슨앤존슨 등이 있다.

    이 책은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론을 정리한 1부, 구체적인 미래상을 전망한 2부로 나뉜다. 1부에서 트렌드를 찾는 방법으로 ‘잡지나 보고서에서 2015년, 2020년, 2030년, 이런 식으로 시기를 구분한 예측 문건을 찾아 목록화하라’고 조언한다.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20년 후엔 노인들이 가장 힘 있는 세력이 될 것이다. 그들은 역사상 가장 은퇴자가 많은 세대이다. 미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 인구의 은퇴가 예상되는 2015년경 은퇴인구가 현재의 3500만명에서 7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들을 위한 거대한 제품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고령 인구가 경제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의학의 발달로 보통 사람은 평생 80년 동안 성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품위 있게, 편안하게 죽는 법을 배우는 바람이 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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