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호

‘한 사람의 힘’은 어디까지 퍼져나갈 수 있는가

  • 정여울 │문학평론가 suburbs@daum.net

    입력2014-07-22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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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힘’은 어디까지 퍼져나갈 수 있는가

    척하는 삶<br>이창래 지음, 알에이치케이

    최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출신의 전범이 위안부 납치와 중국인 양민학살은 물론 일본군의 각종 악행을 고백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스즈키 게이쿠라는 일본 전범은 1934년 6월 중국인 농민 두 명을 살해했으며, 1945년 7월까지 5000명이 넘는 중국인을 살해했다고 진술해 충격을 주었다. 1941년 안후이성 차오현에 위안소를 설치해 20여 명의 중국인 부녀자와 조선인 부녀자를 유괴해 위안부로 삼았다는 내용도 그의 ‘자백서’(‘日전범, 조선부녀자 등 20명 유괴, 군위안부 삼았다’, 연합뉴스, 2014.7.3.)에 포함돼 있다.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외교적 책략의 일환으로서 일본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일종의 정치적 도구가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기사를 보면서 내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화두는 바로 이것이었다. 어쩌면 한 사람의 힘으로도 역사는 바뀔 수 있다는 것. 이 고백이 정말 사실이라면, 그리고 그 고백의 진정성이 참으로 어떤 외압도 아닌 순수한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면, 바로 그런 한 사람의 힘이야말로 역사를 바꾸는 희망이 아닐까.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는 한 사람의 꾸밈없는 양심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진정 필요한 한 사람의 힘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뜨거운 질문이 뿜어내는 사회적 파장도 바로 우리 시대가 반드시 요구하는 한 사람의 힘이다.

    이창래의 ‘척하는 삶’을 읽으면서 나는 바로 그 뜨거운 한 사람의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