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의 배우 생활 동안 쌓은 좋은 대중적 이미지와 인기 덕분에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 손짓했지만 그는 전국구 국회의원 자리도 마다하고 TV, 영화, 연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자로서 삶을 살아왔다.
유 장관과 이 대통령의 결정적인 인연은 1989년 방영된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시작됐다. 이전에도 ‘전원일기’의 열성 팬이었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초대로 현대그룹 임원들과 밥도 먹고 배구 경기를 하기도 해 이 대통령과 알고는 지냈지만 ‘야망의 세월’은 두 사람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계기가 됐다.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회장을 모델로 했던 이 드라마에서 유 장관이 주인공인 그의 역할을 맡으면서 개인적으로 가까워졌다.
이후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유장관이 공연하면 따로 알리지 않아도 극장에 와서 보고 갈 정도의 사이가 됐다. 문화예술 분야 핵심 참모로 꼽히는 그는 그후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으로부터 초대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2년여간 서울문화재단을 이끌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학사,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7년부터 중앙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해왔으나 장관에 내정된 직후 “오로지 장관직에만 몰두 하겠다”며 사표를 냈다.
대중에게는 TV 탤런트로 익숙하지만, 연극계에서 그는 역대 ‘최고의 햄릿’으로 꼽힌다. 네 번이나 ‘햄릿’을 공연한 유 장관은 ‘햄릿’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 e메일 아이디를 ‘Hamlet 2005’라고 붙였을 정도다. 지금도 ‘햄릿’의 독백은 줄줄 외운다. 2005년 자신은 왕 역을 맡아서 ‘햄릿’을 무대에 올리고자 했으나 ‘햄릿’을 소화해낼 만한 젊은 배우를 찾지 못하자 “더 이상 ‘햄릿’을 구걸하지 않겠다. 차라리 내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햄릿을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장관직에 오르면서 ‘햄릿’의 꿈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재능 있는 젊은 후배들을 지원하겠다는 뜻에서 그는 2년 전 동아연극상에 2억원을 쾌척해 ‘유인촌 신인연기상’을 시상하고 있다.
톱스타지만 성격은 소탈하다. 인사청문회 때 BMW 차량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지만 최근 몇 년간 그는 평소에는 차량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가죽재킷에 청바지 차림으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즐겨 타고 다니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닌다.
동아마라톤을 비롯 마라톤 풀코스를 세 번이나 완주했을 만큼 달리기를 좋아한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최고 기록은 4시간 40분. 유 장관은 스노 보드부터 펜싱까지 못하는 운동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으로도 유명하다. 젊은 시절부터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신체를 잘 써야 한다”며 무용은 물론 승마, 검도 등을 익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임기 중 가장 주력하고 싶은 일로 그는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의 확립”을 꼽는다. 그는 “국가 이미지는 기초 예술부터 문화산업까지 모든 부문이 합쳐져 만들어지므로 각 분야가 고루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문화예술계가 특정 이념에 편향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술은 본래의 정신에 충실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을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사람을 감동시키고, 마음을 순화시키고 그리고 예술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본래의 역할을 한다면 좌파니 우파니 하는 게 무슨 상관이냐. 이제는 이념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
방송, 공연, 영화와 예술 정책 등 문화 관련 분야는 잘 알지만 신문이나 체육 관광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라며 “분야별로 전문가 풀을 구성해 귀를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좌우명이자 가장 좋아하는 연극 대사는 ‘돈키호테’에 나오는 그 유명한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청문회장에서 그는 이 대사를 읊기도 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형은 MBC PD 출신으로 영화진흥위원장을 지낸 유길촌 씨. 동생은 가톨릭 신부이며 유 장관 역시 가톨릭 신자다. 성악가인 아내 강혜경씨와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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