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용호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지난 10년간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제·금융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해온 핵심 브레인으로 꼽힌다.

1996년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 후보로 서울 서대문을에 출마하면서 종로구 후보였던 이 대통령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백 위원장 본인 말에 따르면 “나는 이름없는 학자였지만 이 대통령은 당시에도 신화 같은 존재였다”고.

백 위원장은 처음에는 이 대통령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중용한 것으로 미루어 정 회장의 친척으로 알았다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후 이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매료됐고, 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던 한나라당 미래경쟁력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했을 때에는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을 맡아 공약 개발을 책임졌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에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으로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 굵직한 정책들을 뒷받침했다.

15대 총선에 낙선한 뒤에도 서울 서대문을 지구당위원장 활동을 하면서 국회 입성을 노렸으나 “정치라는 게 너무 퇴행적이고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1998년 지구당위원장직을 그만뒀다.



백 위원장은 “나쁘게 말하면 ‘정치지향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기간 다양한 사람을 만나 많이 배웠다”며 “교수직(이화여대)도 휴직한 게 아니라 사직을 하고 총선에 출마했었다”고 말했다.

시정개발연구원장을 그만두고 이화여대에 돌아가서도 ‘이명박 시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2006년 7월부터는 바른정책연구원(BPI)을 이끌면서 이 대통령을 위한 대선 공약 개발을 주도했다. 특히 BPI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를 모으는 작업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이 대통령이 크게 고마워했다는 후문이다.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에 대해서는 사석에서 “금융위원장이나 공정거래위원장 둘 중 하나는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을 앞두고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 규제가 투자를 억제하고 제어장치가 된다면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대기업에 관한 각종 규제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정당성이 있었지만, 지금 세계적으로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그에 맞게 룰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분 소유제한)에 대해서도 “실효성 없는 상징적인 규제일 뿐”이라는 지론이어서, 앞으로 공정위는 방향을 크게 전환할 전망이다.

그는 학자로서 의견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정부가 다 할 수 있다’는 의식을 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나는 ‘기업친화적’이라는 말을 안 쓴다. ‘시장친화적’이라고 써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직 경험이 없고 학자 출신이어서 자신의 의지를 정책에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공정위원장 자리는 ‘왜 이건 조사 안 하느냐’는 업계와 여론의 요구를 강하게 받는 자리”라며 “이런 요구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친기업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白容鎬 ● 생년월일 : 1956년 9월2일 (음력) ● 출생지 : 충남 보령 ● 학력 : 익산 남성고, 중앙대 경제학과, 미국 뉴욕주립대(올바니)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박사) ● 경력 : 이화여대 교수, 경실련 국제위원장·상임집행위원,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회 위원,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 바른정책연구원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회 위원 ● 저서 : ‘증권금융론’ ‘금융실명제’(공저) ‘자본시장론’(공저) ‘돈의 경제학’ ‘금융증권시장론’(공저) ● 상훈 : 미국 뉴욕주립대 최우수논문상(1986), UR이후 국제금융 변화와 기업의 대응전략(대한상공회의소,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