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박 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보좌관으로 11년 동안 일했다. 보좌관 시절 그는 한나라당 소속의 고려대 출신 의원 보좌진 사이에 ‘큰형님’으로 불렸다. 고려대 출신을 중심으로 인맥이 넓어 ‘마당발’로도 통한다.
이 대통령과 연을 맺은 때는 이 부의장의 ‘지시’로 서울시 정무담당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긴 2005년 1월. 2006년엔 이 대통령의 외곽캠프인 안국포럼을 꾸렸고, 이후 전국을 돌면서 지역 명망가를 중심으로 지역조직을 만들어 이들의 연대(連帶)를 이끌었다. 또 고대교우회와 이 대통령을 잇는 가교 구실도 했다.
박 비서관은 ‘이명박 청와대’에서 ‘왕(王)비서관’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웬만한 주요 회의는 그의 손을 거치게끔 돼 있다. 박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 확대비서관회의의 준비를 맡는다. 수석비서관회의 중 핵심 절차인 일일 상황보고가 그의 몫인데, 이 회의의 결과와 후속 조치도 박 비서관이 최종 취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회의의 처음과 끝을 그가 책임지는 셈이다. 그는 또 청와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진행될 조직 진단, 성과 평가를 주관함으로써 청와대 각 조직을 평가하게 된다.
박 비서관의 청와대 내 역할을 두고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국정상황실장으로 일한 이호철 씨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이씨는 청와대에서 ‘가게무샤(影武者·그림자 전사라는 일본말)’처럼 일하면서 각종 정책을 좌지우지했다. 그런데 현 정부의 기획조정비서관직은 이전 정부의 청와대 요직인 국정상황실장직보다 ‘더 세다’는 평가다.
박 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 인선을 비롯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의 부자) 내각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장관 인선 검증을 사실상 실무 지휘했다. 당 일각에선 “박 비서관이 주도한 장관 인선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는데 특정 인사에게 힘이 과도하게 실리는 것 아니냐”는 견제론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