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 총장에게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직을 제안했다. 이 총장이 선대위원장직을 고사했지만 이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주변 정치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총장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했다.
민선으로 4차례 총장에 선출되는 저력을 보이며 숙명여대의 개혁과 변화를 이끌어낸 성공한 ‘총장 CEO’가 정치권에 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 총장에 대한 신임은 인수위원장직 제안에 머무르지 않았다.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유력 후보로 거론됐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로도 검토됐다. 하지만 이 총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공직을 계속 고사하자 이 대통령은 이번에는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을 주겠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총장에게 새 정부의 요직을 모두 제안한 셈이다.
이 대통령이 이 총장을 이처럼 신임하는 데는 ‘가치관’이 같다는 점이 작용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이 대통령과 이 총장은 ‘긍정적인 사고’와 ‘하나님’을 공유한다. 두 사람 다 소망교회에 다닌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성공한 CEO로서 ‘실적’을 갖고 있고 ‘일벌레’라는 점도 흡사하다. 주변에서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할 정도다.
이 총장은 두 달여 간 인수위원장을 맡으면서 거의 매일 오전 7시경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2층 집무실로 출근해 각 분과 간사단회의를 주재했다. 다부진 일처리와 조용한 조직 장악력으로 인수위를 이끌면서 ‘왜 이 대통령이 이 총장을 인수위원장으로 점찍었는가’에 대해 몸으로 해답을 제시했다.
인수위 출범 초기 ‘얼굴마담’에 그칠 것이라는 항간의 관측을 의식이라도 한 듯, 이 총장은 한동안 이 대통령의 각종 공약집을 집으로 가져가 탐독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그는 위원장을 맡은 뒤 하루 평균 서너 시간밖에 못 잔다고도 했다.
인수위가 발표한 영어 공교육 정책과 관련해 이 총장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영어 공교육 정책 발표’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이 총장은 한발 물러나야만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총장이 구상하고 주장한 영어교육 방식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언젠가는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 총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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