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기간 한나라당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박 전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인연이 더 깊다. 그는 천안 출신임에도 포항공대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은 인연으로 포항인맥으로 분류되곤 하는데, 포항공대 총장을 지내면서 이 부의장과 가까운 사이가 됐다. 나노기술집적센터, 지능로봇센터 등 정부 국책과제 신청을 할 때마다 지역구가 포항인 이 부의장과 자연스럽게 만나온 것.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도 이 둘을 이어준 ‘끈’이다. 박 전 총장은 “포항에서는 매주 목요일 새벽마다 평신도 성경모임을 가졌는데, 이 부의장은 포항에 머물 때마다 이 모임에 나오곤 했다”고 한다.
박 전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시 관련 행사에 초대되면서 안면을 익혔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 이명박 당시 대통령후보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이에 대해 박 전 총장은 “내가 과학기술자로서 교육계에 오래 몸담았고, 정부의 3불(不) 정책에 반대한다는 칼럼을 자주 썼다는 점을 이 대통령이 눈여겨 본 듯하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장은 지난해 여름 공동 선대위원장을 임명하는 자리에도, 올 초 인수위 자문위원들을 위촉하는 자리에도 나오지 않았다. 두 번 다 미국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국적은 미국이다. 한국에는 조그마한 오피스텔을 두고 있을 뿐이고 집도 미국에 있다. 작년 여름에는 포항공대 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미국 집으로 짐을 옮기러 갔었고, 올 초에는 가족들과 연말연시를 보내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었다. 그는 “내가 그런 자리들을 맡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박 전 총장은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상번 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는 “나도 모르는 얘기”라며 “미국 시민권자인 내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통령은 나와 과학기술이나 교육 관련 이야기만 하지 다른 자리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 전 총장은 5월 개교 예정인 평양과학기술대 공동설립위원장이자 개교준비위원장이다. 당분간 서울에 머물면서 평양과학기술대 일에 전념하다 학사 일정이 결정되면 평양에 상주하며 후학 양성에 힘 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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