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호

인도, 제2의 중국이 될 것인가

세계 최고의 성장잠재력… 그 속에 감춰진 ‘한계’도 보라

  • 이대우| 포스코경영연구소 인도 델리 사무소장 ldw@posri.re.kr |

    입력2010-06-30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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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풍부한 자원과 12억 인구는 그 자체로 매혹적이다. 전세계 글로벌 기업이 인도로 달려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예쁜 꽃에는 독이 있는 법. 인도 사회는 분명히 한계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치명적일 수 있는 인도의 사회·경제적 문제점. 제2의 중국을 꿈꾸는 인도가 가진 성장잠재력을 다시 계산한다.
    인도, 제2의 중국이 될 것인가

    인도의 수준 높은 IT 관련 기술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

    인도의 수도 델리 남쪽 20㎞ 지점에 위치한 신도시 구르가온은 인도의 발전상과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델리에선 볼 수 없는 첨단 건물이 즐비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내건 네온사인이 밤을 밝힌다. 구르가온 중앙을 가로지르는 8차선 고속도로에는 델리와 구르가온을 오가는 출퇴근 차량이 아침저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여느 선진국 도시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구르가온의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사정이 다르다. 비포장 도로, 인도 없는 차도, 배수 시설이 없는 거리가 도시의 흐름을 막는다. 건물이 들어서고 나서야 도로를 포함한 편의시설이 만들어지는 기형적인 도시건설 방식이 낳은 결과다. 도로를 오가는 야생 돼지 일가는 오히려 귀엽다. 이쯤 되면 이곳이 과연 세계적인 IT국가로 부상하는 인도가 맞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소비 주도 사회

    1990년 개혁개방에 나선 뒤 인도는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다. 2005년부터는 성장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2006년 9.7%, 2007년 9%가량 성장했다. 인도가 매우 더운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9% 성장은 엄청난 수치다. 온대지방 국가로 치면 연 18% 이상의 성장률과 맞먹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도 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인도의 국내총생산을 투자, 소비, 순수출로 구분해서 살펴보면 인도는 소비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나라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2007년 국내총생산 비중을 살펴보면 소비가 67%, 투자가 36.2%를 차지한 반면 순수출은 오히려 마이너스 3.2%를 기록했다. 소비비중이 높다고 해서 인도의 내수시장이 그만큼 큰 것도 아니다. 굳이 분석한다면 소비에 비해 투자나 순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이다. 인도와 비교대상이 되곤 하는 중국은 2007년 기준으로 소비는 48.8%에 그친 반면 투자는 42.3%, 순수출은 8.9%를 차지해 투자와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도의 국내총생산을 산업별로 구분해 보면 2007년 기준으로 농림수산업인 1차 산업이 17.8%, 제조업인 2차 산업이 26.6%인 반면, 3차 산업의 비중은 무려 55.6%다. 반면 중국은 2005년 기준으로 1차 산업은 12.5%에 불과하고, 3차 산업이 40%인 반면 2차 산업의 비중은 47.5%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경우 제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면 인도는 아직도 1차 산업과 3차 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셈이다. 10년 전인 1999년(25.3%)과 비교해도 인도의 2차 산업 비중은 불과 1.3% 높아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인도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IT 소프트웨어 수출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서비스 수출을 통한 서비스 산업의 뒷받침이 있었다. 인도의 IT 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인 한국과는 달리 소프트웨어가 주로 발달했는데 단순 콜센터나 코딩작업이 주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객 기반을 점차 넓혀가면서 좀 더 복잡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IIT(델리공과대학) 같은 세계적인 교육기관에서 질 좋은 IT인력이 많이 배출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외국인 투자가 경제성장 이끌어

    필자는 인도 경제를 지금과 같은 성장세로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을 ‘외국인 직접투자’라고 생각한다. 인도가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실시한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 점진적으로 인도시장에 들어왔고, 이들이 각각의 산업 부문에서 인도 산업 기반을 경쟁력 있게 갖춰나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가전 산업에서 LG 삼성, 자동차 산업에서 스즈키 현대 혼다 도요타, 오토바이 산업에서 혼다, 음식료 산업에서 코카콜라 펩시콜라 맥도널드, 그 외 각종 부품 산업에 뛰어든 외국기업의 직접 투자로 인도의 산업이 살아나고 있고, 국제경쟁력 또한 강화되고 있다고 믿는다.

    국내총생산과 외국인 투자의 상관관계(그림 참조)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인도, 제2의 중국이 될 것인가


    인도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그동안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2005년 경제성장률이 9.5%를 기록하자 세계가 인도를 다시 보게 됐고 외국인 투자가 쇄도했다. 2006년 200억달러를 넘은 외국인 직접투자는 2008년에는 350억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동향을 살펴보더라도 이 흐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 위기 속에서도 인도에 대한 투자 열기는 식지 않았다.

    2000년 4월부터 2009년 9월까지 누계 기준으로 인도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는 모리셔스라는 작은 나라다. 싱가포르, 미국, 영국, 네덜란드, 일본이 그 뒤를 잇는다. 인도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이 중 모리셔스나 싱가포르는 조세피난처의 성격이 강하므로, 진정한 의미에서 투자라고 보기 힘들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나 전자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인도에 투자했으나, 이들 업체는 주로 1990년대 후반에 투자를 집중한 데다 투자 이후에는 현지 기업에서 창출한 이익을 현지에 재투자했기 때문에 수치로 드러나지 않았다.

    취약한 인프라가 가장 큰 장애물

    인도, 제2의 중국이 될 것인가
    인도 경제성장에 외국인 투자가 왜 중요한지를 질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보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도가 2차 산업이 취약하다는 데서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인도에서 에너지, 철광석, 알루미늄 등 원재료 관련 기업은 비교적 높은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공산품을 연구개발, 생산, 판매하는 제조업의 실력은 국제 수준에 한참 뒤진다. 그런 점에서 현대자동차나 스즈키는 인도 자동차 산업의 수준을 한참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부품산업을 창출하는 등 고용을 유발하고, 보험 산업, 인프라 산업 등 관련 산업의 발전까지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인도는, 정부가 외국기업을 직접 유치해 산업을 창출한 중국의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 자체가 빈약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단기간에 고속 성장을 이룬 나라는 많다. 하지만 이들 중 장기적으로 성장을 이어간 경우는 드물다. 그 이유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 시스템이 동시에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도는 장기고속 성장에 적합한 사회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까?

    인도는 앞서 언급한 구르가온의 고속도로를 만드는 데 6년이 걸렸다. 이 고속도로의 길이는 2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라면 6개월이면 끝날 공사다. 인도 전국을 잇는 황금사변형 고속도로가 있다고는 하지만 인프라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예를 들어, 국제적으로 트럭의 하루 운행 거리가 평균 600~800㎞인 데 반해 인도는 200~300㎞에 그친다. 그만큼 운송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 전력 사정이 좋지 앉아 공장마다 비상전력 확보를 위한 발전기를 설치, 운영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것은 결국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사정이 이렇지만, 인도 정부는 돈이 없어 도로 하나 마음대로 건설하지 못한다.

    물리적 인프라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도 문제다. 들여다볼수록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감하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등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공장 부지를 사려고 할 때, 사무실을 임차하려고 소유주를 찾을 때 도대체 주인이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 8%에 달하는 등록 취득세를 피하기 위한 미등기 전매가 일반화돼 있다. 그 과정에서 복수의 매수인에게 팔아버리고 잠적하는 경우도 많아 피해 사례도 발생한다. 델리 중심부에는 이런 문제로 소송에 걸린 건물이 즐비하다. 주민등록제도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주민등록 문제는 산림지역 개발에서 심각한데 포스코가 진행 중인 오리사 제철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인도, 제2의 중국이 될 것인가


    인도, 제2의 중국이 될 것인가
    교육 시스템도 문제다. 인도는 국립대학의 등록금이 무료이며, 기숙사도 매우 저렴한 비용만 내면 될 정도로 고등교육에 관해서는 많은 지원을 한다. 반면 초등교육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인도 일간지 힌두스탄 타임스는 얼마 전 “델리 지역 초등학교의 50%가 책·걸상이 없이 수업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델리가 이 정도면 시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돈 많은 사람은 대부분 자녀를 영어 위주로 교육하는 사립학교에 보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상류층과 그렇지 못한 하류층이 명확히 갈린다.

    무엇보다 시급한 교육인프라

    그렇다면 인도는 왜 초등학교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일까? 필자가 인도에서 살면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운 가설은 이렇다.

    “인도의 정치지도자 네루는 사회주의 소련을 방문한 뒤 소련의 중화학공업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자기 나라도 국가 기간산업을 모두 국유화하고 국산화를 장려하고 수입을 억제하면 소련과 같은 강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네루는 공산주의식 의무교육 제도의 필요성은 간과했다. 최고 계급인 브라만 출신의 네루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아마도 이 가설은 맞을 것이다. 20세기 이후 급성장한 신흥 산업국가인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 이룬 성장의 밑바탕에 ‘표준화된 교육을 통한 양질의 노동력 공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도 정부가 알았으면 한다.

    인도, 제2의 중국이 될 것인가
    이 대 우

    1971년 대구 출생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 석사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 연구원

    現 포스코 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많은 사람은 인도의 성장을 보면서 중국과 비교하곤 한다. 인도가 제2의 중국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필자가 보기에도 가능성은 아주 높다. 자원, 시장, 노동력…, 어느 것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는 나라가 바로 인도다. 포스코를 포함한 전세계 글로벌 기업이 인도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인도가 제2의 중국이 되려면, 인도시장에 투자한 기업이 성공하려면 ‘인도의 한계’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내면의 진실을 보지 못한다면 눈을 가리고 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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