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에 대한 기사를 요약하면 ‘발레리나에서 게임업체 창업주로 변신해 단숨에 수백억대 벤처 거부(巨富)가 된 서른여덟 살의 미혼 여성’ 정도일 것이다. 세간의 부러움과 더불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를 빠짐없이 갖춘 셈이다. 그러나 마이클럽닷컴 사장실에서 만난 그는, 그러한 정보를 토대로 상상한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빛 바랜 청바지에 받쳐입은 헐렁한 흰색 니트셔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빗질조차 하지 않은 듯한 퍼머넌트 머리. 며칠을 뜬눈으로 샌 사람처럼 피곤에 지쳐 보였다. 초롱초롱한 눈빛이 없었다면 장시간의 인터뷰가 고문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런 필자의 마음을 눈치챈 듯 뒤따라 들어온 마케팅팀 대리가 재빠르게 덧붙였다.
“아침 7시 반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단 10분도 쉬지 않고 연달아 인터뷰에 응하셨어요. 외부 회의까지 다녀오시느라 좀 피곤하실 겁니다.”
그는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인터뷰 스케줄을 어떤 기분으로 소화하고 있을까.
대박 맞은 신데렐라?
코스닥 거래 첫날 7만1600원으로 마감한 웹젠 주식은 인터뷰 당일 8만원을 넘어선 상태였다(6월12일 현재 11만3500원). 이사장이 보유한 주식(전체 15.29%) 총액도 300억원(6월12일 현재 약 425억원)을 훌쩍 넘겼다. “300억원을 1만원권 지폐로 쌓는다면 부피가 어느 정도 될 것 같으냐”고 묻자 “글쎄요, 상상해보지 않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내 손으로 직접 돈을 써봐야 감이 올텐데,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돈도 아니고 또 금액이 너무 커져버리니까 현실감이 들지 않네요. 지금으로선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는 느낌이에요.”
세간에선 ‘대박이 터졌다’고 호들갑이지만 정작 본인은 무덤덤했다.
언론이 이사장을 ‘대박 맞은 신데렐라’라 표현하는 것은, 한순간 엄청난 부를 거머쥔 데에 발레를 전공한 무용가라는 이력이 덧붙여져 빚어진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박’이라는 수식어는 어쩌면 그를 모욕하는 말일 수 있다. ‘대박=로또’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된 까닭이다. 2년5개월 동안 열정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결과를, 어느 날 우연히 산 복권으로 하루아침에 돈벼락을 맞은 것과 비교할 수는 없는 일 아닐까.
“2000년 4월 웹젠을 설립하면서, 최단기간에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매출이 호조를 보일 때도 저 스스로 회사 경비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여 직원들을 긴장시켰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사업 포지션과 기획을 정확히 수립해야 했습니다. 그저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어요. 당시 무늬만 벤처인 기업이 워낙 많아, 벤처가 뭔지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뛰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