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5m, 112층으로 지으려는 제2롯데월드와 서울에어쇼가 열린 공군 성남기지.
공군보다는 롯데 측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기사는 대만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508m의 건물(101층)을 지으면서, 인근에 있던 송산(松山)공항의 비행항로를 바꾸고 새 비행항로가 육군부대 상공을 지나 말썽이 일자 이 부대를 이전시킨 것을 예로 들며 대만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안보논리 對 경제논리
제2롯데월드는 112층 높이 555m 로 설계돼 있는데, 공군은 1994년부터 이 건물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해왔다. 롯데와 공군은 큰 틀에서는 모두 보수세력이다. 이런 의미에서 갈등은 전형적인 ‘보(保)-보(保) 갈등’이며, 안보논리와 경제논리의 대립으로 볼 수 있다.
제2롯데월드 건설 문제에 대해 ‘월간조선’이 내놓은 첫째 해법은 ‘과학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제2롯데월드는 미 연방항공청이 정한 서울공항의 정밀계기착륙 절차상 부수구역에 들어가 있었다. 주 구역은 항공기가 착륙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날아가는 구역이고, 부수수역은 항공기가 주 구역을 벗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마련해놓은 여분의 구역이다.
그런데 2002년 6월 미 연방항공청은 부수구역의 면적을 대폭 줄였다. 비행 안전기술과 장비가 발달해 부수구역의 면적을 넓게 잡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새로 바뀐 미 연방항공청의 부수구역 기준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는 부수구역으로부터 780m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항공기 착륙을 도와주는 각종 장비도 발전했으므로 항공기가 선회 접근해도 제2롯데월드는 항공기 이착륙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월간조선’은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재임 중이던 2006년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일명 도시계획)을 결정하며 제2롯데월드의 높이를 555m 112층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월간조선’이 내놓은 둘째 해법은 ‘정치논리’로 풀자는 것이었다. 둘째 해법을 설명하기 위해 ‘월간조선’은 대만의 101빌딩을 사례로 들었다. 101빌딩 인근에 있는 송산공항의 활주로는 동서(東西) 방향으로 놓여 있다.
항공기는 바람을 안고(正面風) 이륙하거나 착륙한다. 바람을 받아야 위로 뜨는 힘인 ‘양력(揚力)’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착륙할 때는 ‘반드시’ 정면풍을 받아야 한다. 정면풍이 아니라 바람을 등진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하면 양력이 상실돼 갑자기 뚝 떨어질 수 있다. 지상에 아주 가까운 곳에서, 다시 말해 활주로 근처에서 똑 떨어진다면, 이 항공기는 활주로가 아닌 지상과 충돌하게 된다.
항공기는 랜딩기어를 이용해 ‘활주(滑走)’할 수 있는 곳에 내려야 안전을 보장받는다. 활주로가 아닌 곳에 내리면 랜딩기어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활주로에 내리더라도 양력을 상실한 채 내리면 부러질 수도 있는 것이 랜딩기어다. 이러한 사고 가능성을 줄이려면 항공기는‘무조건’ 바람을 안고 착륙해야 한다. 따라서 활주로는 오랫동안 그 지역의 바람 방향을 분석해 바람이 가장 많이 불어오는 쪽으로 건설한다.
정치논리 동원된 송산공항의 101빌딩
그러나 바람의 방향은 수시로 바뀐다. 항상 동서 방향으로만 불라는 법은 없다. 이때는 남동풍 계열인지 남서풍 계열인지를 따져서, 남동풍이면 동쪽을 향해 이착륙하고, 남서풍이면 서쪽을 향해 이착륙한다.
송산공항의 활주로가 동서로 놓였다는 것은 이 지역의 바람이 주로 동에서 서로, 아니면 서에서 동으로 분다는 뜻이다. 101빌딩은 동서로 건설된 송산공항 활주로에서 남쪽으로 4km쯤 떨어진 곳에 건설됐으니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활주로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