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종일 : 미국식 자본주의라는 게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모델이 계속 바뀌어왔죠. 요즘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공황 시기 이전에는 이른바 도금시대가 있었고요. 길드(Gilded)시대 말입니다. 부(富)가 소수에게 집중되고 정치는 부패했으며 시장은 완전히 독점화돼 있던 시대였죠. 이후 뉴딜 개혁이 일어난 후인 1950~60년대가 황금기입니다. 미국에 중산층이 두껍게 형성되면서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될 때죠. 그 이후가 지금 얘기하신 레이거노믹스 체제죠.
공병호 : 1989년에 공산주의의 붕괴를 거치면서 1990년대 이후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세 가지 유형으로 갈라집니다. 첫 째는 주주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미국식 자본주의, 그 다음엔 조합주의와 협동주의(corporatism)를 기본으로 한 유럽식 자본주의, 일본의 법인자본주의가 그것입니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다른 체제와 비교해 개인의 책임이 상당 부분 강조되고,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정부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낮죠. 예를 들면 세금만 하더라도 미국이 국민소득의 30%를 사용하는데 EU는 45% 정도를 쓰거든요. 상대적으로 정부 사이즈가 작고 세금부담도 조금 낮은 체제지요. 또 유럽이나 일본 체제에 비해 탈규제, 규제완화가 조금 더 진행되어 있고, 해고가 원활하며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 체제입니다. 비교적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상대적으로 자유주의적 성향에 가까운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b>유종일</b> <br>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br>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br>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 <br>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
1980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에선 일자리가 2900만개 생겼는데, EU에선 400만개가 만들어졌어요. 저는 ‘미래를 경영하라’를 쓴 톰 피터스가 미국 자본주의의 성격을 가장 잘 지적했다고 봅니다. 파괴와 역동과 재창조에 미친 나라, 그래서 아메리카니즘이라고 하면 ‘역동성’ ‘다이내믹’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 미국식 자본주의의 현실과 그 한계
유종일 : 미국식 자본주의는 계속 진화해왔고 앞으로도 변화할 겁니다. 미국은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공급 중시 경제를 강조하면서 탈규제, 감세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더 작은 정부와 좀 더 자유로운 시장, 그리고 개인의 책임, 또 개인의 이니셔티브, 이런 것들이 강조됐습니다. 미국 경제의 성격이 많이 변했죠. 세계적으로 미국만큼 압도적으로 기업이 주주의 것인 나라는 드문 것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미국 경제의 그런 특성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혁신이 많이 일어났어요. 구조조정도 빠르고요. 소장님의 말씀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미국 경제의 특성은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많이 일어난 나라라는 건데요. 하지만 그건 장점 부분만 말씀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