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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가격인하 전쟁

이마트,‘삼겹살 전쟁’통해 온라인몰 제패 노린다

대형마트 가격인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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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1월7일 12개 제품, 15일 10개 제품 등 두 차례에 걸친 가격인하 조치 이후엔 추가 가격인하 제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1차 가격인하 때 12개 제품 중 5개(41.6%)였던 신선식품은 2차 때는 10개 중 2개(20%)로 그 비중이 낮아졌다. 업계에선 “가공식품과 달리 신선식품은 물량 공급에 애를 먹어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설 이후 3차 가격인하 제품을 발표할 이마트는 여러 제조업체와 물밑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트로부터 가격인하 제안을 받은 회사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엄연히 정상가격 제품을 팔고 있는 입장에서 가격을 내린 제품을 상시로 내놓는 건 ‘제 살 깎아먹기’란 얘기다.

이마트는 가격인하 한 달째인 2월7일 “이마트가 다른 대형마트와 가격인하 경쟁을 해온 22개 품목의 가격을 처음 인하가격으로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대형마트 간 경쟁으로 이들 품목의 가격은 계속 떨어져왔다. 동일 상권 내 경쟁으로 같은 날 세 번에 걸쳐 가격이 떨어진 적도 있다. 이마트는 “이번 가격 환원은 업체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항상 싸게 판다’는 대형마트의 원칙과 소비자에게 충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마트는 가격인하를 선언한 1월7일~2월6일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늘었다고 밝혔다.

이마트가 가격전쟁을 주도한 이유

이마트는 1월7일 가격인하를 단행하면서 ‘박리다매’(薄利多賣)라는 대형마트 업계의 본질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 측의 발표는 일종의 자기반성을 담고 있었다. ‘그동안 1,2주일 정도 단기간에만 싸게 팔던 기존의 영업 관행은 유통회사들이 고정된 이익률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대형마트 중심 영업방식이었다. 그러나 대형마트 업계 전체가 업체 간 경쟁에만 치우치다보니 온라인몰 등의 업태 간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건 물론 고객가치 훼손으로 이어져 자체 경쟁력을 스스로 악화시켰다.’

이마트는 지난해 미국의 유통 컨설팅 업체인 ‘맥밀란’사(社)로부터 경영 컨설팅을 받았다. 1993년 이마트가 서울 도봉구 창동점을 시작으로 국내 대형마트 시대를 연 뒤 업계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로 승승장구해왔다. 2006년 월마트와 까르푸 등 국내에 진출했던 외국계 유통업체를 떠나보낼 때까지만 해도…. 그러나 지난해 이마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4.5% 신장하는 데 그치는 등 국내 대형마트 업계는 ‘성장의 위기’에 빠졌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와 롯데백화점 유통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대형마트 업계의 신장률은 4%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4%대 신장률이 점쳐지는 온라인몰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올해 신년사는 이 같은 이마트의 고민과 향후 전략을 담고 있었다. 신년사에 나타난 2010년 신세계의 경영방침은 크게 세 가지다. △상시 저가 정책으로 이마트의 경쟁력 강화 △백화점 부문의 성장 가속화 △온라인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 등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몰 시장에서 반드시 업계 1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가 구축한 상품력과 140개가 넘는 점포망을 충분히 활용해 배송 시스템을 정비하고 서비스 체제를 재구축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이마트가 참고로 삼는 모델은 미국 대형 슈퍼 체인인 ‘크로거’(Kroger)다. 크로거는 지난 5년 동안 ‘right store, right price’란 구호로 가격 마진을 계속 낮춰 미국 대형마트 1위인 월마트와 경쟁 구도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는 이마트를 통해 신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로 지난해 장중호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장을 이마트 마케팅 담당 상무로 발령했다.

현재 이마트의 가격인하 정책을 주도하는 장 상무는 “그동안 다양한 제조회사의 컨설팅을 맡았던 개인적 경험에 비춰볼 때 국내 제조회사들은 아직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그동안 유통회사와의 암묵적 합의하에 제조회사들이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격적 주류’가 되자고 외치는 크로거의 전략을 이마트가 고스란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시장 확대를 꿈꾸는 이마트는 올 들어 가격인하 전쟁을 촉발한 후 신문광고 하단에 ‘이마트의 가격인하 제품은 이마트몰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란 문구를 넣었다. 일단 상시 저가 정책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손님을 끌어들인 후 다시 온라인몰로 끌어보자는 심산이다. 이마트는 올 들어 시작한 가격인하 정책으로 1월7일~2월6일 고객 수가 지난해 대비 4.1% 늘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경쟁력이 점차 확대되리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소매 경기가 개선 추이에 있는데다 이마트의 가격인하 정책도 예상보다 큰 고객 유입효과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두 개의 온라인몰인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을 올 5월 대대적으로 정비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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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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