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라
지난 1월 미국시장에서 도요타자동차의 판매량은 지난해 1월 대비 16% 하락했다. 시장점유율도 2006년 이래 가장 낮은 14.2%로 급감했다. 반면 1월 미국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4.4%나 증가했다. 도요타의 판매량은 당분간 더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조9615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양적으로 ‘글로벌 5’에 진입했고 중국시장에선 기아자동차와 함께 81만1695대를 팔아 도요타와 혼다를 제치고 판매부문 2위에 올랐다. 올해에는 연간 500만대 이상 규모의 글로벌 생산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2009 북미 올해 최고의 차’에 선정됐다.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이 10년 만에 결실을 본 것으로 평가됐다.(한국일보 2010년 1월4일)
또한 현대자동차는 야심 찬 미래구상을 밝혔다. 2013년까지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카,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자동차(그린 카·Green Car) 개발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현대자동차는 2005년 9월 세계 자동차업계로는 처음으로 친환경 자동차 연구기관(환경기술연구소)을 설치해 운영해왔다.
그러나 눈부신 실적과 장밋빛 청사진의 현대자동차에 대해 일부 전문가 그룹은 ‘내실’을 주문한다. “도요타의 리콜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신중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리콜 사태는 도요타의 품질 이미지에 회복하기 힘든 충격을 주었다. 국내의 메이커와 부품회사는 수직구조, 하청구조가 심화돼 있어 수익이나 연구개발 능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태이므로 언제든지 도요타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세계일보 2010년 2월2일)
이런 가운데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센터장(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은 최근 ‘신동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지금 위기에 봉착했다”며 “세계 자동차시장은 고연비 친환경의 ‘그린 카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는데 이 부문의 기술력이 뒤처지는 등 맹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세미나에서 현대차 비판
‘신동아’가 입수한 2009년 12월 지식경제부 문건은 “국내 전기자동차는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친환경차 기술 수준에 대한 정부의 내부평가가 공개되기는 처음으로 이목을 끌 만한 사안이다. 취재 결과,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한 세미나에서 “전기자동차의 조기 상용화 가능성은 별로 없다. 현대자동차가 정부정책에 반(反)하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취지로 비판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사 회사는 향후 세계 자동차시장의 판도를 바꿀 그린 카 경쟁력에서 뒤처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따라잡으려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고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자로 미래를 잘 준비해온 줄로 알려져왔는데 이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암운은 호황 속에서 드리워지는 법이긴 하다. 세계 1위 기업이라도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추락하는 게 현실이다. 자동차 산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자동차 메이저를 향한 경고의 목소리는 중요한 담론이 될 수 있다. 서승우 센터장과의 인터뷰는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에서 4시간여 동안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