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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 활성화 기반 VS 투자 빙자한 사금융

문화산업 점령한 벤처 캐피털, 축복인가 재앙인가

콘텐츠 제작 활성화 기반 VS 투자 빙자한 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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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 활성화 기반 VS 투자 빙자한 사금융

문화부는 2012년 업무보고에서 콘텐츠 제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계약조건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거부할 수는 없었지요. 방송 예정일까지 제작을 마치려면 그 돈이 꼭 필요했거든요. 보스톤조합이 제시한 조건대로 그해 1월에 6억 원, 8월에 4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그때는 비록 계약은 이렇게 해도 우리가 최선을 다해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투자금을 바로 상환할 수 없게 돼도 이해해주겠지 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든 정부가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자금이 들어온 펀드니까요.”

3년이 지났을 때, 그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2011년 1월 보스톤조합은 1차로 투자한 6억 원 중 캐릭터플랜이 채 상환하지 못한 4억1285만6343원에 이자 1억2635만4680원을 더한 5억3921만1023원을 요구해왔다. 8월에는 추가로 투자한 4억 원의 원금과 그간 붙은 이자 1억2241만9996원, 즉 5억2241만9996원의 상환을 추가로 요구했다. 3년 동안 1억8000여만 원을 갚았지만, 채무는 원금보다 6000만 원 이상 많아진 상태였다. 게다가 이제 연 25%의 연체이자까지 물어야 할 상황이 됐다. 양 대표는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방법이 없었다. 원금을 상환할 상황이 아닌 걸 알고 보스톤조합도 지금까지와 똑같은 조건으로 채권 만기를 2년 연장시켰다. 대신 이제껏 쌓인 이자는 갚아야 한다며 회사 사무실 처분을 요구했다. 사무실에 근저당을 설정하면서 나와 회사 이사들이 인담보도 서게 했다”고 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사무실이 팔리지도 않는다는 점. 양 대표는 “이자는 계속 늘어나 4억 원이 돼가는데, 이렇게 2013년이 와 원금까지 상환해야 하게 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최선을 다해 좋은 콘텐츠를 제작한 문화예술인에게 이럴 수는 없다. 금융 논리를 문화산업에 여과 없이 적용하면, 앞으로 누가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겠느냐”는 게 그의 호소다.

원금 10억에 이자 4억

보스톤조합도 할 말은 있다. 이원화 보스톤조합 대표펀드매니저는 “투자와 지원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양 대표는 이 두 가지를 혼동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보스톤조합이 캐릭터플랜에 투자한 금액은 운용사를 믿고 여러 투자자가 보내온 돈이며, 보스톤조합은 이들의 수익 실현을 위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모태펀드 출자에 대해서도 그는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펀드가 들어왔다면 더욱 손실 없이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 자금이 투자됐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펀드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긴 제작기간, 한정된 매출구조, 영세한 제작 환경 등의 요인 탓에 투자 위험이 높은 분야로 평가받는다. 일반 창투사들은 해외 투자유치, 해외 수출, 국내 방송사와의 편성계약 등이 완료돼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작품에조차 투자하기를 꺼린다. 2011년 관객 220만 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은 극장용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연출한 오성윤 감독도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6년 내내 자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그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만의 힘으로는 투자를 받기 힘들 것 같아 영화사 명필름과 공동제작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았다.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 유수 영화사와의 공동 제작으로도 펀딩이 안 된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고 했다. 정부가 모태펀드 출자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원화 대표펀드매니저는 “우리가 ‘빠삐에 친구’에 투자한 것도 모태펀드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정책적인 고려가 아니었다면 애당초 이런 투자계약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 대상으로 매력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양 대표의 열정이 감동적이었지요. 그는 이 애니메이션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떻게든 돕고 싶었지요. 양 대표도 인정하겠지만, 당시 보스톤조합의 투자가 없었다면 ‘빠삐에 친구’는 정상적으로 제작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치지 않으면서 이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투자 조건을 구성했고, 그걸 양 대표가 받아들여 투자가 이뤄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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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 기자│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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