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시에와 DMG의 경쟁 덕분에 독일 차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근대적인 차의 형태를 갖춰가게 된다. 차 생산은 물론 자동차 경주와 배, 비행기의 엔진 제작 등에서도 경쟁하던 두 회사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존폐의 위기를 맞는다. 두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 1926년 어쩔 수 없이 합병하고 다임러-벤츠 AG를 설립한다. 이때부터 경영은 카를 벤츠가 맡고 모든 차에는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스피드에 역점을 뒀던 다임러와 기술과 안전에 주력하던 벤츠가 하나로 어우러진 다임러-벤츠 AG는 갖가지 신기록을 세우며 명성을 쌓아간다.
다임러-벤츠는 세계 최초의 가솔린차를 만들고 자동차경주에서 잇따라 우승하는 동시에 트럭, 택시, 디젤차, 쿠페 등을 개발했다. 이때부터 다임러-벤츠가 만든 모든 것이 곧 세계 자동차의 역사가 됐다. 엔진과 서스펜션, 차체 개량에도 앞장서 1928년 고성능차 메르세데스 SSK를 만들고 다음해 고급형 뉘르부르크를 출시했다. 뉘르부르크는 단 한 번의 고장 없이 13일간 2만㎞를 쉬지 않고 달리는 내구성을 입증하며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다임러-벤츠는 여세를 몰아 1935년 세계 최초의 디젤 승용차 260D를 생산하게 된다.
1930년대 벤츠는 세계 각국의 군주나 원수가 즐겨 탄 그로서와 호화로운 유선형 스포츠카 MB500K 등을 선보인다. 1954년엔 지금도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300SL을 출시하는데, 경주용차를 기본으로 제작된 300SL은 파격적인 걸윙 도어에 6기통 2996cc 215마력에 달하는 막강한 엔진을 얹었다. 최고속도 250km/h로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일반 승용차였다. 300SL은 이후 10년간 3258대가 생산됐고, 뒤이어 나온 190SL과 함께 현재도 생산되는 SL시리즈의 기원이 됐다. 당시 생산된 300SL은 지금까지 절반 이상 살아남아 도로를 달리고 있다.
벤츠는 1960년대로 들어서며 오늘날까지도 벤츠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가로로 세워진 헤드라이트를 쓰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는 엔진 배기량에 따른 숫자로 모델명을 붙였다.

안전을 빼놓고 벤츠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어느 브랜드보다 안전에 많은 투자를 해왔던 벤츠는 1930년대 강화측면보호대와 안전도어 잠금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951년에는 충돌 시 엔진이 밑으로 밀려나 승객의 부상을 막는 안전차체를 개발해 특허를 따고, 1953년에는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플 존을 개발했다. 안전벨트 역시 1959년 벤츠가 처음 사용했고, 비슷한 시기에 세계 최초로 충돌 테스트를 실시하게 된다.
오늘날 대표적인 안전장치인 ABS와 에어백 역시 벤츠가 최초로 실용화했다. 이밖에 미끄러운 노면에서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아주는 ASD와 이를 개선한 ETS(Electric Traction System), 안전벨트 조임 조절장치 등도 벤츠가 자랑하는 안전기술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엠블럼인 세 꼭지별은 ‘육지,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최고가 되고자 했던 다임러의 열망을 표현한 상징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뮌헨에서 항공기 엔진 회사 BFW(Bayerische Flugzeug Werke)를 운영하던 카를 프리드리히 라프(Karl Friedrich Rapp)는 구스타프 오토(Gustaf Otto)가 운영하던 BMW(Bayerische Motoren Werke)와 합작해 모터 제작회사 BMW를 설립했다. BMW는 항공기 엔진을 생산했으나, 독일이 전쟁에 패하며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항공기 엔진을 포함한 일체의 무기류를 생산하지 못하게 되자, 1928년 모터사이클로 사업영역을 전환하게 된다. 항공기 엔진 기술을 토대로 만든 모터사이클은 당시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큰 인기를 끌게 됐고, BMW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는다.
모터사이클 성공에 힘입어 자동차로 사업을 확장한 BMW는 아이제나흐 자동차공장을 인수해 1933년 직접 만든 첫 모델인 3/20PS를 생산한다. 다음해는 직렬 6기통 1.2L 엔진을 얹은 303을 선보이며 BMW 3시리즈 탄생의 서곡을 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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