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가격제한폭을 사상 최대로 확대한 이유는, 가격제한폭 설정에 따른 비효율성과 불공정거래 소지를 완화하기 위함이다. 미국, 유럽, 호주 등의 증시엔 가격제한폭이 아예 없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정액제로 평균 ±22%, 중국과 대만은 각각 ±10%, ±7%다.
한국 주식시장은 아직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지 않았는데, 이번 조치는 이 지수에 들기 위한 준비 과정의 하나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MSCI 선진지수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organ Stanly Capital International)이 작성해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포함돼 있다.
‘3중’ 변동성 완화장치
금융당국은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변동성 완화장치에 대한 보완책도 동시에 마련했다. 이에 따라 과거에 가격제한폭을 확대했을 때보다는 가격 급변 가능성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3중’ 가격 안정화 조치는 다음과 같다.
① 동적(Dynamic) 변동성 완화장치 : 직전 가격 체결 대비 3%(코스피 200종목) 또는 6%(코스피 일반 및 코스닥 종목) 이상 가격이 변동할 경우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
② 정적(Static) 변동성 완화 장치 : 전날 종가 또는 장중 새로운 단일가격 대비 10% 이상 가격이 변동할 경우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
③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 강화 :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종전은 10% 이상) 하락하면 전체 시장의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한 후 재개. 지수 하락폭이 20%가 되면 당일 거래 중단(셧다운).
가격제한폭 확대가 시행된 지 한 달가량 지난 현재 시장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며 정착해가는 느낌이다. 지수의 등락 추이를 보면 6월 15일~7월 14일 영업일 기준 22일간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3.44%, 코스닥지수는 6.28% 올랐다. 일 거래량도 코스피의 경우 6월 22일(2.7억 주)을 제외하면 4억~5억 주 규모이고, 코스닥은 종전과 같이 5억~6억 주 규모를 유지했다. 거래대금도 각각 6조 원대와 4조 원대로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변동폭도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최저 -2.48%에서 최고 1.58% 범위에서 움직였고, 코스닥지수는 최저 -4.17%에서 2.57%로 변동폭이 좀 컸다(종가 기준). 이는 금년 들어 코스닥지수가 코스피지수보다 3배가량 더 오른데 따른 것이다.
상한가는 코스피에서 6월 17일 12개, 22~24일 각각 10개, 10개, 16개, 7월 2일 12개 외에는 대체로 한 자리수로, 대부분 거래가 적은 우선주여서 의미가 작았다. 하한가는 6월 25일 2개, 7월 7일 1개 뿐이었다(모두 우선주). 코스닥의 경우 상한가 종목이 가장 많았을 때가 6월 23일 8개였고, 하한가는 6월 17일 3개, 19일 1개에 불과했다.
이런 분위기는 1998년 12월 코스피 가격제한폭을 12%에서 15%로 확대했을 때와 확연하게 다르다. 당시는 외환위기 이후 대세 상승장이 전개되며 상한가 종목이 폭증하기도 했지만, 시행 첫달인 1998년 12월 양대 시장 합계 종가 기준 상한가 종목이 176개, 하한가 종목이 242개에 달했다. 이듬해 1월과 2월에는 상한가가 130개와 53개, 하한가가 55개와 18개로 급감했다. 이렇게 상·하한가 종목이 급감한 것은 1999년 1월과 2월이 지수 급등에 따른 조정기(10~15%)였기 때문이다. 이후 다시 지수가 급등했으므로 오히려 변동폭 확대가 주식시장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가격 변동폭 확대는 시장이 좋을 때는 더 많이 오르는 쪽으로 작용하고, 나쁠 때는 더 많이 내리는 쪽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는, 아직 시장 탐색기로 투자자들이 매우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달간의 추이를 보면 지수의 흐름과 변동폭, 거래량 등이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상한가 종목의 발생 빈도도 우선주와 그간 강세를 나타낸 바이오주에 집중하면서도 그 수가 매우 적었다. 하한가는 거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