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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해법은?

충분한 유동성 공급 & 달러화 가치 하향조정은 필수

미국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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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투자손실 파악이 중요

부시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글로벌 금융기관을 구제한다는 여론의 빗발치는 비난을 완화하기 위해 이번 법안에서 가능한 한 낮은 가격에 부실자산을 매입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역경매 방식이다. 역경매 방식이란 공적자금을 지원받고자 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부실자산 매각 가격 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금융기관 순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글로벌 금융기관의 암묵적인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글로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부실자산 매각 가격을 장부가격에 가까운 수치로 써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2년간에 걸쳐 70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글로벌 금융기관은 1차 경매에서는 유찰을 각오하고 가능한 한 최소의 부실자산을 장부가격에 가까운 가격으로 입찰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높게 낙찰된 가격을 기준으로 2차 경매부터 거액의 부실자산을 매각하려는 계산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부실자산을 매각하든 장부가격 이하로 매각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상당부분은 회수 불가능한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자산 가치를 보존하고는 있지만 금융시장의 심리적 위축으로 유동성이 크게 떨어져 현금화가 어려운 수준의 부실자산은 그리 많지 않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중 상당수는 서브프라임 론과 잠재적 부실 위험이 높은 알트에이(Alt-A·서브프라임보다는 높지만 우량 등급인 프라임보다는 낮은 중간 등급) 관련 자산이다. 이들 부실자산은 모두 미국 주택가격에 연동돼 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할수록 이들 부실자산의 가치는 더욱 떨어지게 된다.



이들의 실제 시장가격은 대략 장부가격의 50% 전후 수준이다. 이 경우 표2에서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60의 매입 가격은 30 이하가 된다. 이로부터 미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기관의 손실 대부분을 떠안아주지 않는 한 단지 공적자금 투입 액수의 크기만으로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7000억달러를 투입하든, 1조달러를 투입하든 공적자금 투입 규모가 문제 해결의 핵심 요소가 아니라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매입 가격을 얼마로 해주느냐가 문제 해결의 열쇠인 것이다. 즉 공적자금을 어떻게 투입할 것인가 하는 투입 방법이 문제이다.

결국 미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기관의 손실 대부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부실자산을 가능한 한 장부 가격에 가깝게 매입해주는 것만이 금융위기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경우 국민과 언론, 그리고 정치권의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바로 이런 점을 염려해 이번 종합구제금융대책 시행과 관련해 미 재무장관이 행한 모든 의사결정은 어떤 감사나 법적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복선을 깔아뒀다.

결국 문제는 다시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의 총 투자손실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추정하는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이는 미국 주택시장의 가격 여하에 달려 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할수록 확대된다. 주택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한 공적자금을 아무리 많이 투입해도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의 주택대출 관련 투자손실 규모를 대강 추정할 수는 있다. 올 6월 말 현재 미국 전체 금융기관의 주택모기지 대출이 12조달러를 넘었다. 또 주택 가격은 버블 정점 가격을 기준으로 20%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은 2조400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30%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3조6000억달러의 담보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모기지대출 차입자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이만큼 담보 증액을 추가로 요구받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추가 담보제공 능력이 없는 사람은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식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위상 추락

미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까지 이미 500만 호 이상의 주택이 차압되거나 연체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 감안하더라도 대략 1조1000억 달러 이상 부실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담보가치 하락분 2조4000억달러의 46%가량이 부실화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담보가치가 3조6000억달러까지 하락할 경우 부실자산 규모는 그 절반인 1조8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은 미국 전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처리하고 금융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구제금융대책을 실패로 몰아갈 수 있는 세 번째 이유가 남아 있다.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나 모건스탠리, 보험회사 AIG가 단기유동성 부족으로 파산하거나 파산 위험에 내몰린 것은 이들 기관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계속 환매나 채권 상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미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기 돈을 회수하고 싶어하는 이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다. 이들 금융기관에 묶여 있는 투자자금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시장과 주택시장이 단기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황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언제 또 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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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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