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호

2008년 재계 4대 화두(M&A·금융 빅뱅·규제완화·고유가) 향방

회오리바람에 쓰러지거나 순풍에 돛 달거나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입력2008-02-12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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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유가가 배럴당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한 1월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석유 선물거래 주문을 내고 있다.
    2008년 재계 4대 화두(M&A·금융 빅뱅·규제완화·고유가) 향방
    “올해 한국 재계에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분다. 이를 순풍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급부상하는 반면 역풍에 휩쓸리는 회사는 추락할 것이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재계 동향에 밝은 어느 경제연구소 대표는 이렇게 내다봤다. ‘친(親)기업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는 원년이어서 새로운 변화가 ‘어지러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다 국제금융시장 불안, 고유가 등 대외 요인도 풍향에 적잖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그는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 당선자 앞에서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투자를 늘리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그들의 심경은 매우 복잡할 것”이라면서 “투자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올해부터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인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라는 것.

    한국 재계는 기업의 성쇠를 좌우할 화두(話頭)들을 안고 2008년을 맞았다. 화두마다 막강한 에너지를 품고 있어 경우에 따라 재계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화두는 ▲대규모 인수·합병(M·A) 물결 ▲금융 빅뱅 ▲규제완화 ▲고유가 4개로 압축된다.

    외환위기 직후 대우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연쇄 도산을 경험한 재계는 2007년 말로 ‘포스트 외환위기 시대’가 마감됐다고 본다. 공교롭게도 그 시대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등 좌파정권이 10년간 집권했다. 이 시대에 기업인들은 외환위기를 불러일으킨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정부로부터 강도 높은 규제를 받았다.



    정부의 논리는 “기업을 방치하면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해지고 그 뒷감당을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므로 적절히 규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규제가 지나치면 기업의 자율성, 창의성이 훼손되게 마련이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할 때 관청 도장 수백개를 받아야 하는 현실에서 어느 기업인이 신나게 일할 수 있으랴. 이런 인허가 업무로 관청을 들락거리는 데 염증을 느낀 기업인들이 줄줄이 중국, 베트남 등 외국 투자처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는가.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할 때는 규제가 덜한 편이다. 그래서 한국 기업인들은 종종 “외국 기업과 비교해서도 역차별을 받느니 사업을 접거나 외국으로 나가겠다”고 볼멘소리를 토했다.

    기업에도 ‘잃어버린 10년’

    기업인의 시각에서 좌파정권 시기는 ‘잃어버린 10년’이었다. 투자의욕을 상실한 것은 물론 자존심도 무척 상했다. 이제 기업을 이해하는 정부가 출범하니 기업 활동과 관련한 심리는 무척 고무된 상태다.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재계 사정을 잘 이해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아무리 친기업 정부라 해도 개별 기업 또는 특정 산업에 특혜를 줄 수는 없다. 당선자 측에서도 “친기업 정부라기보다는 기업 친화적 정부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의 성패는 결국 기업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정경유착으로 이득을 얻는 시대가 지났을 뿐 아니라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단기에 그칠 뿐이다. 좋든 싫든 글로벌 스탠더드를 좇아야 하는 쪽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올해 이후 ‘게임의 룰’을 부쩍 강조하는 분위기가 재계에서도 형성될 것이다.

    이런 변화의 바람을 내 편으로 잘 활용하는 기업은 새로운 질서를 환영할 것이다. 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재계 4대 화두를 분야별로 점검해본다.

    화두 1 : 대규모 인수·합병(M·A)

    2008년 재계 4대 화두(M&A·금융 빅뱅·규제완화·고유가) 향방

    12월28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재계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탕!” 인수·합병(M·A) 쟁탈전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은 벌써 발사됐다. 참여 기업들은 기염을 토하며 스타트라인을 출발했다. 올해 M·A 경쟁이 유독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것은 ‘대어’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오기 때문. 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대한통운, 원조 대형 건설사인 현대건설, 세계 굴지의 반도체 생산업체 하이닉스, 몇 년치 일감이 쌓일 정도로 호황을 누리는 대우조선해양, 고유가 시대에 주목받는 현대오일뱅크 등이 새 주인을 찾아 나선다.

    이들 M·A 대상업체는 각 업종에서 규모, 노하우, 전통, 성장 가능성 등 여러 측면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다. 인수 업체는 당장 그 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한마디로 재계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셈이다.

    가장 먼저 개막한 곳은 법정관리 중인 대한통운 인수전(戰)이다. 지난해 11월 매각 공고를 낸 후 인수의향서를 낸 업체는 한진, 금호아시아나, GS, CJ, STX, LS전선, 효성, 농협, 현대중공업, 유진자산운용(옛 서울자산운용) 등 10개 회사다. 이 가운데 GS그룹과 유진자산운용은 인수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중도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법원은 나머지 8개사를 대상으로 인수제안서를 받아 우선 협상대상자를 고른다. 법원은 대한통운의 최소 매각가를 2조3352억원으로 제시했다. 매각공고를 내기 직전인 2007년 11월23일 증시 종가인 1주당 9만7300원에 신주 증자 물량 2400만주를 곱한 금액이다.

    인수 희망업체는 인수제안서에 입찰금액과 종업원 고용보장 계획 등을 담아야 한다. 법원과 대한통운은 우선 협상대상자를 결정할 때 가격 요소 60%, 고용보장 등 비가격 요소 40%를 고려할 방침이다. 대한통운의 현재 대주주 지분은 골드만삭스 25.95%, STX팬오션 14.73%, 금호산업 14.0%다.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 대부분은 대한통운을 품어 물류업계 왕좌를 차지한다는 야심을 가졌다. ‘중공업 왕국’을 꿈꾸는 STX그룹은 이미 인수한 범양상선으로 해상을, 대한통운으로 육상 물류를 맡는다는 복안을 세웠다. 그러나 STX그룹은 쌍용중공업, 대동조선 등을 인수하면서 피로감이 쌓여 이번 M·A 프로젝트에 ‘다걸기’하기엔 힘이 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과 금호아시아나의 라이벌 싸움도 관심 사항이다. 항공업 맞수인 양대 그룹은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재계 순위가 바뀐다는 점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한진은 금호아시아나보다 늘 재계 순위가 앞섰다가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바람에 뒤로 밀린 적이 있다. 절치부심하던 한진은 지난해 에쓰오일 대주주가 되면서 금호아시아나를 다시 추월했다. 어느 쪽이든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육·해·공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물류 그룹으로 도약한다. 농협은 대한통운을 인수해 농산물 유통에서 혁신을 꾀한다는 청사진을 가졌다. CJ와 효성도 사업 다각화를 꾀한다.

    올해 M·A 최고 매물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올해 M·A 대상 업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매물이다. 범(汎) 현대그룹의 모체 기업일 뿐 아니라 2006년 5월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이후 경영 실적이 크게 좋아져 인수 희망업체들이 잔뜩 눈독을 들인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CEO로 있던 업체인 데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도 연관이 있어 여러 호재를 가졌다.

    현대건설은 시가총액이 10조원이나 되는 거대 회사여서 아무나 인수하기 힘들다. 인수 의사를 밝힌 업체는 현대그룹, 현대중공업, 두산그룹 등이다.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과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적통(嫡統)을 차지하겠다는 차원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M·A 시장에서 지대한 관심을 끄는 업체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지난해 9월 투자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를 주간사로 선정해 하이닉스를 처분하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LG그룹, 현대그룹, 현대중공업 등을 인수 가능업체로 본다.

    2008년 재계 4대 화두(M&A·금융 빅뱅·규제완화·고유가) 향방

    산업은행(사진) 등 국책은행이 민영화하면 금융계에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LG는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빅딜’에 의해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반강제적으로 넘겨준 바 있다. 이런 연고 때문에 LG의 탈환설(說)이 자꾸 흘러나온다. 그러나 강유식 (주)LG 부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는 검토한 적도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는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동시에 인수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이닉스 주식의 시가총액이 11조원에 이르러 지분 일부를 인수한다 해도 자금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세계 3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의 M·A 성사 여부는 세계 조선업계의 관심거리다. 올해 매출목표가 9조9000억원에 달할 만큼 수주 실적이 탄탄하다. 현재 대주주 지분은 산업은행 31.27%, 자산관리공사 19.11%로 정부 지분이 50.38%에 이른다. 산업은행은 현대건설, 하이닉스에 앞서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먼저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포스코, 두산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이 인수 가능업체로 거론된다. 윤석만 포스코 사장은 지난 12월21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선박 건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판을 생산하는 포스코로서는 연관 업종에 진출해 시너지효과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인수하면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가 된다. 이런 이유로 오히려 “이들 조선업체의 M·A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오일뱅크 M·A 경쟁에는 GS칼텍스정유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허동수 GS회장은 GS칼텍스의 합작회사인 쉐브론과 이 사안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1월 GS, STX, 롯데, 코노코필립스(미국 3위 정유사) 등 4개 업체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았다. 아직 우선 협상대상자를 고르지는 못했다.

    화두 2 : 금융 빅뱅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금융 빅뱅’이 일어난다. 금융회사 간에 M·A 열풍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민영화하겠다고 공약했으니 그 진행과정은 금융계의 지축을 흔들 만하다. 더욱이 2009년 2월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회사의 업종별 영역이 거의 사라지므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올해부터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할 움직임이다.

    후폭풍은 재계에도 몰아칠 전망이다. 금융회사의 M·A에 재계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것이기 때문. 재계의 관심은 금산분리 완화에 쏠려 있다.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도록 한 현행 제도를 이명박 당선자가 완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대기업이 금융회사를 지배하며 남의 돈으로 덩치를 계속 불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취지와는 달리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길이 막혀 금융이 낙후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홍익대 선우석호 교수(경영학)는 “금융회사, 특히 은행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제조업의 자금과 국제적 인력, 그리고 세계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이 엄격해지고 기업 지배구조가 많이 투명해졌으므로 금산분리 제도를 조속히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명박당선자는 “국책은행 주식을 민간에 판 재원 20조~30조원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할 것”이라 여러 차례 발언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월7일 내놓은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에서 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 부문과 대우증권을 합병해 산은금융지주를 설립, 민간에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매각대금 20조원은 한국투자펀드(KIF)를 세워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방침. 인수위원회는 KIF의 모델로 독일재건은행(KfW)을 예시했다. 정책금융 전담기관인 KfW는 개발은행본부, 수출은행본부, 중소기업은행본부, 개발도상국지원은행 본부 등의 조직을 갖췄다.

    시가총액 80조대 매머드 그룹

    기업은행 인수를 노리는 곳 가운데는 하나금융이 돋보인다. 하나금융은 과거 은행 인수전에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으므로 이번엔 사활을 걸고 뛰어들 자세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도 금융 빅뱅에서 회오리바람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우리금융 지분이 팔리면 은행권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긴다. 우리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15조1934억원(1월10일 종가 기준)으로 경영권을 장악하려면 거액이 든다. 현실적으로 이를 감당할 주체를 찾기 어려워 공동 인수가 유력시된다.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은행, 광주은행은 따로 매각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부 ‘통큰’ 금융전문가와 인수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산업은행 IB부문, 대우증권, 기업은행 등 4개 금융회사를 합쳐 매각하는 아이디어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시가총액 80조원의 초(超)대형 금융그룹이 된다.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하려면 한국에도 자본력이 막강한 매머드 금융그룹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연기금, 펀드 등에 지분을 쪼개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증권계에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몸집이 작은 증권사는 살아남기 어려우므로 올해엔 증권사마다 몸집 불리기를 본격 추진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엔 IB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를 세우거나 인수할 방침이다. 동부증권과 메리츠증권은 각각 2000억원, 1500억원을 증자해 덩치 키우기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화두 3 : 규제완화

    이명박 경제, 이른바 ‘MB노믹스(MBnomics)’의 핵심은 ‘기업들이 왕성하게 움직이도록 정부가 멍석을 깔아주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지면 일자리가 늘고 성장률도 높아진다는 논리다. 그 결과로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한국은 선진국에 확실히 진입한다는 것. 틀리지 않은 추론이다. 그런데 이를 실현하려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정부는 시장경제 체제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각종 규제를 통해) 자원배분에 개입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재계는 그동안 노무현 정부에 줄기차게 ‘규제개혁’을 건의했다. 그러나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분적으로 ‘규제완화’가 있었을 뿐이다. 재계는 정부의 ‘규제개혁 장관회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본다.

    재계는 이명박 당선자가 유세 과정에서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들겠다”고 한 발언에 고무됐다. 당연히 정부의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당선자는 2006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정부 들어 공무원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기업에 대한 규제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무원에게 드는 추가 인건비 5조원보다 그 사람들이 (민간에) 간섭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수십조원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이런 점과 관련해서 재계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정부 조직을 줄이고 공무원 감축 액션 플랜을 추진하기를 소망한다. ‘작은 정부’로 ‘큰 효율’을 추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재계 인사들은 “투자를 촉진하려면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7개 대기업 집단의 27개 기업에 대해서는 출총제가 적용된다. 대기업 그룹 회사는 이 같은 걸림돌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개정 시행령 덕분에 LG, 금호아시아나, 한화, 두산 등이 출총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바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9개사, 현대·기아차그룹의 5개사, SK그룹의 3개사, 롯데그룹의 4개사, 현대중공업 그룹의 3개사, 한진그룹의 2개사 등은 여전히 출총제 그물에 갇혀 있다. 이들 회사는 출총제 멍에를 벗고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싶어한다.

    재계는 법인세 인하도 갈망한다. 현행 25%에서 20%로 낮아진다면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분을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면 확대 성장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화두 4 : 고유가

    10년 전인 1998년까지만 해도 국제 원유가(WTI 기준)는 1배럴에 10달러 안팎이었다. 그 후 슬금슬금 오르더니 2007년 초엔 60달러 선을, 올 1월 초엔 한때 100달러선을 돌파했다.

    유가 급등 원인은 수급 불균형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중동 산유국들의 정정(政情) 불안, 투기적 요인 등이 겹쳤다. 전세계 석유 생산량의 25%가량을 쓰는 미국은 최근 소비량 증가율이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여전히 폭증하고 있다.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원유 공급량은 하루 8500만배럴 정도. 앞으로 당분간은 늘어나는 수요에 맞추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기름밭’에 떠 있다시피 한 사우디아라비아조차 자국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출 물량을 늘리지 못할 정도다.

    유가 전망에 대해 90달러 선에서 멈출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소수 전문가들은 100달러를 넘어서 세 자릿수를 유지할 것이라 내다본다. ‘6월 중 120달러 돌파’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도 있다. 세계 유수의 투자회사 골드만삭스는 이미 2005년 3월에 ‘유가 10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데다 에너지 효율도 낮은 탓에 고유가에 취약한 체질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제조업 전체로는 유가가 10% 오르면 중간투입비용이 0.98%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유 또는 석유제품을 원부재료로 많이 쓰는 업종은 원가상승률이 높아 부담을 안는다. 유가 10% 상승시 원가상승률은 석유화학 3.38%, 운수보관 1.39% 등이다.

    비용에서 유류비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비상한 각오로 새해 경영전략을 세웠다. 이들 회사는 신기종을 확보하고 신규 노선을 늘리는가 하면 사업 확충을 꾀한다. 대한항공은 올해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최대 물류회사인 시노트랜스와 합작으로 화물항공사 그랜드스타를 설립한다. 또 별도 법인으로 세운 저가 항공사 ‘에어코리아’를 5월에 출범시킨다. 또 중국, 미주, 유럽 등에 새로운 수익 노선을 발굴해 고유가 시대를 극복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월 새로 취항하는 인천-파리 노선을 조기에 정착시키고 수익성이 개선되는 미주 노선을 늘리기로 했다. 또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신기종 선정 프로젝트를 올 상반기에 마무리해 차세대 주력 기종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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