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호

애플의 철학을 이해하는 액세서리 브랜드 INCASE

  • 신정원| 월간 기자 gardennew@design.co.kr

    입력2012-03-21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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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의 철학을 이해하는 액세서리 브랜드 INCASE
    2000년대 들어 등장한 스마트폰은 전 세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켰다. MP3,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휴대전화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일단 가방이 가벼워졌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파생되는 콘텐츠는 정보와 즐거움을 준다. 초행길에 길을 잃을 두려움도 없어졌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으로 동반 성장한 시장도 많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1년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 규모가 약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2010년(2445억 원)에 비해 두 배 성장한 것이며 2012년에는 1조 원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했다. 액세서리라고 하면 몇 천 원 내외의 휴대전화 고리가 전부였던 피처폰 시절과는 달리, 70만~80만 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액세서리도 흔하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은 갈수록 다변화, 고급화하고 있다. 선호하는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자신의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요즘 세대는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고를 때도 까다롭다.

    세계 최초로 아이팟 케이스 디자인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보유한 인케이스는 세계 최초로 아이팟 케이스를 디자인한 회사다. 이후에도 인케이스는 줄곧 ‘애플 기기만을 위한 액세서리 디자인’을 해왔다. 애플 사용자가 액세서리 하면 곧 인케이스를 떠올리는데, 이는 애플과 인케이스의 공통점 때문이다. 초간소화한 디자인으로 기능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애플의 브랜드 철학은 인케이스의 정체성과 일맥상통한다. 인케이스 공동 설립자이자 CDO(Chief Design Officer)인 조 탄(Joe Tan)과 디자인 담당 부사장 마르커스 디벨(Markus Diebel)은 미국 산업디자인 회사 아이데오 출신인데, 이 아이데오라는 회사는 애플이 출시한 최초의 마우스를 디자인한 회사다.

    인케이스의 한국 유통 회사인 프리즘 디스트리뷰션 양준무 대표는 아직 한국에 스마트폰이 정식 소개되기 전인 2009년 초, 미국의 인케이스를 들여왔다. 인케이스는 국내 공식 론칭 이후 매년 20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7년 저는 미국에서 처음 인케이스를 구입했습니다. 디자인을 보고 샀는데, 갈수록 사용자를 배려한 디테일과 실용성에 매력을 느끼게 됐죠. 인케이스는 기술과 라이프스타일의 접점을 찾아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소화하면서도 기능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디자인의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였습니다. 현재까지도 기술과 디자인, 문화를 아우르는 브랜드는 인케이스밖에 없다고 단언합니다.”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인케이스는 ‘훌륭한 디자인을 통한 탁월한 경험’을 모토로 한다. 창의적인 도전 정신과 하위문화(sub culture)를 접목한 제품으로, 애플 사용자뿐만 아니라 패션, 아트, 디자인, 음악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를 공략한다. 인케이스의 브랜드 철학은 매년 진행하는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앤디 워홀을 제외하고는 생경한 이름이 많다.

    인케이스의 대표적 히트작은 ‘CSC(차이나타운 사커 클럽) 사커 백’이다. CSC는 예술가,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에디터 등이 속해 있는 뉴욕의 ‘조기 축구회’다. 인케이스는 CSC만을 위해 사커백을 개발했는데, 아침에 축구를 하고 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축구공, 신발, 노트북을 함께 수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시장의 반응이었다. 한국에 들어온 제품 30개를 각 33만 원에 판매했는데, 출시한 지 30분 만에 동이 났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활동하는 네덜란드 출신 사진작가 아리 마르코폴러스와 진행한 ‘아리 마르코폴러스 카메라 백(Ari Marcopoulos Camera Bag)’도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카메라와 필름, 아이패드를 수납하면서 활동성도 좋은 가방을 원한다는 그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500개 한정판으로 출시되었는데 한국에서만 150개가 팔렸다. 이밖에도 프로 스케이트 보더인 폴 로드리게스(Paul Rodriguez), 뉴욕의 에이스 호텔과의 협업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인케이스 측은 “다양한 창작가와 함께 하는 작업은 인케이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좀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말했다.

    애플의 철학을 이해하는 액세서리 브랜드 INCASE


    애플의 철학을 이해하는 액세서리 브랜드 INCASE
    인케이스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이 바로 ‘나일론 백팩’이다. 나일론 백팩은 맥북, 아이패드, 카메라, 아이폰 등 수납공간이 필요한 소비자를 위해 만든 인케이스의 대표 작품이다. 세로로 길쭉한 백팩은 단순해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한 지퍼가 여럿 달려있다. 나일론 소재로 세련미를 더했고 빨강, 검정, 자주 등 갖가지 색깔로 개인의 취향을 드러낸다. 디자인은 물론 실용성, 수납성, 착용감까지 모두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인케이스 가방을 사용해본 소비자들은 “소재나 디자인에서 어깨의 부담을 최소하려는 노력이 드러난다”고 평한다.

    앞으로는 외형에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제품에 녹인 브랜드가 더욱 인기를 끌 것이다.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 가방은 트럭 덮개로 쓰던 폐 방수포(물이 스며들지 못하게 방수제를 발라 가공한 피륙)를 재활용해 만든다. 가방 끈은 폐기 처분된 자동차의 안전벨트를 이용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프라이탁의 기특한 아이디어와 제품 생산 방식은 남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좇는 소비자층의 주목을 받았다. 자칫 “쓸모없는 물건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구입하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를 줄 수 있었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패턴의 가방”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인케이스와 프라이탁 모두 브랜드 철학을 라이프스타일로 풀어낸 브랜드다.

    스마트폰 등장 덕분에 헤드폰 시장 역시 전성기를 맞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헤드폰 시장의 규모가 최근 2년 새 50% 이상 커졌으며, 이 중 프리미엄 헤드폰 시장(판매가격 30만 원 이상) 점유율이 2011년 7%로 2년 새 7배 이상 성장했다. 스마트폰이 기존 MP3 시장을 대체하면서 음악 감상을 하는 가장 보편적인 기기가 됐을뿐더러, 헤드폰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고객의 삶을 바꾸는 브랜드

    애플의 철학을 이해하는 액세서리 브랜드 INCASE
    인케이스는 지난해 9월 소닉(Sonic), 리플렉스(Reflex), 피봇(Pivot), 캡슐의 오디오 라인을 출시했다. 인케이스의 오디오 라인 콘셉트는 ‘내추럴 사운드, 미니멀 디자인(Natural Sound, Minimal Design)’. 모든 장르의 음악을 깔끔하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프로듀싱된 음악을 그대로 재생하고 인위적인 증폭이나 왜곡 없이 재생하는 것이다. 헤드폰은 액세서리의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기술이 들어간 전자제품이다. 그래서 디자인 기업 인케이스가 헤드폰을 론칭했을 때도 한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얼리어댑터(early-adapter)와 파워블로거들의 좋은 평가를 통해 이 우려를 극복했다. 마르커스 디벨 디자인 담당 부사장은 “고성능과 최고의 디자인을 동시에 가진 오디오 브랜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인케이스코리아는 로컬 브랜딩의 일환으로 국내 창작 디자인 그룹인 스티키몬스터랩(Sticky Monster Lab, 이하 SML)과 아이폰 케이스 협업을 진행해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SML의 마니아층을 염두에 두고 300개만 제작했는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지 7분도 채 되지 않아 완판된 것. 부창조 SML 아트디렉터는 “인케이스와의 협업은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결과물이 나온 것 자체가 성과”라고 말했지만 고객 반응은 뜨거웠다.

    인케이스코리아는 자체 비용으로 2011년부터 계간지 ‘스펙트럼’을 발간하고 있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잡지 스펙트럼은 패션과 아트, 디자인, 뮤직, 스트리트 등 다양한 하위문화를 지향하는 인케이스의 정체성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국내 유망주 아티스트를 발굴해 알리는 게 목표다. 김세일 스펙트럼 아트디렉터는 “인케이스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스토리로 녹여낸다. 디지털 기기의 액세서리를 디자인하는 인케이스는 어느 브랜드보다 디지털화된 동시에 아날로그적이다. 단순히 제품을 팔기 위해 광고하는 것으로는 영민한 요즘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인케이스는 사진작가를 위한 카메라 컬렉션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단순한 액세서리 브랜드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이해하고 여기에 문화적 감성을 더한 인케이스는 애플과 함께 세계 디자인 피플들의 삶을 더 편리하고 세련되게 바꿔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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