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가상 세계 속 ‘또 다른 나’ 활동 욕구 증대
‘재명이네 마을’ ‘AI 윤석열’은 온라인 유권자 겨냥한 홍보 수단
SM 걸그룹 ‘에스파’, 현실과 가상 캐릭터 혼합한 원조 격
메타버스에서 비즈니스 기회 찾는 기업 갈수록 늘어날 것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오프라인 일상이 크게 제약을 받으면서 온라인에서 ‘또 다른 나’로 살아갈 기회는 획기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결합하면서 온라인 가상세계 속 ‘또 다른 나’는 점차 현실세계의 나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2022 세계미래보고서가 제시한 ‘메타 사피엔스’ 출현에 유리한 기술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실 못지않게 치열한 가상 대선후보 홍보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왼쪽) 온라인 홍보 플랫폼 ‘재명이네 마을’. [뉴스1, 재명이네마을 홈페이지 캡쳐]
재명이네 마을은 이 후보를 소개하는 재명이네 ‘집’, 사진과 동영상 등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사진관’, 이 후보 공약을 상세히 소개하는 ‘주민센터’와 대선 관련 가짜 뉴스를 신고할 수 있는 ‘파출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재명이네 마을에서 가장 활발히 운용되는 곳은 이 후보에게 질문을 하거나 조언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는 ‘커피숍’이다. 2021년 12월 2일 개설 이후 열흘 만에 30만 명 가까운 이들이 참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목소리와 외모를 본떠 만든 ‘AI 윤석열’. [국민의힘 유튜브 캡처]
더욱이 ‘AI 윤석열’은 현실 속 윤 후보가 정치 입문 당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도리도리’를 하지 않는다.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도 온라인 가상세계를 통한 선거운동 방식이 적극 활용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안에 ‘BIDEN HQ’라는 섬을 만들어 이곳을 방문한 온라인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본뜬 아바타가 대선 공약을 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의 선거운동을 했던 것. ‘재명이네 마을’과 ‘BIDEN HQ’ ‘AI 윤석열’은 시공간적 제약을 기술력으로 극복해 더 효과적으로 유권자에게 후보를 알리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선후보 1인을 위한 가상 세계’라는 한계가 있다.
메타버스 선거운동이 현실을 대체하려면 ‘재명이네 마을’의 주인은 물론 이 마을을 찾은 참여자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상세계에 만들어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처럼 활동할 수 있는 가상 세계를 뜻하기 때문이다. 특정인을 위해 온라인에 만들어놓은 정보를 탐색하거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은 ‘메타 사피엔스’라기보다는 ‘메타버스 유저’다. 그런 점에서 대선후보들이 만들어놓은 온라인 플랫폼은 대선후보 1인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수준에 머물러 있다. 참여자들은 시공간 제약 없이 온라인에 접속해 단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온라인 공연 성공 가능성 연 BTS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걸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엔터업계의 이 같은 성공은 메타버스의 경제적 가능성과 효용성을 입증했다. 가상세계의 삶에 친숙한 MZ세대는 오프라인 콘서트 현장 못지않게 온라인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즐기려 한다는 게 전 세계적 현상임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부 세대가 주로 메타버스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누구나 가상세계에서 또 다른 자신의 삶을 살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현대원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장은 “과거 인터넷이나 SNS도 초기에는 일부 젊은 세대의 전유물처럼 사용됐던 것이 점차 전 연령대로 확산됐던 것처럼 지금 메타버스는 Z세대에서 인접한 M세대로 확산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성세대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걸그룹 ‘에스파’는 현실 세계 멤버는 4명이지만, 각각 또 다른 온라인 아바타 4명을 추가해 8명이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세계가 소통하고 교감하는 첫 사례인 셈.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에스파’의 온라인 아바타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가상 인물의 대표 사례”라며 “초창기에는 팬들도 부정적으로 인식했지만 메타버스가 일반화되면서 이제 팬들도 에스퍼의 온라인 캐릭터 활동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현실과 가상 세계가 공존하면서 통합되는 메타버스 현상은 게임과 엔터를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면서까지 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 강자들은 이미 메타버스에 걸맞은 비즈니스 전략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원 대학원장은 “초창기 가상공간에서의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됐던 메타버스는 이제 게임과 엔터를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엔터와 쇼핑, 금융과 교육이 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로 진화하게 되면 인류의 삶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00년대 초 닷컴버블과 같은 상황이 메타버스 열풍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닷컴 붕괴 이후에도 인터넷과 SNS를 통한 인류의 삶이 크게 바뀐 것처럼 메타버스를 매개로 한 삶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미래보고서 #메타버스 #메타사피엔스 #신동아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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