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KT&G 공격 행동주의펀드가 ‘개미’ 지지 받는 까닭

[거버넌스 인사이드] 주가가 2007년 수준에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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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3-03-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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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 19.3% 오르는 동안 주가 21%↓

    • 행동주의 펀드 “14만 원→8만 원, 만성적 저평가”

    • 주주환원 공언에 시장은 외면… “기대 안 되니까”

    • 지배구조 전문가 “이사회 유명무실, CEO 견제 어려워”

    • KT&G “매우 준수한 주가, 세계 최고 수준 지배구조”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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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 [KT&G]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 [KT&G]

    백복인 KT&G 사장(CEO)은 1993년 KT&G 전신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30년간 일한 ‘KT&G 맨’이다. 2015년 10월 8일 공채 출신으로 첫 사장이 됐다. 2018년 3월 연임, 2021년 3월 3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명분은 뛰어난 경영 실적이다. 부임한 이래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다. 2016년 4조4689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5조8565억 원을 찍었다. 사상 최대다. 해외 사업도 일궜다. 지난해 KT&G는 글로벌 궐련 부문에서 매출 1조98억 원을 거뒀다. 2021년보다 47.2% 더 늘어났다. 두둑한 보상으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백 사장의 보수는 2020년 11억7300만 원에서 2022년 15억48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언뜻 훌륭해 보이지만 내실에는 허점이 있다. 영업이익이 떨어졌다. 2016년 1조4688억 원에서 지난해 1조2678억 원으로 13.7% 떨어졌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주가다. 백 사장의 ‘아킬레스건’이다. CEO의 책무 중 하나는 주가 부양이다. 주가를 가장 잘 끌어올릴 것으로 판단돼 주주들이 경영을 맡긴 사람이라 그렇다. 이 점에서 백 사장은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가 첫 취임한 날 KT&G 주가는 10만8000원. 올해 3월 13일엔 8만5400원이 됐다. 21%가량 떨어졌다. 2016년 7월 1일 기록한 최고가(13만7000원)와 비교하면 더 초라하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019.53에서 2410.60으로 19.3% 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 KT&G는 행동주의 펀드의 맹공을 받고 있다. 이 역시 주가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KT&G 주가가 기업의 실질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하며 KT&G 이사회에 배당 확대, 자사주 취득 및 소각,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행동주의 펀드는 여론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무리한 요구를 일삼으며 기업을 헤집어놓고 주가를 띄운 후 ‘단타’를 치고 빠져나가는 존재, 이른바 ‘기업 사냥꾼’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젠 다르다. 3월 28일 KT&G 주주총회에선 행동주의 펀드 요구를 반영한 10가지 안건이 상정됐다. 행동주의 펀드와 KT&G 간 판세도 백중지세로 전망된다. 작금의 사태에 백복인 사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주총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에 공감하는 주주가 많다는 뜻”이라며 “이사회가 유명무실한 한국 기업 지배구조 특성상 소유분산 기업 CEO라도 견제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주가는 답을 알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가 추이를 근거로 KT&G를 ‘정체 상태’로 바라본다. 지난해 10월 26일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T&G 이사회에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글로벌 전략 수립, 한국인삼공사(KGC) 분리 상장, 비핵심사업 정리, 잉여현금 주주환원, 사외이사 선임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보냈다. 당시 이상현 FCP 대표는 “KT&G 시총은 보유 현금 및 자회사 가치에도 못 미친다. 주가는 실질 가치보다 50% 할인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이날 KT&G 주가는 9만2800원으로 전날 대비 3.8% 뛰었다. 52주 신고가 경신이다. 다음 달 2일 행동주의 펀드 안다자산운용도 KT&G 이사회에 “KT&G 주가는 2007년 수준으로 만성적 저평가 상태”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KGC를 분리 상장하라”며 압박을 가했다. 이날 역시 KT&G 주가는 9만4500원을 기록하며 전날보다 2.27% 더 올랐다.



    이후 KT&G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11월 30일 10만 원을 찍었다. 배당락 영향으로 올해 1월 5일 8만7700원까지 떨어졌지만 금세 회복했다. 1월 18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해 1월 26일 9만6400원까지 올랐다.

    이날 KT&G 기업설명회가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은 “분리 상장은 실익이 없다”며 행동주의 펀드 요구를 거절했다. 자사주 소각이 주주가치 증대에 효과가 없다고도 했다. 대신 지난 2021년 11월에 발표했던 2021년~2023년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KT&G는 올 하반기 구체적인 자사주 소각계획을 포함한 ‘신(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 날 KT&G 주가는 2.49% 하락해 9만4000원을 기록했다. 장 중 9만1900원(-4.7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때부터 주가는 힘을 잃었다. 지속 하락해 3월 13일 8만5400원에 이르렀다. 담배사업 분야 애널리스트 A씨는 “행동주의 펀드 요구가 부당한지 아닌지 문제를 떠나 주가는 답을 알고 있다”며 “KT&G는 ‘현상 유지’를 택한 듯한데, 시장에선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주가는 기대감을 먹고 자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담배사업 분야 애널리스트 B씨는 “KT&G가 내놓은 자사주 매입, 배당금 지급은 과거 내놓은 주주환원 정책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온 걸 한다는 건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을 거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라고 꼬집었다.

    “소유분산기업도 CEO 힘 절대적”

    백복인 사장의 3연임을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해져 주가 저평가로 이어진다는 게 이유다. KT&G는 2002년 민영화된 대표적 소유분산기업이다. 다른 소유분산기업으론 KT, 포스코와 KB금융, 우리금융 등 금융지주사를 꼽을 수 있다.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린다. 막강한 대주주가 없다.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지만 지분율은 7.44%다. 지배구조 선진화가 과제로 꼽힌다. 정부 당국도 주목하는 이슈다. 1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깊이 있게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백 사장의 3연임 과정은 수월했다. 연임 때 KT&G 사외이사 6인으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사장 공모를 발표한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최소 5일 이상 접수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원 자격도 전·현직 전무 이상으로 한정해 외부엔 문을 닫았다. 노준화 충남대 교수, 이준규 경희대 교수 등 사추위 위원이 백 사장과 가깝다는 주장도 나왔다. KT&G 관계자는 “해당 논란은 과거 한번도 제기된 적이 없는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3연임 땐 후보 추천부터 3연임 확정까지 불과 11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연임, 3연임 때 모두 사추위는 백 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결국 연임 의사를 철회하긴 했으나 복수 후보 경선을 역으로 제안해 한 달간 27명을 제치고 최종 후보가 된 바 있는 구현모 KT 사장, 단독 후보긴 했으나 후보 추천부터 회장 연임까지 3개월이 걸린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는 대조적이다.

    사내 기금‧재단은 현 경영진에게 우호적이다. 감사보고서상 ‘KT&G 우리사주조합’ ‘KT&G 복지재단’ ‘KT&G 장학재단’ 등 KT&G 사내 기금·재단이 보유한 지분은 11% 수준으로 국민연금공단보다 더 많다. 민영진 KT&G 복지재단 이사장은 백 사장의 선임 사장(2010~2015)이다. 백 사장은 KT&G 장학재단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B씨는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다. 주총 등 유사시 KT&G 사내 기금과 재단은 백 사장을 지지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너가 다스리지 않는 소유분산기업이라도 CEO의 힘은 절대적”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는 매우 취약한 편이다. 오너 일가뿐 아니라 경영권을 장악한 전문 경영인 역시 ‘참호’를 파 자리를 보전하려 든다”고 꼬집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 기업에 오래 있었던 내부 인사는 회사 사정을 잘 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내부적으로 많은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는 뜻도 된다. 이사회를 구워삶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셀프 연임’한다”고 말했다. 문성후 한국ESG학회 부회장은 “사외이사라고 해도 CEO와 친한 사람을 ‘알음알음’ 데려오곤 한다. 연임을 하다보면 계속 하려 드는 게 일반적이다. 지배구조상 결코 좋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KT&G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준 실망감이 커 행동주의 펀드가 지지받는 것”이라며 “행동주의 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조언한다. 문 부회장은 “아무리 주주 권익을 외치는 행동주의 펀드라도 행태가 유별나면 동의를 받지 못한다. 근래 행동주의 펀드가 KT&G와의 갈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그만큼 행동주의 펀드의 명분에 공감하는 주주가 많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박상인 교수는 “한국은 소유분산기업이어도 전문경영인의 참호 효과가 심한 편이다. 주주들의 견제가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서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나 요구 사항이 설득력 있다. 그들을 ‘단타꾼’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장기적으로 그들이 요구한 사항이 기업 지배구조 및 주가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대다수다.”

    KT&G “주가 선방, 지배구조 뛰어나”

    KT&G 관계자는 “특정한 시점 주가를 단순 비교하는 것보다는 경영 실적과 성장 잠재력을 종합 고려해 기업가치를 판단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백 사장 취임 후 글로벌 사업 확대, 수익성 강화 노력으로 회사는 지속 성장하고 있다. ESG 트렌드 강화로 외국인 보유 주식 비중이 축소되며 주가가 하락했다. PMI, BAT, JT 등 외국 기업과 비교하면 주가 흐름이 준수하다. KT&G 사장 선임은 사추위에서 공정하고 엄격한 자격심사를 거쳐 사장 후보자 선정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한다. 사장 후보자 선임과 추천에 관한 모든 권한은 사추위에 귀속돼 있다. 백 사장 연임은 사추위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한 사항이다. 사외이사 역시 후보군 중 특정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 후보만을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선임하고 있다.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부터 독립성과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으며 상법과 내부 규정상 독립성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21년 2월 MSCI의 ESG 평가에서 ‘AA’등급을 획득하는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를 인정받고 있다. 사내 재단 및 기금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의결권 역시 각 기관별 자체 판단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해당 기관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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