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쿠팡,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 맹추격

[유통 인사이드] ‘물류 왕좌’ 놓고 건곤일척

  •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입력2024-01-25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보관·포장·배송·반품… ‘로켓그로스’ 무장한 쿠팡

    • 택배 브랜드 ‘오네’ 및 물류센터 확대로 방어 나선 CJ대한통운

    • 업계 “물류 자동화·디지털화에 더 투자하는 쪽이 승리”

    [Gettyimage]

    [Gettyimage]

    최근 국내 물류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택배업계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쿠팡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며 추격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쿠팡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선보인 ‘로켓그로스(Rocket Growth)’를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는 한편, 중국 현지 판매자를 늘리는 등 해외 세력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맞서 CJ대한통운은 통합 배송 브랜드를 론칭하고 글로벌 배송센터를 고도화하고 있다.

    쿠팡 회심의 추격 전략 ‘로켓그로스’

    쿠팡은 지난해 말부터 전용 판촉 캠페인을 열고 현지 설명회를 지속 확대하며 중국 현지 판매자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 판매자에 대해선 바이럴 마케팅 캠페인을 공지했다. 쿠팡 내 상품을 등록하고 한국 주요 포털사이트에 홍보 게시물을 올려 일정 조회수를 충족하면 ‘보조금 쿠폰’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판매자는 쿠팡 시스템 추천 수준 이하로 상품 가격을 설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설명회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로켓배송·로켓그로스와 같은 글로벌풀필먼트서비스(CGF)를 기반으로 한국 내 사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내용의 골자다.

    업계는 쿠팡의 행보를 중국발(發) 이커머스 플랫폼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풀이한다. 물론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상품 경쟁력 강화가 중요해진 형국이지만 이를 경쟁 플랫폼 견제 차원으로만 해석하기엔 부족하다. 그간 쿠팡이 사업을 전개해 온 방식을 보면 ‘더 큰 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쿠팡의 상품경쟁력은 로켓그로스를 통해 더 강력해지고 있다. 로켓그로스는 쿠팡이 물류 전문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와 함께 지난해 3월 도입한 서비스다. 오픈마켓(마켓플레이스) 판매자가 쿠팡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만 하면 보관·재고관리·포장·배송·반품을 모두 쿠팡이 담당하는 서비스다.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면 일반 판매자의 상품도 로켓배송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로켓그로스 론칭 이전 쿠팡 입점 판매자들은 창고를 별도로 임차해 상품을 보관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제품을 포장해 별도 계약한 택배업체를 통해 배송해야 했다. 판매자는 교환이나 반품 요청이 들어오면 직접 소비자를 응대하고 교환·반품도 처리해야 했다.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면 이 모든 과정을 쿠팡이 진행해 주고 건당 물류·배송 비용만 지급하면 돼 편리하다.

    로켓그로스는 본격적으로 배송을 대행하는 3자 물류 사업이다. 물류는 크게 자체 물류를 수행하는 1자 물류(1PL), 자회사 또는 계열사 물류를 담당하는 2자 물류(2PL), 외부 물량을 담당하는 3자 물류(3PL)로 나뉜다.

    로켓그로스의 성장세는 초기부터 심상치 않았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로켓그로스를 통한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0% 늘었다. 이는 1분기 매출액의 7%, 전체 제품 판매량의 4% 수준이다. 또 지난해 3분기 기준 로켓그로스는 쿠팡의 전체 비즈니스 성장 평균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실적 콘퍼러스 콜에서 “로켓그로스를 통한 상품 확대로 고객 수와 지출액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끊임없이 로켓그로스를 강조해 왔다.

    아마존 롤 모델 삼아 물류 장악 노리는 쿠팡

    쿠팡 대구 물류센터 전경. [쿠팡]

    쿠팡 대구 물류센터 전경. [쿠팡]

    이러한 쿠팡의 전략에 대해선 쿠팡의 ‘롤 모델’로 수없이 언급된 아마존 사례를 살펴볼 만하다. 아마존의 3PL 자회사 ‘FBA(Fulfillment By Amazon)’는 아마존 온라인 사업 부문과 함께 아마존의 주 수입원으로 꼽힌다. 아마존은 FBA의 정확한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업계는 아마존 FBA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20%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아마존 오픈마켓 셀러 대부분이 FBA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지난해 UPS를 제치고 가장 많은 민간 물류 배송량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전체 택배 배송 건수로는 연방정부 기관인 미국 우정공사(USPS)가 1위지만 민간 기업 가운데선 아마존이 1위다. 아마존은 이미 2020년 페덱스의 배송량을 뛰어넘었다.

    아마존이 물류 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요인은 ‘2일 배송’ 체계를 확립한 것이다. 아마존은 평균 5일이 걸리는 배송을 유료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는 2일 안에 배송해 주겠다는 혜택을 앞세웠다. 빠른 배송을 통한 고객 경험 향상으로 더 많은 소비자가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당시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자 아마존은 물류망을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2020년부터 2021년 말 사이 풀필먼트 네트워크는 2배가량 늘렸다. 지난해에는 빠른 배송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면서 당일 배송이 가능한 지역별 물류센터를 45개에서 150개로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쿠팡은 2021년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3PL 사업에 나선 바 있다. 쿠팡이 중국에서 전개하는 3PL 서비스는 ‘CGF’와 ‘CGF LITE’로 나뉜다. CGF는 쿠팡이 고객 기업에 보관·포장·배송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FBA와 유사하다. CGF LITE는 고객 기업이 한국으로 상품을 배송하는 경우 통관 및 라스트마일 배송 등 해외 물류를 지원해 주는 서비스다.

    업계는 쿠팡이 더 많은 판매자를 모을수록 쿠팡의 3PL 사업 성장세도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본다. 중국 현지 판매자를 유치하는 것 또한 이와 연관 지을 수 있다. 한국 판매자를 넘어 해외 판매자의 물량까지 배송을 맡아 ‘유통 강자’를 넘어 물류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내비친 것이다.

    CJ대한통운 맞불 ‘오네’

    자료: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한국통합물류협회 제공)

    자료: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한국통합물류협회 제공)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쿠팡의 택배 사업을 전담하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점유율은 2022년 12.7%에서 지난해 8월 말 기준 24.1%로 늘었다.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를 제치고 단숨에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40%에서 33.6%로 떨어졌다.

    2021년 쿠팡이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하기 전까진 쿠팡의 택배 시장점유율은 집계되지 않았다. 회사 자체 물량 배송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쿠팡이 CLS를 자회사로 분류한 이후부터 통계에 잡히기 시작했다. 이후 CLS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했고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쿠팡의 택배 시장점유율 상승은 일종의 착시효과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간에는 회사 자체 물량 배송으로 분류돼 ‘있는 물량’이 ‘없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 이 물량이 집계되면서 점유율이 껑충 뛴 건 맞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쿠팡의 성장세가 기존 물류 강자들을 위협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내 택배 물동량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19년 27억8900만 건에서 2021년 36억2900만 건으로 3년 만에 30%가량 뛰었다. 2022년 물동량은 41억2300만 건으로 추산된다.

    쿠팡의 맹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CJ대한통운의 묘수는 브랜드 ‘오네’와 물류 거점 확대, 해외 직구 수요 흡수, 최첨단 기술을 도입한 풀필먼트 센터다. CJ대한통운이 지난해 3월 선보인 오네는 회사의 모든 배송 서비스를 한데 묶은 브랜드다. CJ대한통운은 새벽 배송을 ‘새벽에 오네’, 당일 배송을 ‘오늘 오네’, 내일 도착 배송을 ‘내일 꼭! 오네’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쉽게 말해 택배의 브랜드화인 셈이다.

    사실 오네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4월부터 e-풀필먼트를 통해 이커머스 사업자들에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물류업체가 판매자 대신 상품 포장 및 배송부터 재고관리·교환·환불 서비스 등 모든 물류 과정을 도맡는 서비스를 말한다.

    CJ대한통운이 이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는 물류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히겠단 의지다. 이후 CJ대한통운은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 풀필먼트센터 2곳을 신규 가동했다. 지난해 9월엔 계열사인 CJ온스타일이 군포물류센터를 신규 오픈하며 업계 최초 휴일 배송 서비스 ‘일요일 오네’를 신설했다. 12월엔 CJ제일제당 공식 몰인 ‘CJ더마켓’에 ‘내일 꼭! 오네’를 도입했다.

    CJ대한통운은 수도권 물류 거점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커머스 물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안정적 거점을 마련하고 첨단기술 도입을 늘려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현재 CJ대한통운은 전국에 6개의 허브터미널을 비롯해 로컬 허브터미널 2개, 수도권 콘솔 허브터미널 4개, 서브터미널 270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동원팜스로부터 경기 부천시 소재 총면적 1만5110㎡의 공장부지 및 건물을 사들이기도 했다.

    누가, 얼마나 더 투자하는지가 승부 관건

    CJ대한통운 풀필먼트센터(GDC) 운영체계.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풀필먼트센터(GDC) 운영체계. [CJ대한통운]

    특히 CJ대한통운은 글로벌 전자상거래(Cross-Border Ecommerce·CBE) 물류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물류 시장 리서치 기업 TI(Transport Intelligence)에 따르면 전 세계 CBE 물류 시장은 2026년 17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1년 97조 원 대비 무려 83.5% 큰 규모다. TI는 한국 CBE 물류시장 규모가 2021년 1조1000억 원에서 2026년 1조3000억 원으로 약 21.4%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내외 물류 기업들은 한국에 GDC(Global Distribution Center), 국제특송장을 구축하거나 해외 현지에 이커머스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등 CBE 물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GDC사업 확대가 CBE 물류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 보고 투자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은 GDC 운영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글로벌 CBE 물류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 인증을 획득해 통관 서비스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 인천GDC는 첨단화·자동화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마트물류센터 1등급 인증을 받았다. 이와 함께 하루 6만 개의 직구 물량을 처리하는 ICC센터(Inbound Custom Clearance·국제특송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CJ그룹이 2022년 물류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선언한 만큼 CJ대한통운의 사업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당시 CJ그룹은 향후 5년간 20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물류·커머스 등 플랫폼 분야에 7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커머스, 엠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따라 인프라·시스템 강화 등 물류 운영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응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업계는 물류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효율성을 꼽는다. 포장에서부터 배송까지 복잡한 물류 과정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물류 자동화·디지털화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쿠팡이 CJ대한통운을 제칠지, 아니면 CJ대한통운이 왕좌를 지킬 것인지는 누가, 얼마를 물류에 투자하느냐가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