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흥행에 네·카·토 경쟁 심화
선두 주자 카카오페이, 지난해 2분기 대비 131% 성장세
네이버페이, 삼성페이와 협력으로 점유율 확대
후발 주자 토스, 단말기 직접 만들어 ‘차별화’
“오프라인 힘주는 이유? 종합금융플랫폼 되기 위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둘러싼 네이버, 카카오, 토스 3사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각 사, [Gettyimage]
2018년 5월 카카오페이는 QR코드 기반의 결제 서비스를 시작해 비교적 일찍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페이’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네이버페이는 카카오페이보다 2년 반 늦은 2020년 11월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토스는 이보다 훨씬 늦은 지난해 7월에야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페이, QR송금 서비스로 시장 개척
간편결제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기 위해서 매번 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내 페이먼트사업부로부터 출발했다.
이때 카카오 페이먼트사업부는 LG CNS의 결제 모듈 ‘엠페이’를 탑재해 사용자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물건을 결제할 수 있도록 모바일 결제 과정을 단축했다. 카카오페이에 카드 정보 등을 미리 등록해 두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고른 뒤 카카오페이로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면 비밀번호 여섯 자리 입력만으로 결제가 끝났다. 이처럼 초창기 카카오페이 간편결제는 모바일 환경에서의 결제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였다.
카카오페이 가입자는 급속도로 늘었다. 별다른 홍보 없이 출시 1개월 만에 가입자 120만 명을 돌파했다. 별도 앱 다운로드나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고, 특정 통신사 단말기나 운영체제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높은 보안성을 갖춘 것이 사용자에게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다. 서비스 출시 1년 9개월 만에 가입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2017년 4월 카카오는 카카오 페이먼트사업부를 카카오페이로 독립시켰다. 이때 카카오는 글로벌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의 모회사 앤트파이낸셜을 파트너로 영입했고, 2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카카오페이는 오프라인 결제 시장 진출을 위해 ‘QR송금’ 서비스를 선보이고 카카오택시, 카카오뱅크 등과 연동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후 2018년 5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카카오페이 매장결제’ 서비스를 시행하며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는 카카오톡에 생성된 QR코드·바코드를 매장 단말기로 스캔해 결제하는 서비스다.
카카오페이는 생활 밀착형 카테고리인 식음료, 뷰티, 패션, 영화, 마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휴사를 확대했다. 동시에 제휴사들과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사용자들에게 카카오페이 매장결제를 통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여기에 포스(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사·키오스크(KIOSK·무인결제시스템) 업체 등 결제 플랫폼과 협업해 결제망 확장에 속도를 올렸다. 2022년엔 국내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오케이포스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네이버페이, 300만 ‘삼성페이’ 가맹점 우군으로
네이버페이는 2020년 11월 오프라인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QR결제 방식은 BC카드와 제휴해 오프라인 결제처를 확보했다. 이에 편의점, 대형마트, 커피·음료 전문점, 주유소, 테마파크 등 전국 7만여 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적립·충전한 포인트를 활용해 결제할 수 있게 됐다. 또 네이버페이는 제로페이와도 손잡고 전국 44만 개에 달하는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도 QR결제가 가능토록했다.
이후 지난해 제로페이 제휴를 종료하고, 3월부터 삼성전자와 제휴해 삼성페이를 활용한 네이버페이 결제를 도입했다. 이 협업으로 전국 약 300만 개의 삼성페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로 현장 결제가 가능해졌다. 포인트 사용처도 확대돼 네이버페이 사용자들은 삼성페이가 제휴한 국내 오프라인 카드 가맹점 어디서나 적립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페이가 발 빠르게 삼성페이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은 QR코드를 이용하는 결제 방식의 한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QR코드 결제 방식을 지원하는 가맹점이 제한적인 탓에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면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으로 결제하는 삼성페이는 기존 카드 단말기로 결제할 수 있어 편의성이 증대된다. 그만큼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늘 수밖에 없다.
그간 네이버페이는 외부 결제액보다 내부 결제액, 즉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브랜드스토어·라이브커머스·웹툰 등 네이버 플랫폼 내 결제액 비중이 더 컸다. 그러나 삼성페이 연동을 바탕으로 제휴처를 단번에 늘리며 내부 결제 의존도를 대폭 줄인 것이다.
외부 결제액 가운데서도 오프라인 결제액 성장은 더 두드러졌다. 올해 2분기 네이버페이 오프라인 결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증가한 2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현장 결제 확대와 주문 서비스의 성장에 힘입은 결과다.
8월 9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IR)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페이에 삼성페이 도입 기저효과가 소멸됐음에도 유저들의 록인 효과(Lock-in effec·특정 재화 혹은 서비스를 한번 이용하면 다른 것을 소비하기 어려워져 기존 것을 계속 이용하는 효과 혹은 현상) 등이 나타나며 성장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토스, 애플·삼성페이 모두 되는 단말기로 승부
간편결제 3사 가운데 가장 후발 주자인 토스는 지난해 7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제휴하며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토스페이에 등록된 계좌·신용카드 등을 결제수단으로, 바코드 스캔 방식을 통해 결제가 완료된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의 QR코드 결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올해 3월에는 신규 오프라인 결제처로 프로야구단 SSG랜더스·한화이글스의 홈 경기장을 추가했다.토스의 단말기 제작·판매 기업 ‘토스플레이스’가 개발한 결제 단말기. [토스플레이스]
토스플레이스의 결제 단말기는 매장 직원이 사용하는 ‘터미널’과 고객이 쓰는 ‘프론트’ 한 쌍으로 이뤄졌다. 단말기 하나에 신용카드 결제, QR결제, 애플페이가 작동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를 포함한 거의 모든 ‘페이 결제 수단’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결제수단에 따라 각기 다른 단말기에서 승인 과정을 거쳐야 했던 불편함을 없앤 것이다.
토스는 토스플레이스를 통해 가맹점에 단말기를 공급하고 오프라인 결제처를 늘리면서 토스페이 영역까지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토스플레이스의 단말기 공급 확대는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올해 4월 토스플레이스의 결제 단말기 보급 가맹점 수는 3만 개를 돌파했다. 단말기 출시 약 1년 만의 성과다.
이는 매월 평균 2500개 이상의 가맹점을 유치한 것으로 특히 최근 6개월간 월평균 신규 가맹점은 3675개에 달한다. 월 3만6000개로 추산되는 신규 가맹점의 10.2%에 해당하는 수치다. 1년간 누적 결제 건수는 4200만 건, 누적 결제액은 1조500억 원을 넘었다. 올해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3월 한 달간 토스 단말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배 이상 늘었다. 월평균 성장률은 43%에 달한다.
세 업체가 오프라인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온라인 시장보다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 간편결제는 일찌감치 소비자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았지만, 오프라인 간편결제는 아직 초기 단계라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다.
온라인 시장 2.5배 오프라인 시장 잡기 위한 포석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120조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PC나 모바일, 인터넷 등을 이용한 온라인쇼핑몰에서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규모를 의미한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액 경상 금액은 316조5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의 2.5배가 넘는 규모다.
이 가운데 상반기 간편결제·송금 서비스 이용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9월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운데 각종 페이 등 간편결제·송금 서비스 이용 금액은 하루 평균 939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증가했다. 결제 건수는 2971만 건으로 13% 늘었다.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업자 가운데선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와 같은 전자금융업자의 비중이 49.6%로 가장 컸다. 전자금융업자의 선불금 기반 간편결제 이용 비중은 △2022년 상반기 31.2% △2023년 상반기 32.6% △2024년 상반기 33.7% 등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업자들이 제휴사 확대, 선불금 충전 실물 카드 출시, QR기반 지급 프로모션 등을 통해 오프라인 사용처를 늘린 영향이다.
간편결제 업체들은 궁극적으로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오프라인 결제까지 확대되면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어 더 큰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 사용자 경험 확장을 통해서 자사가 영위하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록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실제 세 업체는 앱을 통해 송금이나 충전은 물론 대출, 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카·토 3사가 오프라인 시장에 힘을 주는 이유는 온라인보다 더 큰 성장잠재력이 있는 데다, 사용자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제처 확대 역시 금융의 온·오프라인 경계가 희미해지는 가운데, 각 사가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성장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 고객으로 연결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