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호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한남뉴타운 심층 분석

[부동산 인사이드] 구역별로 상황 달라 온도차… 묻지마 투자 금물

  • 김미리내 비즈워치 기자 pannil@bizwatch.co.kr

    입력2024-09-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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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꽃 수주전 끝 3구역 현대건설, 2구역 대우건설

    • ‘알짜’ 5구역은 10년 공들인 DL이앤씨 유력

    • 4구역은 업계 1·2위 삼성물산·현대건설 정면 승부 예고

    • ‘공수표’ 공약 만연… “변수 많아, 투자 신중하길”

    서울 용산구 한남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전경. [동아DB]

    서울 용산구 한남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전경. [동아DB]

    서울 용산구 한강과 인접한 금싸라기 땅에 1만2000여 가구 미니 신도시급 ‘뉴타운’이 들어선다. 20년간 개발이 멈춰 있다가 최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남재정비촉진지구(한남뉴타운)’ 이야기다.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지역으로 꼽히는 ‘한남뉴타운’은 한강, 남산과 인접해 있는 등 좋은 입지 조건을 두루 갖췄다. 용산구 보광동, 한남동, 이태원동, 동빙고동 일대 약 94만㎡(28만6910평) 규모에 조성된다.

    7월 22일 ‘나인원한남’이 220억 원에 거래되며 공동주택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서울 내에서도 최고의 집값을 자랑하는 지역인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강남을 넘어설 부촌이란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재개발 이후 미래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실제 한남뉴타운 구역의 50년 된 연립 다세대 주택인 ‘양지맨션’은 전용면적 92㎡(대지권 면적 113㎡)가 4월 3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어 5월(39억5500만 원)과 6월(38억2000만 원)에도 같은 면적이 40억 원 가까운 수준에 거래되며 투자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시공사 선정을 놓고 입지 조건이 좋은 한남뉴타운 내 두 구역 사이 온도차가 생기고 있다. 진행 속도가 빠른 다른 구역들 역시 시공사가 수주 조건으로 내세운 공약에 공수표 논란이 일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불꽃 수주전 치른 2~3구역

    한남동은 올해 실거래가 1위를 기록한 나인원한남과 재벌 및 유명 연예인이 사는 ‘한남더힐’로 부촌이란 인식이 퍼졌지만 대부분 가파른 언덕과 노후 빌라, 연립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다.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노후 불량주택이 밀집해 있어 서울시에서 대규모 구역을 지정해 통합적으로 개발에 나서는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했다.

    29만 평에 달하는 규모인 만큼 구역은 총 5구역으로 나뉘었다. 재정비촉진구역에서 해제된 1구역을 제외한 2~5구역에서 현재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남뉴타운의 ‘대장’으로 꼽히는 곳은 3구역이다. 3구역은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 38만6365㎡ 면적에 6006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4개 구역 가운데 면적과 규모가 가장 크다. 총 사업비가 7조 원이 넘으며, 공사비만 2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GS건설, DL이앤씨, 현대건설이 불꽃 튀는 수주전을 벌였다. GS건설이 ‘돈다발’을 건넨 의혹이 불거져 검찰 조사까지 받았을 정도다.

    ‌승자는 현대건설이 됐다. 현대건설은 3구역에 ‘디에이치한남’ 깃발을 꽂는다. 사업 속도도 빠르다. 3구역은 재개발사업 진행 과정(정비구역 지정 → 조합설립인가 → 건축심의 → 사업시행인가 → 관리처분인가 → 이주·착공) 가운데 현재 이주 단계에 있다. 지난해 10월 말 이주를 시작해 1년이 채 안 됐음에도 이주율이 95%를 넘어섰다. 입주 시기는 2029년 예정이다.

    3구역과 맞닿아 있는 2구역은 면적과 가구 계획 수가 가장 작은 지역이다. 보광동 272-3번지 일대 11만4581㎡ 구역에 1537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태원역 근처 역세권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이 지역은 남산을 둘러싼 지역으로 남산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시에서 90m 높이 제한을 뒀다. 이에 상대적으로 낮은, 최고 14층 높이 건물만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수주전 당시 최고 층수를 118m, 21층까지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시공권을 따냈다. 이른바 ‘118프로젝트’다. 대우건설은 118프로젝트가 성공하지 않으면 시공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지만 아직까지 용산구와 서울시의 답을 얻진 못한 상태다.

    DL 장악 5구역, 삼성·현대 ‘정면 승부’ 4구역

    4~5구역은 경의중앙선과 한강변이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현재 두 구역 모두 시공사 선정 작업에 돌입해 본격적인 뉴타운 개발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시공사 선정에 나선 5구역은 4개 구역 가운데 비교적 평지가 많고 한강 조망 가구수가 가장 많아 노른자 땅으로 꼽힌다. 용산구 동빙고동 60번지 일대 위치해 있으며, 3구역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18만3707㎡ 규모에 2560가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총 공사비는 1조7583억 원 규모다. 용산공원, 한강·강변북로가 가깝고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촌동과도 연결되며 신분당선 동빙고역 개통도 예정돼 있다. 이처럼 5구역은 한남뉴타운 가운데 가장 ‘알짜’ 입지로 꼽히는 지역이지만 시공사 선정을 위한 수주전은 싸늘한 분위기다. 공사비도 기존 2~3구역보다 높은 평당 916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7월 DL이앤씨 단독 입찰로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경쟁입찰이 이뤄져야 공사비 저감 및 대안 설계 등 조합원들에게 좋은 조건을 얻어낼 수 있지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개발업계 내에서는 DL이앤씨 외에 다른 곳이 나서기가 쉽지 않아 차후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치솟은 공사비로 곳곳에서 ‘공짜 재건축’ ‘로또 재개발’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높아진 공사비에 분담금 폭탄이 예고되면서 진행 중이던 공사가 멈춘 곳도 적지 않다. 강남, 용산 등 서울 알짜배기 땅들도 예외는 아니며, 건설사들은 수익성을 감안해 선별적으로 수주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5구역 수주전에 불이 붙지 않는 이유는 다르다. 평당 900만 원이 넘는 공사비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입점하는 데도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10년 넘게 재개발 영업을 해온 DL이앤씨가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마진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득보다 실이 많은 출혈경쟁이 예상돼서다. 10여 년간 터전을 잡아온 DL이앤씨보다 더 영업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규모 홍보 비용을 투입해야 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남뉴타운은 사업이 오랜 기간 지연되며 떨어져 나간 건설사가 꽤 많은데, DL이앤씨는 10년 동안 꾸준히 5구역 영업을 하러 다녔다”면서 “장기간 영업이 이뤄지려면 최소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다른 건설사들이 뒤늦은 영업에 나서기엔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7월 30일 5구역 재개발조합이 현장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여기에 DL이앤씨는 물론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참석해 향후 경쟁 구도가 형성될지 관심을 끄는 상황이다.



    ‌시공사 선정에 가장 늦게 나선 4구역은 5구역과 분위기가 정반대다. 불꽃 튀는 수주전이 예상된다. 4구역은 보광동 360번지 일대에 16만258㎡ 규모로 2331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조합원 수가 5구역 대비 상대적으로 적어 일반분양에 따른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공 순위 1, 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이 입찰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3.3㎡당 940만 원 수준의 가장 높은 공사비를 책정해 경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4구역은 단차가 높아 침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구역이다. 이에 인접한 3구역과 단차를 맞추는 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3구역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은 이를 조건으로 3~4구역을 잇는 디에이치 대규모 브랜드타운을 조성하겠다며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용산공원 남측에 래미안 첼리투스, 서쪽엔 래미안 용산더센트럴을 시공했다. 용산역 북측에는 남영동업무지구2구역 수주에 나서면서 용산공원을 중심으로 한남 4구역을 동서남북으로 뻗어 있는 랜드마크 단지로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수표’ 논란 분분… “투자에 신중해야”

    한강을 사이에 두고 연말께 본격화할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의 전초전으로 거론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4구역 재개발 조합은 8월 입찰 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 9월 중으로 입찰을 마감하고 11월 말 총회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총 공사비는 1조570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한편 이미 수주전을 치른 구역에도 변수는 남아 있다. 시공사가 내세운 공약과 관련해 ‘공수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2구역의 경우 용산구와 서울시가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사실상 118프로젝트 이행은 불가능하다. 조합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시공권 해지를 검토한 바 있다. 이에 대우건설은 8월 31일까지 118프로젝트 진행 가능성을 판단해 공사비에 물가인상률 차감, 착공 기준일 유예 관련 보상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3구역에서도 현대건설 핵심 공약인 현대백화점 입점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현대건설은 부지 부족과 교통영향평가 등을 이유로 태도를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최근 4구역 수주 경쟁에 뛰어들며 다시 ‘백화점 입점’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사실상 ‘백화점에 준하는 스트리트 상가’ 조성을 대안으로 내놓아 신뢰도를 더 잃고 있다. 또 3구역은 평당 546만 원으로 공사비가 가장 낮게 책정돼 있다. 향후 다른 구역과 맞춰 공사비가 상향 평준화되면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대규모 분담금 부담 문제가 불거질 여지가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한남뉴타운은 “황제뉴타운”으로 불릴 만큼 올해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지역이고, 그만큼 투자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다만 3구역은 2029년, 다른 구역은 2030년 입주 예정이다. 입주까지 기간이 많이 남은 만큼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 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맞지만 아직 후속 절차가 많이 남아 있어 변수가 적지 않다”면서 “시장 과열로 매물 가격이 크게 높아진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성이 높은 곳들도 공사비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멈추는 곳이 적지 않다”며 “무리하게 프리미엄을 주고 투자에 나설 경우 금융비용 부담 등을 버틸 여력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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