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호

단독입수 | 영국 투자정보기관 CDP 보고서

“현대차 배출가스 대응 15개社 중 13위”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입력2016-05-24 14: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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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D등급’
    • 온실가스 규제정책 지지도 ‘E등급’
    • 닛산 1위…르노, BMW, 도요타 順
    • 현대차, “2020년까지 연비 25% 개선, 친환경차 26종 확대”
    파리 기후협약과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크게 강화되고 있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말에 나온 영국 투자정보기관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의 자동차 부문 연구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비영리기관이자 가장 신뢰도 높은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는 온실가스 관리 등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업의 대응 내용을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신동아’가 단독 입수한 CDP의 세계 15대 자동차업체 배출가스 관련 분석 보고서 ‘이미션 임파서블(Emission Impossible)’에 따르면 국내 최대 완성차 회사인 현대자동차는 배출가스 등 기후변화 대응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현대차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fleet emissions) △친환경차 생산 △제조공정상 온실가스 관리 △온실가스 규제 정책 지지도 △기업 지배구조와 전략 등 기후변화 대응 정도를 따지는 CDP 성과(performance) 등급 등을 종합한 결과 15개 자동차업체 중 13위에 그쳤다.

    1위는 닛산이었고 르노, BMW, 도요타가 그 뒤를 이었다. 현대차와 함께 하위 그룹을 형성한 완성차 업체는 타타모터스, 스즈키 등이다. 중간 그룹은 다임러, 혼다, 포드, PSA 푸조 시트로엥, 마쓰다, GM, 폴크스바겐, FCA 등이다.



    “미국·EU 기준 충족 어렵다”

    현대차는 탄소배출량과 연료 효율을 따지는 항목인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즉 플릿 이미션 부문에서 D등급(최하 등급은 E등급)을 받았다. 플릿 이미션은 자동차산업 전체 배출가스의 약 80%를 차지한다. 나머지 20%는 협력업체의 배출가스(14%), 완성차업체의 조립 및 제조 과정 배출가스(3%) 등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주요 자동차 시장에선 플릿 이미션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부과한다. 미국의 플릿 이미션 규제는 온실가스량, EU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한국과 일본은 연료의 경제성(연비), 중국은 연료 소비량을 따진다.



    CDP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혼다, GM, 포드, FCA 등은 EU의 2021년 플릿 이미션 기준(95gCO₂/km)을 충족하기 어렵다. 또한 미국 플릿 이미션 기준으로는 닛산, 마쓰다, 혼다, 도요타를 제외한 모든 메이커(현대차 포함)가 2016년 기준(225gCO₂/ml)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는 온실가스 규제 정책에 대한 지지도 부문에서 가장 낮은 E등급을 받았다. 현대차가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등 기후변화 관련 규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해온 것 등이 그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를 구입할 때는 보조금을 주고,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차를 살 때는 부담금을 매겨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는 관련 법안이 통과돼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으나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반발에 따라 2020년으로 시행이 연기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저탄소차 협력금제도가 시행되면 연비가 좋은 독일, 일본 수입차에 보조금이 돌아가 국산차가 역차별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가 먹혀 2020년까지 시간을 벌긴 했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친환경차 생산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친환경차(Advanced vehicles) 생산 부문에서 현대차는 보통 수준인 C등급을 받았다. 배터리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전지차 등을 만들어 팔면 배출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문은 자동차 업체의 미래 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판단 지표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판매에선 큰 진전을 보이지 못했지만 연료전지차 개발에 역점을 둬온 점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기아차는 세계 완성차 업체 중 16번째 규모이지만 CDP의 기후변화 대응 관련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투자자들로선 기아차가 탄소배출 문제 대응 현황을 왜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지, 빠르게 변화하는 관련 규제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는 CDP에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을 뿐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차 선도 기업들 약진

    이번 조사에서 폴크스바겐은 1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CDP 평가에서 6위에 오른 폴크스바겐은 연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때문에 플릿 이미션 부문에서 E등급을 받는 등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그럼에도 친환경 차종을 다수 보유한 덕분에 친환경차 생산 부문에서 A등급을 받았다. 협력업체 배출가스 관리 부문에서도 최고 등급을 받았다.

    닛산, 르노, BMW, 도요타가 선두그룹으로 평가받은 이유가 뭘까. 지난해에 이어 1위 자리를 지킨 닛산은 특히 친환경차 생산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닛산의 ‘리프(LEAF)’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배터리 전기차다.

    르노는 친환경차 생산, 제조공정 효율 개선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지난해 3위에서 한 계단 오른 2위를 차지했다. 르노의 배터리 전기차 ‘조이(Zoe)'는 기술적인 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르노는 저탄소 정책을 적극 지지한 덕에 온실가스 규제정책 지지도 부문에서도 A등급을 받았다.

    BMW는 플러그인 전기차 생산 강화, 협력업체 관리 강화 등으로 지난해 6위에서 3위로 도약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2위에서 4위로 떨어졌지만 수소전지차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되면서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CDP 보고서에서 거론된 15대 완성차 업체의 시장 규모는 8460억 달러(약 990조 원)로 전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이들의 변화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변화로 직결된다. 배출가스를 제한하는 파리 기후협약 등이 진전되고 디젤 차량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늘어나면서 배터리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전지차 등 첨단 친환경차량 개발을 선도해온 업체들은 경쟁우위에 서게 됐다.

    닛산, 르노, 폴크스바겐이 친환경차 생산 부문에서 A등급을 받은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5종의 첨단 친환경차 새 모델을 출시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이 분야 차량 판매량이 3배로 늘었다. 의외로, 중국에서도 친환경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CDP는 2020년에 이르면 중국에서 연간 200만 대 이상의 친환경차가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 “지역별 규제 적극 대응”

    폴크스바겐 스캔들 이후 플릿 이미션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대차를 포함해 GM, 포드, 혼다, BMW, 다임러 등 7개 사가 EU와 미국에서 플릿 이미션 기준 미충족으로 48억 달러(CDP 추정치)의 페널티를 물게 됐다. 특히 미국 양대 자동차 업체인 GM과 포드가 심각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두 회사의 벌금 추정치는 30억 달러(GM 18억 달러, 포드 12억 달러)에 달한다.

    CDP는 이번 보고서에서 3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플릿 이미션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것. 현재로선 파리 기후협약에서 합의한 것처럼 2100년까지 평균기온 2℃ 이하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실험실 테스트와 실제 도로 주행 때 발생하는 배출가스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디젤 차량에 대한 수요가 반작용으로 늘어날 수 있기에 배터리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같은 친환경 차량에 대한 투자가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스캔들 여파로 도시의 대기오염 해소 요구가 커지면서 유럽 주요 도시들은 디젤 차량에 대한 규제를 더욱 엄격하게 하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 파리는 2020년까지 디젤 차량을 전면 금지하는 안까지 내놓았다.

    셋째, 이번 분석 대상 기업 중 절반은 온실가스 규제 정책에 미온적이었고, 나머지 절반도 마지못해 이를 따르는 정도였다는 것.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폴 심슨 CDP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자동차 회사에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많은 회사가 아직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는 결국 자동차 업계 전체에 심각한 위험이 된다. 그나마 닛산, BMW, 도요타, 르노 같은 회사들은 첨단 친환경차 분야를 선도하고 저탄소 규제를 지지하면서 미래 성장을 위한 추월 차선에 올라서 있다.”

    현대차는 기후변화 대응과 향후 전략 방향 등에 대해 외국 투자사들의 질의를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2020년 연비 25% 개선을 목표로 파워트레인, 연비 기술, 환경차 확대 등 세부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 중이며, 2020년까지 환경차를 26종(하이브리드 10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8종, 수소연료차 2종, 전기차 6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사 관리도 과제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CDP 보고서의 내용은 올해 출시하거나 출시할 예정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일렉트릭(6월 출시 예정) 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향후 유럽과 미국 등 지역별로 강화되는 배출가스와 무공해차 규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이처럼 친환경차 생산 확대 계획 등을 밝히며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의 공급망 관리다. 이는 이번 CDP 평가 항목 중 ‘제조공정상 온실가스 관리’에 해당하는데, 현대차가 비록 C등급을 받긴 했지만 향후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연구원의 분석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글로벌 자동차기업은 저탄소차 개발과 더불어 자사의 공급망 관리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의 경우 주로 기술개발 및 조립만 담당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이 발생하는 공정(부품 생산)은 대개 협력업체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 등과 같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체적으로 협력사의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 관련 정보를 요청해 협력사 평가에 반영하거나, CDP의 공급망(SC)에 가입해 협력사의 온실가스나 기후변화 대응을 관리한다. GM은 한국 협력사에도 CDP를 통한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있으며, 다수의 협력사가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아직 협력사 관리에 미흡한 점이 많고, 그룹 내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관련 계열사에 대한 컨트롤타워 기능도 미약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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