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낮은 건 사실” vs “OECD 평균 이상”
논란 불붙으며 “무폭거” “보유세무새” “영끌이” 조롱도
“강남 부동산은 독점 자산…비수도권만 하락할 것”
“정책 성공하려면 거래세 완화·과세 기준 재정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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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보유세를 주제로 하는 글이 올라오면 댓글 창에선 날 선 공방이 펼쳐진다. “월세를 인상하면 돼 아무 걱정 없다”는 얘기에 “걱정 없다면서 왜 이렇게 발끈하느냐”는 맞불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의 보유세는 너무 낮다”는 지적에는 “이중과세인 종합부동산세부터 없해야 한다”는 반박이 뒤따른다. 논쟁이 격화되면서 이내 표현도 거칠어진다. 상대의 처지를 꼬집으며 ‘무폭거’(무주택 폭락거지), ‘보유세무새’(앵무새처럼 “보유세 인상”만 외치는 사람), ‘영끌이’로 부르는 등 조롱 섞인 언사가 난무하는 상황도 다반사다.
“보유세 낮은 건 사실” vs “OECD 평균 이상”
최근 보유세가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집값 안정을 목표로 시행된 각종 규제가 효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선언 아래 지난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8.71% 오르며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규제정책이 하나같이 시장 흐름을 바꾸는 데 한계를 드러내자, 정부 당국 내부에서는 보유세를 손보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관계 부처 수장들이 잇따라 보유세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점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구성된다. 실제 부담 수준은 주택 가격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모의 계산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기준 올해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은 약 416만 원으로 추산된다. 이외에도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은 453만 원,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1005만 원에 이르고, 서초구 반포자이는 1790만 원 수준이다. 2024년 1932만 가구를 대상으로 걷힌 보유세는 7조1930억 원에 달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025년 10월 15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를 통해 “보유세가 낮은 것은 사실이며, 취득·양도·보유 세제 전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튜브채널 삼프로TV 캡쳐
정부 당국이 “보유세가 낮다”고 판단한 근거로 언급되는 지표는 ‘보유세 실효세율’이다. 바로 ‘보유세’를 ‘민간이 보유한 전체 부동산 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비영리 연구단체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구 부총리 역시 “미국처럼 재산세를 1%만 적용해도 50억 원 상당의 주택 보유자는 매년 50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두 지표가 상반된 결론을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있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자산’에 방점을 찍는 계산법인 반면, GDP 대비 보유세율은 ‘소득’을 중시한다. 나아가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보유세 실효세율이라는 명칭이 ‘한국은 보유세가 낮다’는 오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강남 부동산은 독점 자산…비수도권만 하락할 것”
“정확히 따지면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각기 다른 실효세율을 구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하나는 자산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방법(보유세 실효세율)이고, 다른 하나는 소득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방법(GDP 대비 보유세율)이다. 국가 간 비교에서는 후자가 적절하다. 예컨대 소득수준이 비슷한 두 나라(A, B)가 있는데 A국의 부동산 가격만 유독 높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보유세 실효세율로 비교하면 ‘B국의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잘못된 결론이 도출된다. 한국은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은 나라다. 자산을 기준으로 세 부담을 계산하면 보유세가 지나치게 가벼워 보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결국 “보유세 수준이 적정하냐”는 물음은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대답이 갈리게 된다. 자산을 기준으로 보면 낮아 보이지만,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각종 이해관계가 덧씌워지면서 논쟁은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체로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보유세 부담으로 집주인이 부동산을 정리하더라도, 주거 목적으로 다른 아파트를 다시 매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수요 억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결국 국민 다수의 피로도만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인간은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잊어도 재산을 빼앗은 사람은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듯, 보유세 인상 역시 정부에 대한 반감만 키울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정책 성공하려면 거래세 완화·과세 기준 재정립 필요”
김우철 교수는 “강남 등 서울 일부 지역 부동산은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어 세금 인상만으로는 수요가 줄지 않는다”며 “보유세 인상은 핵심지 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채, 독점적 지위를 갖지 못한 비수도권 부동산 가격만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보유세 논의는 양극화 완화를 목표로 하기보다 상대적 박탈감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힐링 세금’에 가까운 성격을 띠고 있다”며 “서민의 박탈감을 이유로 재산세를 높이는 방식은 조세의 기본 원칙으로 보더라도 설득력이 약하고,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6·3지방선거 이후인 7월 세제개편안 발표 시점에 부동산 세제의 밑그림이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1
부동산업계에서는 6·3지방선거 이후인 7월 세제개편안 발표 시점에 부동산 세제의 밑그림이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4월 공시가격이 최종 확정되면 과세기준일인 6월 1일을 기점으로 보유세 납세 의무가 발생한다. 이에 하반기 가운데 보유세 인상이 결정될 경우 이듬해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10·15대책 발표 당시 정부가 ‘세제개편안도 함께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내부 고민이 크다는 방증”이라며 “다만 세금제도 개편은 정권 초기가 아니면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집권 2년 차인 올해 정책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이 정책 효과를 내려면, 단순한 세율 조정보다는 과세 구조 전반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 랩장은 “조세제도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려면 두 축에서 세제개편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거래세 부담을 낮추는 조정이 하나이고, 과세 기준을 부동산 가격으로 할지, 보유 주택 수로 할지를 재정립하는 것이 다른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두 축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세제 정책 역시 부동산시장 안정화라는 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만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보유세로 집값 조정? 주거 안정성만 흔든다”

이재만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재만
이재만 전 대전지방국세청장(75)은 1월 8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여권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보유세 인상 논의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 전 청장은 25년간 국세청에서 근무하며 관련 실무를 두루 경험한 조세제도 전문가다. 그는 “국가마다 부동산 가액을 산정하는 방식이 다르고, 토지 가치를 포함하는지 여부부터 평가 기준까지 모두 제각각”이라며 “이 같은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는 보유세 수준에 대한 오해를 낳기 쉽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전 청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의 보유세는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하는데, 동의하는가.
“각 국가는 제각각의 기준 아래 부동산 가치를 산정한다. 이에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과세 범위와 과세표준에 따라 국가 간 차이가 크다. 미국만 하더라도 주마다 공시가격 산정 방법과 부담 세율이 달라 일률적 비교가 어렵다. 가령 뉴저지주는 공시가격을 5년 동안 20%를 넘길 수 없도록 정했으며, 캘리포니아주는 매년 2% 이상 올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국가 간 비교를 할 때면 GDP 대비 보유세율을 기준으로 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된다. 이 경우 한국의 보유세는 OECD 평균을 웃돈다.”
2018년부터 GDP 대비 보유세율이 급등했고, 2021년을 기점으로 OECD 평균을 넘어섰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동성이 풀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펼치면 부동산 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 그럼에도 해당 기간 OECD 평균은 1% 수준에서 유지됐다. 한국만의 특수한 사정이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을 크게 올렸고, 그 결과 보유세가 급증했다. 무엇보다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인한 측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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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는 ‘50억 원짜리 집 한 채를 보유한 이보다 5억 원짜리 3채를 보유한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낸다면, 과연 형평성에 맞느냐’고도 말했다. 뒤집어 말하자면 ‘다주택자 중과세라는 현 기조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자기 고백이나 다름없다. 노무현 정부 역시 부동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종부세를 만들었는데, 이후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조세는 공동체에 헌신한다 의미 갖는데…”
하반기 세제개편 가능성이 점쳐지는데.“하반기 세제개편이 이뤄지더라도 다주택자의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정책의 초점은 ‘고가 1주택 보유자’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보유세는 ‘정부가 제공한 공공 인프라 및 행정 서비스에 대한 대가’라는 성격을 지닌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부동산을 소유함으로써 각종 사회·행정적 혜택을 누리는 국민 모두가 동일한 세율을 적용받도록 재산세를 설계해 왔다. 재산 규모에 따라 납부액의 크기에는 차이가 날지언정 관련 의무를 균등하게 부담토록 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한국의 보유세 체계는 종합부동산세 등을 통해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는 부유한 계층에 더 많은 세금을 내고, 그 밖의 집단의 경우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런 세제 구조는 나름의 긍정적 측면도 있겠지만 부정적 측면도 못지않다.”
부정적 측면은 무엇인가.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32.5%(684만 명)는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보유세 역시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일정 기준 아래의 자산 보유자는 사실상 보유세 부담에서 벗어나 있다. 조세는 세수 확보를 넘어, 국민이 공동체에 헌신하고 책임을 나눈다는 의미도 갖는다. 소득이 적거나 자산이 적다는 이유로 납세의 의무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관련 논의는 ‘무엇이 공동체를 위해 바람직한가’보다 ‘타인(부유층)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이는 결국 세수 확충은커녕 국론 분열만 초래하게 된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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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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