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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자살 속출 시진핑 신뢰 흔들 ‘바닥까지?’ 불안 확산

현장에서 본 중국 경제위기

‘개미’ 자살 속출 시진핑 신뢰 흔들 ‘바닥까지?’ 불안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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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발 경제위기가 세계에 공포를 안기고 있다. 위기의 중심은 중국 증시 폭락. 수많은 ‘중국인 개미들’은 지금 ‘멘붕’이다. 바닥을 알 수 없다는 게 더 문제다. 중국 현지에선 중국증시 폭락과 경제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취재했다.
‘개미’ 자살 속출 시진핑 신뢰 흔들 ‘바닥까지?’ 불안 확산

7월 6일 중국 베이징 한 증권회사 지점에서 묵주를 쥔 투자자가 상황판을 보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말 잘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급전직하했다. 길을 잃고 헤맨다. 중국 증시 이야기다. 어떤 국내외 경제 전문가나 연구소, 애널리스트도 예측하지 않은 일이라 더 당혹스럽다.

중국 당국은 올해 7% 경제성장을 위해선 내수 살리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한 구원투수로 증시를 선택해 적극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 했다. 중국 증시는 얼마간 이런 기대에 부응했다. 주식 투자로 떼돈 벌었다는 얘기들이 퍼지자 중국인들은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큰빚을 내 주식을 사는 사람도 많았다. 중국인들은 원래 돈을 거는 놀이를 좋아한다.

그러던 주가가 갑자기 떨어졌다. 8월 24일 상하이종합지수는 8년 만의 최대 폭인 8.49%나 폭락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3000선에서 밀렸다. 9월 초 기준으로 중국 전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6월 중순의 고점 대비 40% 떨어졌다. 5조 달러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주가 폭락이 중국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중국 정부도 당황하는 전혀 엉뚱한 상황 전개다. 경제 분야를 맡고 있는 리커창 총리가 호통을 치며 중국 기업들에 주식을 사라고 독려했고 기업들은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더 떨어졌다. 피해를 보는 중국인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싼후(散戶)’로 불리는 개미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6월 중순부터 주식 투자자 40명 가까이가 손실을 비관해 생명을 던졌다.

‘뛰어내리지 말고 기다리라’



동북 지방의 명문대인 랴오닝(遼寧)대 Q교수는 학자답게 이재에는 밝지 못했다.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친한 동료인 H교수가 올해 초 주식에 투자해 몇 달 만에 수익률 500%를 올리는 것을 보고 마음을 달리 먹었다. 급기야 선양(瀋陽)에 있는 학교 근처의 꽤 괜찮은 식당에서 근사하게 밥을 사면서 투자 성공 노하우를 물었다.

“자네는 재주도 좋아. 어떻게 하면 주식 투자로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나. 나도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교수 월급으로는 아이 공부시키기도 힘들어. 도와줄 거야?”

H교수는 호쾌했다.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대답했다.

“주식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지금 우량주를 대량으로 사서 한 달만 갖고 있어봐. 그러면 최소 두 배는 오를 걸? 그때 팔라고. 다른 주식에 투자해도 괜찮고 그만해도 좋아.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오르는 것만은 확실할 것 같아.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들여서 해봐. 지금 주식시장은 폭등하고 있다고. 이럴 때 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 그건 바보 아니면 돈을 증오하는 사람일 거야.”

Q교수는 H교수의 말을 듣고 신천지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자신만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한심해졌고 그간의 무지를 만회하기 위해 거침없이 결정을 내렸다. 그는 맞벌이하는 아내와 함께 모은 알토란 같은 저축 100만 위안(1억8500만 원)에다 은행에서 대출받은 100만 위안까지 더해 200만 위안을 주식에 투자했다. 곧바로 5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만 위안이 300만 위안이 되는 데 이틀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다시 주변 지인들에게 100만 위안을 더 빌려 투자액을 불렸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6월 10일 전후 시점부터 주가는 이상 징후를 보였다. 이어 그의 열망과는 달리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당황한 그는 H교수에게 급히 연락했다. H교수는 천하태평이었다. “원래 주가라는 것은 널뛰기 하는 거야. 그러다 다시 반등한다고. 느긋하게 가지고 있어. 걱정하지 마.”

Q교수는 ‘역시 고수는 다르다’고 연신 감탄하면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원금의 반 이상을 날리는 대참사에 직면했다. 더구나 폭락 장세는 멈출 줄 몰랐다. 그가 진 빚은 평생 일해도 갚기 어려운 큰 금액이었다. 결국 그는 조용히 유서를 쓰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상투를 잡은 중국인 개미 투자자의 비극이었다. 최근 중국의 한 지방 소방 당국은 자살을 생각하는 개미 투자자들을 겨냥해 ‘뛰어내리지 말고 반등을 기다리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아내를 죽였습니다”

7월 8일 오후 베이징의 110(한국의 119에 해당)에 40대 중반의 중국인 류(劉)모 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주식 투자에 실패한 제 아내를 죽였습니다”라고 자백하는 엄청난 내용이었다. 류씨에 따르면,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그의 아내는 남들 따라 투자에 나섰다 감당하기 불가능한 수준인 180만 위안의 손실을 봤다. 이어 아내는 “손절매 하자”는 남편 요구도 뿌리치면서 “바닥일 때 더 매입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고 아들 돈까지 끌어와 투자하려 했다. 결국 말다툼이 폭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아내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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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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