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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不沈 항공모함’ 띄워 원유·천연가스 독식?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개발 속내

  • 모종혁 |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

‘不沈 항공모함’ 띄워 원유·천연가스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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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미에(三重)현 이세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이틀째인 5월 27일. 회담 분위기는 세계 경제 현안을 주로 논의한 첫날과 달랐다.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G7 정상들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회의가 끝난 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상황을 우려하며 평화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정상회담 선언도 채택했다. 명시하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한 행동이었다.

# 2  같은 날 미국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서 열린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축사에서 중국을 22차례 언급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확장 조치를 유례없이 계속해 스스로 고립되는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며 “미국의 동맹국과 비동맹국, 파트너 국가 등 모든 관련국이 높은 수준의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행동은 미국이 만들어놓은 국제 시스템과 국제 준칙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당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화춘잉 대변인은 “G7 정상회담 선언은 남중국해 긴장을 부채질했기에 오히려 남중국해 안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G7 정상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영토 문제에서 (한쪽)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무책임한 발언을 중단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만리장성’

화 대변인은 다음 날 브리핑에서 “(카터의 발언에) 전형적인 미국식 사고방식과 미국식 패권이 반영됐다. 몸은 21세기에 있으면서 머리는 냉전시대에 머물러 이야기와 뉴스를 조작하고 세계 각지에 적을 만든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같은 날 ‘환추시보’는 중국군 장성의 반응도 실었다. “카터 장관이 말하는 준칙은 미국이 마음대로 군함과 전투기를 파견할 수 있는 준칙이다. 우리는 6·25전쟁 때도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오늘날 더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카터 장관이 언급한 ‘남중국해의 만리장성’이란 중국이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남중국해에 3200에이커(12.9㎢, 여의도 면적 4배 이상)의 땅을 매립해 만든 ‘인공섬’을 말한다. 중국은 엄청난 속도전으로 남중국해 융수자오(永暑礁, 피어리크로스 환초), 주비자오(渚碧礁, 수비 환초), 메이지자오(美濟礁, 미스치프 환초) 등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꿨다. 인공섬은 3㎞의 활주로를 갖춘 비행장, 2만t급 선박이 정박하는 항구, 건물과 도로 등을 갖췄다.

미국은 2014년 초 위성을 통해 시사군도(西沙群島, 파라셀 군도)·난사군도(南沙群島, 스프래틀리 군도)의 일부 섬과 환초(環礁, 해면을 둘러싸고 환상(環狀)으로 발달한 산호초)에서 벌어지는 묘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중국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를 출발한 대규모 벌크 선단은 이들 섬과 환초에 토사를 쏟아부었다. 1년 넘게 지속된 매립작업이 끝나자 기반시설 공사가 시작됐다. 올해 초 공사가 마무리됐는데, 초소 몇 개가 있던 섬과 환초는 거대한 항공모함처럼 변했다.


EEZ 선포 직전?

5월 4일 중국 국영 CCTV 메인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新聞聯播)’는 ‘불침(不沈)의 항공모함’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해군 공연단이 배를 타고 9일간 시사·난사군도 3개 섬과 7개 환초를 방문해 관병(官兵)과 건설 노동자를 위로했다”고 보도했다. 영상은 융수자오에 들어선 항만, 도로, 가로등 등을 보여줬다.

인공섬은 안정성이 입증됐다. 헬리콥터 이착륙장과 함께 지난해 가을 완공된 융수자오의 활주로는 정밀 조정·검증작업 끝에 민항기와 군용기 이착륙을 성공시켰다. 1월 6일 하이난다오(海南島) 하이커우(海口) 공항에서 이륙한 민항기 2대는 2시간을 비행해 융수자오 활주로에 안착해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4월 17일엔 해군 초계기 1대가 싼야 공항을 출발, 융수자오에 착륙해 중환자 3명을 태우고 회항했다.

중국은 인공섬을 건설하자마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할 움직임을 보였다. ADIZ는 자국 영공에 접근하는 타국 군용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임의로 설정하는 구역. 국제법상 영공보다 넓어 관할권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타국 항공기는 ADIZ 설정국에 진입 의사를 사전 통보해야 한다. 통보 없이 들어가면 설정국은 전투기를 출격시킬 수 있다. 이는 배타적경제수역(EEZ,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의 모든 자원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엔 국제해양법상 수역) 선포 직전 단계라 할 수 있다.

과거 중국은 남중국해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륙국가의 전통이 오랜 중국은 20세기 후반까지 연안 방어에만 신경을 썼을 뿐 해양패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1909년 광둥(廣東) 수사 리준(李准) 제독이 시사군도와 난사군도를 순찰해 몇몇 섬에 청나라 국기를 꽂았을 뿐이다. 1949년에 들어선 사회주의 정권이 1953년 “남중국해의 모든 군도가 중국 영토”라고 선언했지만 이는 구체적 행동이 따르지 않은 ‘주권적 선언’에 불과했다.



이합집산 기싸움

1968년, 중국이 남중국해에 관심을 갖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미군 해양지리원의 지원을 받은 유엔 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정밀 탐사하면서 남중국해의 원유와 천연가스 부존 가능성을 보고한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110억 배럴의 원유, 190조 큐빅피트(cubic feet)의 천연가스 매장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연해 국가들 간 영유권 분쟁이 시작됐다. 중국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행동했다. 1974년 시사군도에 대규모 함선을 파견해 몇몇 섬에 주둔해 있던 베트남군을 쫓아냈다. 곧바로 융싱다오(永興島, 우디섬)에 항만, 비행장 등을 건설한 뒤 난사군도로 눈을 돌렸다.

1988년 초 중국은 츠과자오(赤瓜礁, 존슨 환초) 등 난사군도 5개 환초에 처음으로 군대를 주둔시켰다. 이에 자극받은 베트남이 부대를 파견하면서 그해 3월 군사 충돌이 발생했다. 결과는 중국의 완승. 베트남 군함 여러 척이 침몰하고 병사 70여 명이 숨졌다. 이 해전을 계기로 주변국들은 자국이 점령한 섬에 군사시설과 관측소를 설치했다. 영유권 분쟁이 국제 이슈로 확대된 것이다. 난사군도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자 ‘남중국해가 세계 해운교역량의 40% 이상이 오가는 해상로’라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압력이 이어졌다.

2002년 중국과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 지역협력기구)은 캄보디아에서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을 발표했다. 분쟁 방지를 위해 관련국의 점유·건설행위 중단, 분쟁의 평화적 해결, 국제법 준수를 약속한 최초의 국제 합의였다. 2005년엔 중국·베트남·필리핀 3국이 ‘남중국해 해상지진 협의’를 체결했지만, 2007년 4월 베트남이 난사군도에 선거구를 신설하고, 영국 BP사와 유전 및 천연가스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분쟁이 재발했다. 그해 11월 중국은 시사군도·중사군도(中沙群島·메이클즈필드 뱅크)·난사군도를 관할하는 싼사(三沙)시를 설치했다.

여기에 미국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2011년 미국은 외교정책의 근간을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로 수정하면서 남중국해를 대중(對中) 봉쇄 무대로 이용했다. 2010년 6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베트남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포럼에서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준수하고 자유 항해와 개방적인 접근을 보장하는 일은 미국의 국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으나 미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베트남과의 정치·군사 교류를 강화하고 필리핀 지원을 늘렸다.

이렇게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난사군도 분쟁을 아세안, 대만 등 관련 당사국이 모두 참여하는 다자협상의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당사국 간의 1대 1 협상을 주장한다. 또한 영유권은 양보할 수 없지만 경제적 개발은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황다후이 중국 인민대 외교학과 주임은 필자에게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중요한 해상무역로이자 군사전략지인 남중국해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영유권 행사는 중국의 주권과 해양 안보를 지키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수천㎞ 떨어진 난사군도 분쟁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남중국해 문제, 특히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중국은 일본의 오키노토리(沖ノ鳥) 인공섬 사업을 모방하면서 더욱 발전시켰다. ‘인간이 정주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섬’을 건설한 것이다.



오키노토리·이어도 따라 하기

오키노토리는 도쿄에서 1740㎞ 떨어진 서태평양 환초다. 동서 4.5㎞, 남북 1.7㎞로, 2개의 큰 암석만 수면 위로 70㎝ 정도 솟아 있었다. 1931년 일본은 오키노토리를 오가사와라무라(小笠原村) 제도의 부속 도서로 규정하고 도쿄에 편입했다. 이후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암석이 수몰될 위기를 맞자 1987년부터 수백억 엔을 들여 콘크리트 인공섬을 완공했다.

중국은 일본의 오키노토리 영유권은 인정하면서도 “오키노토리는 섬이 아닌 콘크리트 바위”라고 공격해왔다(일본은 중국의 이런 논리를 독도에 적용하고 있다. “독도는 인간이 살거나 경제활동을 못하는 바위인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식이다.) 2012년 필자와 만난 왕한링 중국사회과학원 해양법·해양사무연구센터 주임은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에서 섬은 자연적으로 수면 위에 존재하는 육지로 규정했는데, 오키노토리는 인간이 살기가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암석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오키노토리가 섬으로 공인되면 일본은 주변 40만㎢에 달하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갖게 된다. 국제적으로 EEZ가 인정되면 주변국이 그 일대에서 해양 조사, 어업 활동, 자원 개발 등을 할 경우 일본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은 한국이 이어도에 세운 해양과학기지도 같은 논리로 비난해왔다. 진융밍 상하이 사회과학원 해양전략연구센터 주임은 “한국은 양국 간 EEZ 경계 획정이 이뤄지지 않은 해역에 있는 환초인 쑤옌자오(蘇岩礁, 이어도)에 중국 동의 없이 불법 구조물을 건설했다”면서 “이는 유엔 해양법상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이 같은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유엔 해양법상 조사 연구를 목적으로 한 과학기지 건설은 위법이 아니다. 우리 정부도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국립해양조사원이 이어도 기지를 운영케 했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의 이어도 기지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그래서 오키노토리와 이어도의 전례를 본받아 남중국해 인공섬을 건설했다. 왕한링 주임은 “중국은 유엔 해양법 협약을 준수하되 ‘새로운 해상전략’을 준비해 국제 중재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정착 장려금을 지원하며 주민의 인공섬 이주를 독려하고 있다.


남중국해 制空權 노린다

5월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사군도의 야궁다오(鴨公島)에서는 1년 중 절반 이상을 현지 거주하는 조건으로 하루 45위안(약 8000원)을 지급한다”고 보도했다. 1년을 거주하면 1만6425위안(약 289만 원)을 받고, 부부가 함께 9개월 이상 거주하면 그 2배를 받게 된다.

이런 지원책에 힘입어 야궁다오에는 현재 78명의 어민이 이주해 와 어로활동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정착 지원금뿐만 아니라 가구당 발전기, 태양열 전지판, 공중화장실, 위성TV와 수신기 등을 설치해주고, 이들의 소득 증대를 위한 청사진까지 마련했다. 5월 28일 샤오제 싼사시 당서기는 관영 ‘중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시설이 없는 남중국해 인공섬에 호텔, 리조트 등을 개발, 제2의 몰디브로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싼야에서 시사군도를 잇는 유람선 관광사업은 2013년 4월 시작됐다. 지난해에만 65차례에 걸쳐 1만6000명의 관광객이 시사군도를 찾았다. 샤오 당서기는 “올해 안에 공항이 정식 개항하고 하이커우와 싼야를 출발해 융싱다오에 내리는 항공편도 조만간 개설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난사군도의 융수자오 공항이 개항하면 중국은 난사군도 영유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지난 1월 중국 외교부는 “남중국해 상공은 국제 항공노선에서 가장 분주한 지역 중 하나”라면서 “이곳의 항공교통 서비스 기능을 제고하고 항공기상, 항행정보, 통신관제, 구조수색 등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의 속셈은 다르다. 4월 항공잡지 ‘항공지식’의 왕야난 편집장은 환추시보 인터뷰에서 “융수자오 공항은 군용기를 위해 이용될 준비가 됐음을 증명했다”며 “작전 반경 500∼1000㎞ 전투기가 주둔하면 남중국해 전체의 제공권(항공 전력이 적보다 우세해 적으로부터 큰 방해를 받지 않고 육·해·공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을 다룰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결정이 빠르면 이달에 나올 예정이다.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은 PCA의 분쟁 중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일본과는 독도, 중국과는 이어도를 두고 겨루는 우리 처지에선 중국의 최근 행보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최고 휴양지 싼야의 변신
▼  남중국해 겨냥한 막강 해군기지 ▼

중국인들에게 하이난다오 싼야는 오랜 세월 중국 최남단으로 각인돼왔다. 6세기부터 이곳은 ‘땅끝 낭떠러지’라는 뜻의 애주(崖州)라 불렸다. 역대 왕조는 우리의 제주도처럼 하이난다오를 유배지로 활용했다.

애주는 1911년 신해혁명 후 애현(崖縣)이라 불렸고, 1961년 싼야로 바뀌었다. 1987년 시로 승격됐지만, 낙후된 어촌에 불과했다. 그러다 198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하이난다오를 독립시켜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싼야는 고도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아름다운 해안과 울창한 산림에 둘러싸인 싼야는 5성급 호텔만 40여 개에 달하는 중국의 하와이가 됐다.

남해함대 전력 급상승
그런 싼야에 뜻밖의 존재가 있다. 위린(楡林) 해군기지가 그것이다. 위린 기지는 중국 남해함대의 전략 기지다. 남해함대는 광둥성 잔장(湛江)에 사령부를 둔 중국 해군의 3대 함대 중 하나. 나머지 둘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사령부를 두고 서해를 관할하는 북해함대,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 사령부를 두고 동중국해를 관장하는 동해함대다. 금세기 초까지 남해함대는 3대 함대 중 최약체였다. 중국 정부가 전통적인 ‘근해 방어전략’에 따라 수도권을 지키는 북해함대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남해함대의 전투력은 막강해졌다. 지난해 7월 남중국해에서 10일 간 벌어진 군사훈련에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남해함대는 100여 척의 함선과 수십 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작전을 펼쳤다. 참가한 함선 중에는 갓 취역한 052D형 이지스함이 눈에 띄었다. 중국의 1.5세대 이지스함으로 1세대인 052C형보다 개선된 레이더와 방어 시스템을 장착했으며 64발의 대함ㆍ대공ㆍ대잠수함 미사일을 갖췄다. 중국 해군은 052D형 구축함 5척을 공식 취역했거나 시험운행 중인데, 이 가운데 쿤밍(昆明), 창사(長沙), 허페이(合肥) 등 3척이 남해함대에 배치됐다.

화력훈련에 참가한 제2 포병은 세계 유일의 지대함 탄도미사일 둥펑(東風)-21D를 쏘아 올렸다. 사거리가 1700~3000㎞로, 미국을 겨냥해 개발한 ‘항공모함 킬러’다. 중국 해군은 발사 장면을 공개하면서 “둥펑-21D를 운용하는 수개 대대가 남해함대에 배속됐다”고 밝혔다. 최신예 전략폭격기 훙(轟)-6K도 모습을 드러냈다. 최장 비행거리가 8000㎞로, 괌과 하와이 공습이 가능하다.

중국이 남해함대에 공을 들이는 것은 남중국해 난사군도 영유권 분쟁 때문이다. 남중국해는 싼야 아래 중국ㆍ대만ㆍ필리핀ㆍ베트남ㆍ말레이시아ㆍ브루나이 등 6개국을 둘러싼 바다를 가리킨다. 전체 면적이 350만㎢에 달하는데, 여러 섬과 환초가 집중된 해역에 따라 시사군도, 중사군도, 난사군도로 나뉜다.

현재 중국은 시사군도와 중사군도를 장악해 영유권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이 점유한 시사군도는 싼야에서 336㎞ 떨어져 중국과 가까운 편이다. 중사군도는 필리핀에서 더 가깝지만, 중국이 막강한 해군력을 앞세워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난사군도의 사정은 다르다. 중국은 난사군도의 48개 섬 중 10개를 지배하고, 나머지는 베트남(24개), 필리핀(7개), 말레이시아(6개), 대만(1개)이 영유한다. 난사군도는 싼야와 1000㎞, 베트남과 450㎞, 필리핀과 100㎞, 말레이시아와 100㎞ 떨어져 있다. 면적은 73만㎢로 시사군도, 중사군도보다 넓으며 환초, 모래톱 등 자원도 풍부해 1970년대 이래 남중국해 연해 6개국이 모두 나서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항공모함 전용부두
이런 지리적 조건 때문에 중국은 남해함대의 최신예 병기를 난사군도에 집중 배치했다. 지난 5월 나온 미국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 해군은 공격형 핵잠수함(SSN) 2척, 탄도탄 발사 핵잠수함(SSBN) 4척, 디젤 잠수함(SSK) 20척 등 잠수함 핵심 전력을 북해함대에서 남해함대로 이전 배치했다”고 밝혔다.

2012년 3월 필자는 싼야를 찾았다. 2011년부터 위린 기지 주변에서 건설 중인 항공모함 전용부두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때껏 전용부두 일대 주민들의 보상과 이주가 완료되지 않아 항공모함 전용부두 공사장에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부두는 길이 800m, 폭 120m, 최고 수심 30m에 달해, 한눈에도 항공모함이 드나들 곳으로 보였다. 현재 중국 해군은 위린과 칭다오 두 곳을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의 전용부두로 운용한다.

지난해 12월 다시 찾은 싼야는 많이 변해  있었다. 항모 전용부두뿐만 아니라 다둥하이(大東海) 해수욕장 절반까지 위린 기지에 편입됐다. 위린 기지는 항만 양쪽에 돌산이 있어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고 수심이 22m나 된다. 이 때문에 1939년 하이난다오를 점령한 일본은 이곳을 인도차이나반도 침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사용했다. 주변 돌산 10여 곳을 뚫어 터널 속에 잠수함 부두도 구축했다.

과거 다둥하이 서쪽에선 하루에도 연인 수십 쌍이 웨딩 사진을 찍었지만 이제는 민간인이 들어가지 못한다. 위린 기지가 남해함대의 모항인 잔장보다 시사군도ㆍ난사군도와 가까워 함선과 잠수함 배치를 늘린 탓에 규모가 그만큼 확대된 것이다.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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