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군에서만 내연(內燃)해오던 두 부대 이전에 대해 ‘대양해군’의 기치를 내세워 한국 해군의 대형화를 주도했던 제20대 해군참모총장 안병태 예비역 대장(70·해사 17)이 공개적으로 통렬한 비판을 퍼부었다. 안 전 총장은 “목포로 3함대를, 부산으로 작전사를 옮긴 것은 국가 보위를 무시하고 정치 놀음에 따라 이뤄진 미친 짓”이라고 공박하며 “국가 보위를 생각한다면 국민과 정부는 두 부대를 원 위치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안 전 총장의 주장에 대해 13대 해군 총장을 지낸 이은수 예비역 대장(79·해사 6기) 등 일부 해군 전략가들이 동조하고 있다. ‘통일한국의 해군전략론’과 ‘나라와 바다의 전략’ 등을 펴내 손꼽히는 해군 전략가란 평판을 듣는 강영오 전 해군 교육사령관(74·해사 13기)도 “작전사와 3함대사를 이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한 개악(改惡)이다”는 요지의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좁고 긴 목포항 수로
안 전 총장을 인터뷰한 기자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해군본부 측에 해군본부의 의견을 대변할 이와도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해군본부는 “전 총장과 다투는 모양을 보이는 것 같아 곤란하다. 나설 형편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다음은 안 전 총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안 전 총장이 격앙돼서 이야기했기에 일부 표현은 다듬었음을 밝혀둔다.
▼ 3함대가 옮겨간 목포기지는 어떤 특색을 갖고 있습니까.
“서해는 얕은 바다이기에 서해의 항구는 공통적으로 수심이 얕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심이 낮은 곳이 목포항과 붙어 있는 목포기지예요. 목포기지에는 1200t급 초계함까지만 댈 수 있습니다. 1800t급 호위함은 한 척을 계류시킬까 말까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해군은 주력 함정을 3500t이 넘는 구축함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3500t급의 KD-Ⅰ과 소말리아로 파병하는 4500t급의 KD▼ Ⅱ, 이지스 체계를 갖춘 9500t급의 KD-Ⅲ 구축함이 중추를 이룹니다. 1만8000여t의 대형상륙함인 독도함도 실전배치했습니다.
목포기지에는 이러한 배들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대양해군으로 나아가는 시기에 이러한 군함이 들어올 수 없는 곳으로 3함대 사령부를 옮긴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함대 사령부를 설치하는 기지에는 그만한 부대를 수용할 시설과 부지도 갖고 있어야 하는데, 목포기지는 그런 조건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 외해(外海)에서 목포항을 잇는 수로(水路)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목포항 수로는 빠져나오는 데만 한 시간 반이 걸릴 정도로 깁니다. 어선처럼 작은 배야 상관없겠지만 덩치 큰 군함은 이 수로로만 다녀야 좌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목포항 근처 수로에는 아주 좁고 조류가 빨라서 특별히 ‘목포구(口)’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유사시 기지에 있던 군함은 재빨리 외해로 나가 작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좁고 긴 목포구가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적이 비밀리에 목포구에 기뢰를 부설하거나 행해 장애물을 설치하면 모든 군함이 다니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목포기지는 완전 폐쇄돼, 3함대는 더 이상 작전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염려 때문에 해군은 목포에서 한참 앞에 있는 흑산도에 고속정 부대를 전진 배치했던 것입니다.
목포구 일대의 조류가 6노트 정도(시속 11km 정도)로 매우 빠르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썰물 때 목포구를 거슬러 목포항으로 들어가는 군함은 6노트 더 달릴 수 있는 힘을 내야 원하는 속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순조(順潮) 때는 훨씬 약한힘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만 이때는 키를 조절하는 효과인 ‘타효(舵效·rudder effect)’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5~9월에 특히 짙게 끼는 안개도 문제입니다. 유사시 짙은 안개 속에서, 적이 기뢰를 부설해놓지 않았을까 염려하면서, 좁고 긴 수로를 달리는 것은 정말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