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포항은 항구 앞에 섬이 많고 좁고 긴 수로가 있어 대양해군 작전에 적합하지 않다.
▼ 그러한 제약 조건이 있는데도 오래전부터 해군이 목포를 기지로 활용해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일(對日) 항쟁기 때 일본은 호남에서 수탈한 쌀을 목포항에서 일본으로 실어갔으니 그때부터 목포는 중요한 항구라는 인식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광복 직후 생겨난 해군의 전신인 ‘해방병단(海防兵團)’도 목포에 기지를 설치했습니다. 이것이 발전해 해군의 목포경비사령부 및 제3해역사를 거쳐 목포방어사령부(목방사)로 변천했습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북한은 흑산도 추자도 등 서남해의 섬 근처를 통해 자주 간첩선을 침투시켰는데, 이것을 막으려면 해군은 목포에 기지를 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흑산도와 추자도 등에는 전진기지를 두고 목포는 이들을 지원하는 기지로 활용하게 된 것입니다. 목방사는 목포는 물론이고 흑산도 추자도 등에 나가 있는 작은 함정을 정비하고 교육 훈련시키는 기지 구실도 했습니다.”
▼ 안개는 5~9월 사이 목포뿐만 아니라 서해 전체에 심하게 끼지 않습니까. 서해를 방어하는 2함대 사령부가 있는 평택항의 수로는 문제가 없습니까. 독도함은 평택항에 접안하지만, 이지스 구축함은 접안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평택항도 수심이 낮아 준설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현재 이지스 구축함은 평택 외항에 닻을 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지스 구축함은 독도함보다 작지만 흘수가 깊어 더 깊은 수심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준설은 항구와 수로에 쌓인 토사와 쓰레기를 걷어내는 것으로 세계 거의 모든 항구에서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평택항도 수로를 더 준설해 내항에 이지스 구축함을 계류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목포기지의 얕은 수심은 준설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목포만큼이나 수로가 좁고 긴 곳이 인천항입니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해군은 인천기지에 있던 2함대 사령부를 평택으로 옮겼습니다. 평택항의 수로는 좁지도 길지도 않기에 평택기지에 있는 함정은 유사시 바로 외해로 나가 작전할 수 있습니다. 함대사령부가 있는 곳은 유사시 많은 전투물자를 들여놓을 수 있도록 넓은 배후지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진해기지는 800만평(2645만㎡), 평택기지는 130만평(429만여㎡)의 배후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목포기지의 배후지는 그리 넓지 못합니다.
안개는 5~9월 서해 전역에서 심합니다만, 특히 목포 쪽이 심합니다. 안개 낀 날 목포수로와 목포구를 거슬러 올라가본 뱃사람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예산도 없이 화원반도로 옮기나
▼ 요즘은 전자산업이 발달해 웬만한 자연조건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대형 함정은 외해에 나가 있고 목포기지의 3함대 사령부는 C4I 체계를 이용해 이들을 지휘하면 되지 않습니까.
“함정이 매일 작전만 합니까. 교육도 하고, 정비도 하고, 훈련도 하고, 검열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큰 배는 목포항에 들어오지 못하니, 교육과 정비와 훈련과 검열을 받으려면 다른 기지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3함대 사령부는 자기 배가 입항한 기지를 찾아가 교육과 정비와 훈련과 검열을 하는 팀을 만들어 순회시켜야 합니다. 이게 무슨 함대사령부입니까.”
▼ 그래서 목포에서 훨씬 앞으로 나온 화원반도에 3함대 기지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말 자체가 목포항은 군항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요. 목포기지가 좋으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겠습니까. 화원반도에 만드는 목포신항에 3함대 기지를 건설하는 데는 5000억~6000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이거 낭비 아니가요? 화원반도에 3함대 기지를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3함대를 목포기지로 보낸 것을 비판하니까 해군본부가 급하게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에요.
임기응변으로 내놓은 것이라 계획도 잡혀 있지 않고 예산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지금 큰돈을 들여서 제주도에 기동함대를 위한 기지를 짓고 있는데, 제주에서 멀지 않은 화원반도에 또 거액을 들여 해군기지를 짓는다면 국민이 이를 인정할 수 있겠어요? 국민 혈세를 이렇게 펑펑 써도 되는 겁니까?”
▼ 수로가 하나뿐인데 목포항의 어선들은 어떻게 다닙니까.
“어선은 작잖아요. 조금만 나가면 굳이 수로로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설사 썰물 때 갯벌에 걸린다 하더라도 배 밑이 편평하니 밀물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나 군함은 밑이 뾰족해서 수심이 깊은 수로가 아니면 다닐 수가 없습니다. 만에 하나 썰물 때 갯벌에 걸리면 쓰러져 버립니다.”
해군기지 지역안배는 바보짓
▼ 해군의 작전사령부는 진해, 3함대사령부는 부산에 있었으니 해군은 경상도 쪽에 치우쳐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역 안배 차원에서 호남에도 해군 주요 기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해군기지는 지역안배가 아니라 가상 적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란 작전 차원에서 배치해야 합니다. 서남해의 해군기지 문제는 제주기지를 보며 풀어가야 합니다. 호남보다 훨씬 앞에 나가 있는 제주도에 기동함대 기지가 완공되면 서남해 방어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 그것은 지금 관점의 이야기고 과거 관점에서 보면 다른 얘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목포보다는 여수나 광양이 항구로서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해군은 3함대 사령부를 여수나 광양으로 옮길 수는 없나요.
“여수나 광양에 해군기지를 만들지 않은 것은 두 곳 모두 해군의 중심인 진해에 가깝게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수나 광양에서 출동하나 진해에서 출동하나 별 차이가 없기에, 과거 해군은 그곳에 기지를 두지 않았습니다.
해군이 세 개 함대를 두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1980년대 초입니다. 그때 가장 심각하게 토론한 것이 부산기지의 이전 문제였습니다. 해군은 부산 내항에 4000평 정도 되는 기지를 갖고 있었는데, 부산항이 커짐에 따라 작전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해, 이 기지 이전을 검토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