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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의 ‘영원한 청년배우’ 오현경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선다”

74세의 ‘영원한 청년배우’ 오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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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의 ‘영원한 청년배우’ 오현경

연극 ‘봄날’에서 아버지 역 (왼쪽)과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을 연기한 오현경씨.

▼ 시련이 끊이지 않았네요.

“저는 사실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요. 위암 수술도 위의 절반 이상을 잘라냈지만 밥을 많이 먹지 못한다는 점 빼놓고는 크게 불편한 점이 없어요. 최근에는 목 디스크 수술도 혼자 병원에 가서 했어요.”

뭔가 세상사를 초월한 듯한 발언이다.

▼ 아니 그래도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경험을 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요. 죽음이 겁나지 않아요. 더 오래 살겠다고 안달한다고 오래 사는 게 아닙니다. 오래 살려고 했던 친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더욱이 요즘은 제가 신앙생활을 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더합니다. 그리고 나는 의사 말을 잘 믿어요.”



▼ 마이크도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대사가 명료하게 전달될 수 있나요.

“실제로 연극이 끝난 뒤 어떤 사람은 나를 찾아와서 ‘혹시 마이크를 썼느냐’고 물어보기도 해요. 정확한 대사 전달을 위해서는 선천적으로 좋은 목소리를 타고나야 하지만 훈련을 해야 합니다. 노래하는 사람들의 발성방식을 보면 횡격막에 공기를 채워놓고 바람이 모두 빠지기 전에 살짝 채우는 방식으로 해요.”

그러면서 그는 기자에게 자신의 배를 한번 만져보라고 했다. 차돌처럼 단단했다.

“무대에서 제대로 발성되지 않은 소리는 관객에게 들리지 않아요. 소극장에서는 대사가 잘 들릴 것으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들리지 않을 때가 많아요. 아무리 작은 극장에서라도 저음은 저음대로, 고음은 고음대로 발성을 해야 합니다. 요즘 배우들은 대사의 분석을 대충하고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국어교육이 잘못됐어요. 말하기를 배우지 않아요. 서양말은 표준말을 배우려고 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선 공인이 지방말(사투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해요. 영어사전을 찾아보면서도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긴 발음과 짧은 발음에 대해서는 찾아보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객석과 연극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연극할 때가 많아요.”

연극배우가, 나아가 공인이 표준말을 구사하고 정확한 우리말 발음을 해야 한다는 데에 대한 그의 집착은 매우 강했다.

실제로 그는 사재를 털어 연극계 후배들을 위해 연기뿐만 아니라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기 위한 송백당(松柏堂)이라는 연극워크숍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말하기

▼ 일반인도 발음을 정확히 하는 법을 배울 수 있나요.

“그럼요. 나를 보세요. 내가 인중이 짧아요. 발음을 정확히 하는 데 상당한 핸디캡입니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내가 발성을 배운 겁니다. 일반인도 정확한 발음을 배우기 위해서는 누웠다가 약간 일어나려는 자세를 한 채 신문을 읽어보는 것도 해볼 만합니다. 물론 일반인은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지만 정치인 교수 목사 등 대중을 상대로 하는 사람들은 배워야 해요. 과거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도 별도의 스피치 고문을 두고 중요한 연설을 할 때에는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어떤가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잘 들렸지요. 박정희 대통령도 경상도 사투리이기는 하지만 뜻이 정확하게 전달됐어요. 김대중 대통령은 잘 전달이 안됐어요. 이명박 대통령도 전달이 잘 안되는 편이에요. 원래는 자기 의사가 100이면 120이 전달되도록 해야 하는데, 아는 것이 100이라고 하더라도 (발성에 문제가 있으면) 80만 전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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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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