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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영화 ‘청포도사탕’ 주연 박진희

“모범생 같다고요? 저도 한때 일탈해봤어요”

감성 영화 ‘청포도사탕’ 주연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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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친구들을 몰고 다녔나요?

“그렇진 않았어요. 그냥 무리 중 하나였죠. 튀지도 얌전하지도 않고, 공부도 중간 정도 하는 평범한 아이였어요. 어릴 적부터 밝고 활달하긴 했는데 앞에 나설만한 정도의 리더십은 없었어요.”

▼ 그때부터 배우를 꿈꿨나요?

“전혀요. 고교 때까지는 선주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선주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특별함이나 일탈을 꿈꿔본 적이 없는 것처럼, 저도 특별한 길을 갈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여고괴담’은 첫사랑 같은 작품



그의 데뷔작은 1997년에 방영한 드라마 ‘스타트’다. 고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학창시절 내내 연예인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삶을 살던 그가 어쩌다 이 길로 들어선 걸까.

“졸업식을 하고 나서 대학 가려고 재수를 했어요. 딱히 꿈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들 대학 가니까 나도 가야지, 하는 선주 같은 마음이었어요. 그러던 차에 매니저로 일하던 오빠 친구가 놀러와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묻더라고요. 돈 많이 준다기에 학원비 벌 요량으로 시키는 대로 드라마 오디션을 봤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절 뽑아주셨어요. 그 작품이 ‘스타트’인데 한 1년은 일하면서도 큰 애정이 없었어요. 그저 나중에 결혼하면 아이에게 자랑할 만한 추억 정도로 여겼죠.”

▼ 그럼 연기가 절실해진 건 언제부턴가요?

“1998년에 ‘여고괴담’이라는 영화를 찍고 나서였어요. 이듬해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들어간 것도 연기를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고요. 연기를 잘하고픈 욕심과 제 능력의 괴리를 이겨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하며 갈망하고 갈증 났던 부분을 학교에서 전문적으로 배우면 해소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 롤 모델이 있었나요?

“막연히 김혜자, 고두심 선생님처럼 되고 싶긴 했죠. 연기자라면 누구나 닮고 싶어 하는 훌륭한 배우의 대명사니까요. 그분들처럼만 된다면 배우로서 더 바랄 게 없어요.”

▼ ‘여고괴담’으로 떴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얼떨떨했어요. 저 자신에게 놀라기도 했고요. 왜냐면 제가 연기한 소영이가 저와는 동떨어진 캐릭터였거든요. 공부를 굉장히 잘해서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마음에 상처가 많은 아이였는데 카메라 앞에서 소영이를 연기하면서 새로운 절 발견했어요. 나도 연기를 잘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막연한 가능성을 봤다고 할까요. 지금도 ‘여고괴담’으로 절 기억해주시는 분이 많은데, 저한테도 그 작품은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작품이죠.”

▼ 데뷔 후 꾸준한 사랑을 받았지만 인기라는 게 부침이 심한데 힘든 적은 없었나요?

“인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아요. 스무 살에 우연히 데뷔해서 처음 한 영화가 너무 잘됐고, 처음 찍은 광고도 반응이 너무 좋았고, 인기라는 걸 실감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지내다보니 20대 중반에는 내 시간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당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요. 사람의 성격은 왜 일관되지 않고 때와 장소, 상대에 따라 변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무렵 선택한 작품이 ‘러브토크’였는데 영화 찍으면서 성장통을 좀 겪었어요. 그러고 나니 한결 성숙해져서인지 연기로 할 이야기가 많아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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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소화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 ‘궁녀’(2007) ‘친정엄마’(2010),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2006) ‘쩐의 전쟁’(2007) ‘자이언트’(2010) 등은 20대 중반에 겪은 성장통의 결실인 셈이다.

▼ 밝고 소탈한 성격이 성장통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나요?

“어느 정도 도움이 됐겠죠. 워낙 긍정적인 편이라서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미련을 두지 않거든요.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돼 있는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잖아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뭔가요?

“여러 번 연애를 해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연애더라고요. 작품도 그래요. 작품 수가 20~30편이다보니 하나를 꼽긴 어렵지만 가장 근래에 찍은 거라 아직 감정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청포도사탕’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첫 영화인 ‘여고괴담’은 첫사랑처럼 생각만 해도 애틋한 작품이고요.”

▼ 연기 호흡이 잘 맞았던 상대 배우를 꼽는다면…?

“빈말이 아니라 신기할 정도로 모두 잘 맞았어요. 지금까지 함께 일한 상대 배우 중에서 두 번은 만나고 싶지 않은 배우가 없을 정도로요. 다들 다시 만나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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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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