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호

코치를 코치하는 여자, 고현숙

“나는 늘 옳고 똑똑하다”? 당신은 코치 필요한 독불장군 리더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입력2007-07-09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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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해 적자가 6800억엔까지 치솟던 닛산은 중간관리자들에게 코칭 교육을 실시한 후 1년 만에 3000억엔 흑자기업으로 변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기업 CEO와 임원들 사이에 코칭 바람이 불고 있다. 코칭은 자신은 물론 부하직원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기술을 터득하게 하는 작업이다.
    코치를 코치하는 여자, 고현숙
    ‘구조조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카를로스 곤은 1999년 한 해 6800억엔의 적자를 낸 닛산의 CEO로 파견됐다. 그가 ‘닛산 리바이벌 플랜(NRP)’을 수행하기 위해 처음 한 일은 중견간부 600여 명을 골라 3개월 동안 한 사람씩 코칭을 진행하면서 닛산의 개혁을 이끌 인재를 물색한 것이다. 이후 닛산은 코칭 기술을 관리직의 주요 역량으로 설정, 중간관리자 2500명에게 정기적으로 코칭 교육을 받게 하고 상사와 사원 간 1대 1 코칭도 실시했다. 곤은 코칭 리더십을 발휘해 부임 1년 만에 적자기업 닛산을 3000억엔이 넘는 흑자기업으로 바꾸어놓았다.

    전문코치 교육을 받고 현재 코치로 활동 중인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 장관은 “일본 경제가 코칭에 의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사고와 의식부터 바꿔야 한다. 코칭 보급을 통해 선진국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기업 CEO와 임원들 사이에 ‘과외선생’을 따로 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자신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이끌어낼 기술을 터득하게 하는 ‘코치(Coach)’가 그것. 기업 리더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도 코치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8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4%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전문코치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컨설팅, 멘토링, 코칭

    흔히 ‘코치’ 하면 스포츠 종목을 떠올리지만 경영 리더들이 찾는 ‘코치’는 좀더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감정을 헤아리고 맥락을 파악하면서 듣는 적극적 경청과 질문 등의 대화 기술을 통해 스스로 잠재능력을 개발하도록 도와주고 목표설정, 전략적인 행동, 뛰어난 결과의 성취가 가능하게끔 이끌어주는 것이다.



    ‘사람을 키우는 리더의 코칭 스킬’이라는 부제를 단 책 ‘유쾌하게 자극하라’를 펴낸 한국코칭센터(한국리더십센터 그룹사) 고현숙(高賢淑·45) 대표는 ‘코치를 교육하는 코치’로 지금까지 200여 명의 전문코치를 양성했다. 그는 300여 명의 CEO와 임원을 직접 코치한 비즈니스코칭 분야 전문가다. 그에 따르면 코칭의 기본철학은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 현재의 자신을 뛰어넘을 잠재력을 갖고 있고, 스스로 자신의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코칭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였던 토머스 레너드가 1992년 코칭그룹(Coachinc.com)을 설립하고 36개국에서 9000여 명의 코치를 교육, 양성하면서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의 세계적 기업 CEO는 여러 명의 코치를 두고 1대 1로 코치를 받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1년 한국코칭센터가 출범, 이듬해 세계적 전문코치 양성기관인 CCU(Corporate Coach University)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제코치연맹(ICF)이 인증한 CEP(Core Essential Program), 코액티브(Co-Active) 코칭 프로그램 과정을 개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현숙 대표는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 등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CEO가 1대 1 코칭을 받은 뒤 임원들을 대상으로 코칭 교육을 받게 하면서 코칭 문화가 확산됐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CEO를 위한 코칭교육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직원들이 내 맘 같지 않다”는 것이다.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고 대표로부터 1대 1 코칭을 받은 중소기업 사장 L씨는 확실한 변화를 실감했다.

    어느 날 그는 직원 한 명과 부산으로 출장을 가야 했다. 그런데 직원이 출장 당일 새벽에 전화를 걸어 “몸이 아파서 함께 출장을 갈 수 없다”고 했다. 예전의 L씨였다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 전화에 대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꾹 참고 “몸이 아프면 쉬어라. 대신 내가 갔다 와서 일이 어떻게 됐는지 설명해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 후 L씨는 출장 내용을 정리한 e메일을 직원에게 보냈다. “쉬어라”는 말은 들었지만 평소 사장의 행태대로라면 크게 혼이 나리라 생각했던 직원은 L씨의 메일을 열어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지시명령형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 수평적 기업문화에서 직원들을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려면 또 다른 기술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감성 리더십, 공감 리더십과 더불어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시되는 까닭이다. 리더는 열린 마음으로 직원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감정에 눈높이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

    30여 기업, 기관에서 코칭 교육

    고 대표에 따르면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이나 외부에서 스카우트된 임원이 코칭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새로 임원이 되면 팀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때와 달라 어려움을 겪는다. 팀원의 업무를 시시콜콜 챙기는 팀장과 달리 임원은 회사 전체를 조망하는 큰 틀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권한에 맞는 힘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외부에서 들어온 임원의 경우 성과를 내려면 보통 3~6개월이 걸리는데 새로운 조직문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칭 교육이 필요하다. 고 대표는 “대기업은 인사 부서에서 사내 주요 리더가 될 사람을 점찍어 미리 승계구도를 만들어놓은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임원뿐 아니라 팀장급까지 포함시키는 곳도 있다. 이들에 대한 코칭 교육을 의뢰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코칭센터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코칭 교육을 도입한 기업과 기관은 30여 곳으로 포스코, 현대자동차, KTF, SK텔레콤, 서울아산병원, 숙명여대, 국민건강보험공단, LG전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등이다. 센터에서 개설한 ‘CEO를 위한 비즈니스코칭’ 과정을 교육받으러 오는 사람들 중에는 ‘교육을 받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 고 대표는 “CEO 가운데는 독불장군 식으로 직원의 인격을 무시하고 마치 하인 다루듯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결재판을 집어던지는 경우도 있다. 사장이 이런 식이면 조직 분위기는 엉망이 된다”며 중견 제조업체 P사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코칭의 위력

    다혈질인 P씨는 임직원들에게 반말을 예사로 했다. 팀장도 덩달아 부하직원에게 반말을 하고 심지어 욕설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P씨는 회의시간이나 직원들과 면담할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잘 듣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직원들한테 뭘 물어보면 대답하는 것이 시원찮아 속이 터진다”고 답답해했던 그는 코칭 교육을 받은 뒤 배운 대로 실천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P씨는 “회의나 면담시간에 꾹 참고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말도 잘하고 아이디어도 많았다. 예전에는 거래처 사람을 만나러 가는 직원에게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해서 보냈는데, 시간이 지나자 아무 말 안 해도 알아서 잘 처리하는 걸 보았다. 평소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우리 직원들이 훨씬 똑똑하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승진과 연봉협상 등을 위해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인사고과를 매기는 임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이 부하직원과의 면담이다. 고 대표는 “사실 상사는 부하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세세히 알지 못한다. ‘위에서는 자꾸 평가하라는데 정말 괴롭다’고 말하는 임원이 적지 않다. 인사고과에 불만을 품은 직원이 적지 않아 코칭 교육을 받으면서 면담기술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대기업 임원 K씨는 코칭 교육에서 배운 대로 업무평가서 초안을 놓고 직원에게 각 항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도록 요청했다. 직원의 말이 끝나자 차례로 질문을 이어 나갔다. “지난 분기 중 가장 중요한 성과는 무엇인가” “다음 분기 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면담 과정을 거치면서 K씨는 직원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있는지, 책임감은 어느 정도인지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과거의 K씨였다면 잘한 점 한두 가지를 얘기한 뒤 잘못한 점 대여섯 가지를 지적하며 훈계를 늘어놓았을 것이다. K씨는 같은 방식으로 부하직원 10명을 면담했다. 그러자 한 직원은 “이런 면담은 처음이다. 속이 후련하다”고 했다. K씨는 “직원들이 질문을 듣고 자신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부족한 점을 스스로 깨닫는 것 같았다. 업무평가에 불만을 품으면 사표를 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에는 직원들이 평가결과에 대부분 수긍했다”고 밝혔다.

    고 대표에 따르면 똑똑한 리더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그들은 항상 ‘나는 옳고 내가 직원들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고 대표는 “정말 똑똑하고 유능한 CEO와 임원 중에 이처럼 자기중심적이고 자아도취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 조직을 이끌면 직원들의 잠재력이 빛을 발할 수 없고, 직장과 일에 대한 헌신을 이끌어내기도 어렵다”고 충고했다.

    코칭 분야는 비즈니스(CEO·임원), 라이프, 커리어로 나뉜다. 비즈니스 코칭 전문가인 고 대표에 따르면 그룹이 아닌 1대 1 코칭의 특성상 코칭 받는 사람의 가정사나 삶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코칭하게 된다. 그는 “유능하고 남 눈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CEO나 임원들과 대화해보면 스스로 부족하고 못났다고 힐책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인간의 가장 진실한 순간을 함께 대면할 때 코치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대기업 임원 C씨는 평소 걸핏하면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게 고민이어서 1대 1 코칭을 받았다. 그런데 화가 치미는 감정의 밑바닥에는 부부갈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가정은커녕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일에 파묻혀 살았던 C씨는 아내와 사이가 틀어져 오랫동안 ‘남편 따로 아내 따로’인 형식적 부부로 지내왔다. 코칭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고 대표는 결혼하고 첫아이를 낳았던 신혼시절을 생각하도록 한 뒤 “아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C씨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고 대표는 “아내가 뭘 좋아하고 남편에게 뭘 원하는지 써보라”는 숙제를 냈다. 틀어진 부부 문제를 외면한 채 살던 C씨는 아내가 자신을 왜 냉랭하게 대하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이후 해결방법을 찾고 노력한 끝에 부부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C씨는 “남들도 다 우리 부부처럼 사는 줄 알았다. 아내와 사이가 좋아진 뒤 회사에서 화도 덜 내고 활발해졌다. 예전에는 항상 누가 뒷머리를 잡아당기는 기분이었는데 그런 느낌이 없어졌고 에너지가 솟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자발적 변화 의지 필요

    코치를 코치하는 여자, 고현숙

    고 대표는 “아무리 능력있는 사람이라도 분명히 코치 받을 부분이 있다”며 코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고 대표는 “임원이나 직장인이 잘 빠지는 함정이 있다. 회사 일에 매진해서 승진하고 월급을 많이 받으면 그게 가족을 위하는 일이고 사는 것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중에 회사나 가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C씨도 그래서 화가 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기업 임원인 O씨는 대학생 아들과 갈등이 심했다. 아들은 O씨와 얼굴을 마주치는 것조차 싫어해 대화를 할 수도 없었다. ‘부모로서 내 존재는 무엇인가’ 고민하던 O씨는 1대 1 코칭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평소 자녀교육은 아내에게 맡겨둔 채 별 관심을 갖지 않았고 아들에겐 일방통행의 지시와 잔소리만 했다.

    코칭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O씨는 아들과 처음으로 진지하게 마주앉아 아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면서 밤새 대화를 나눴다. 그는 “코칭을 받으면서 내 문제와 갈등이 뭔지, 또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알게 됐다. 아들과 대화를 나누다 감동해서 눈물이 났다. 그동안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권위적인 문화에 얽매여 나도 모르게 금기가 많았다. 그런 게 아들과의 문제를 만들었던 것 같다. 틀을 깨고 나니까 정말 편해졌다. 나 자신이 새롭게 성장한 느낌”이라고 했다.

    대기업 임원이나 CEO 중에는 20~30년 넘게 한 직장에 근무하며 ‘뼈를 묻은’ 경우가 많다. 이들 하드워커(hard worker)에겐 개인의 삶이 없다. 고 대표는 “기업 임원이라는 현재의 정체성은 있지만 나중에 퇴직하면 그게 사라진다. 퇴직 후의 진로와 인생계획이 필요한데 이 문제를 직시하기를 두려워한다. 임원은 다른 말로 하면 ‘임시직원’이다. 성과가 안 좋으면 언제든 강제퇴직당할 수 있다. 그동안 코치한 임원 중 95%는 퇴직 후 미래가 뻔히 보이는데도 퇴직 이후를 생각하기 싫어했다”고 말한다.

    코치에게 특별한 기술과 능력이 필요하듯이 코치 받는 사람도 자발적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는 코치 받는 사람의 능력이다. “지금 잘나가고 있는데 왜 내가 코칭을 받느냐”는 사람도 있다. 고 대표는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분명히 코치 받을 부분이 있는데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완벽한 삶이 100%라고 한다면 당신의 삶은 몇 %인가?”라고 물으면 보통 “80~90%”라고 대답한다. 고 대표는 “자의식이 강하고 코칭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상대할 때가 가장 힘들지만, 뒤늦게 코칭의 매력에 푹 빠져 코칭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인상이 달라졌다

    고 대표는 서울대 소비자학과를 졸업하고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기업 기획실장, 언론사 교육연구소 사무처장,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을 거쳐 코치가 됐고 현재 ‘ICF(국제코치연맹) Korea’ 이사로 있다.

    코치의 길로 들어선 것이 고 대표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전환기였다. 그는 “생산적인 삶을 지향하는 성향이 분명하고 급한 성격이었다. 그런 내가 상대방의 잠재력을 신뢰하고 그것을 이끌어내기까지 많은 인내와 수양이 필요했다. 에고(ego)를 최대한 낮추고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섬기는 자세를 지향한 몇 년 사이 인상이 바뀌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나의 내면도 변화를 겪었다”고 했다.

    한국리더십센터에서 근무하던 때 고 대표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프랭클린코비사(리더십회사)의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코칭 세션’ 프로그램에 참석했을 때 야구모자를 쓴 사람이 연단에 올라왔는데 모자에 ‘매니저’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연사는 청중을 향해 “볼런티어(자원자)가 있으면 나오라”고 했고, 무대 위로 올라온 사람에게 “일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냐”고 물으면서 여러 가지 조언을 했다. 그러고는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남자는 “별로 좋지 않다”고 대답했다.

    무대 뒤로 잠깐 사라졌다 ‘코치’라고 적힌 모자로 바꿔 쓰고 나타난 연사는 남자에게 “당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으며 그것을 바꾸려고 어떤 시도를 했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재차 기분을 물었다. 남자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고 대표는 그 광경을 본 순간 코칭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코치는 코치답게 존재’하는 것이 코치의 역량 가운데 하나다. 이는 코치할 때 마음과 몸이 동시에 코치 마인드셋(mindset)이 되어 완전히 몰입해야 함을 의미한다. 상대가 하는 말의 맥락을 짚어가며 공감해주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얘기하기를 망설이게 하거나 집중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기업 CEO 앞이라고 해서 코치가 주눅들어선 안 된다. 상대에게 잘못 보여 코칭을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나 염려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핵심을 짚어 상대가 감추고 싶은 진실과 대면하게 하는 것이 코치의 임무다. 코칭 받는 사람이 자신을 직시하고 깨달아야 의식도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창기에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 상대방 얘기를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 대통령에겐 코치가 필요하다

    최근 코치들 사이에 “대통령에게도 코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얼마 전 참여정부평가포럼에 참석한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 중립 위반 경고를 받았다. 그전에 이미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발표해 언론계와 법조계, 학계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은 상태였다.

    “대통령이 상황논리에 빠져 타인의 말이 귀에 안 들어오는 것 같다. 그동안 말실수와 막말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 경우가 얼마나 많았나. 일 벌이고 뒷감당 못하고 겨우 수습하고 또 일 벌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말에 앞서 어떻게 전달하면 사람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서 적절한 수위나 전달방식을 결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노 대통령은 이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의 방법이 대통령으로서 바람직한 의사소통 방식인지 자기성찰이 없는 것 같다. 성찰이 없으면 주위 사람의 충고를 경청할 수 없고 말과 행동을 바꿀 기회도 오지 않는다.”

    고 대표는 이렇게 지적하면서 중견기업 K사장의 사례를 들려줬다.

    K씨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달 강사를 초빙해 전 직원을 교육시켰다. 한번은 베스트셀러를 낸 유명강사 섭외에 애를 먹다 어렵게 초청해 강의를 듣게 한 후 직원들에게 설문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지난 몇 년간 강의를 맡은 강사 중 최악의 점수가 나왔다. “어느 때보다 교육내용이 알차고 좋았다”고 생각했던 K씨는 의외의 반응에 직원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지루했다” “자기 자랑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교육내용이 아니라 잘못된 전달방식이었다.

    21세기는 조직원 재량의 폭이 확대되고 직원 개개인이 조직에 끼치는 영향이 증폭되는 시대다.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는 코칭 리더가 있다면 그 기업의 역량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고 대표는 “리더 한 사람의 변화가 조직 내에 일파만파 변화의 물결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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