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MB경제팀 아마추어리즘 비판’

“상상력 부족한 강만수 장관, 70년대식 정책으론 경제 못 살려”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8-10-07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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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만수 장관의 환율 개입과 여권의 위기설이 화(禍) 불러”
    • “이명박 대통령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발언은 부적절”
    • “반짝효과 노리고 부동산 경기부양하면 큰코 다친다”
    • “성장률 집착하면 부작용 낳는다”
    • “5년간 50조 SOC사업, 민자 동원하면 비경제적”
    • “통치자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
    • “1977년 의보제도 필요성 대통령에게 보고해 관철”
    • 헌법 제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은 ‘김종인 조항’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MB경제팀 아마추어리즘 비판’
    경제위기는 과연 물 건너 간 것일까. 채권만기일(9월9,10일)에 외국인들이 이를 팔아치우면서 국내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채권발(發)’ 경제위기설은 소멸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경기는 여전히 침체돼 있고, 달러화 강세로 환율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또 단기외채 급증, 증시 불안, 6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73조원대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부동산 침체, 경기 침체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9월1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제금융시장이 미국의 주택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쉽게 호전되지는 못할 것이다. (금융시장 위기가) 이제 지나갔다고 하는 것은 성급하다. 주식가격이나 환율이 대외적으로 많이 노출돼 있어 전체적으로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9월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IMF 같은 위기로 경제가 파탄 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IMF체제의 어려움을 겪은 국민의 가슴은 여전히 콩닥거린다.

    이런 상황에 노태우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며 선 굵은 경제개혁가의 이미지를 남긴, 4선(選) 경력의 김종인(68) 전 의원에게서 한국 경제의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흥미롭게도 그가 경제수석으로 재직하던 시기도 요즘처럼 증시가 요동을 쳤고, 정부가 연이어 특단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던 시기였다. 그 시기를 거치며 그는 인위적 증시 개입과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를 직접 체험했다.

    김 전 의원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위기설이 기본적으로 줏대 없는 경제정책가들에게서 비롯됐음을 지적했다. 또 1960년대식 재벌중심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의 국가경제 운영체제와, 부동산 활성화나 증시 개입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반짝 효과를 노리는 정책보다는 낮지만 적정한 성장률을 목표로 한 중장기적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보다는 양극화 해소에 심혈을 기울이며 국민을 통합하는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손자인 김 전 의원은 지난 6월 민주당을 탈당하고 ‘자유인’으로 돌아왔다. 1973~80년 서강대 교수를 거쳐 11대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노태우 정권시절 보건사회복지부 장관, 12대(민정당)·14대(민자당)·17대(새천년민주당) 의원을 지냈다.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경질설이 나돌 때는 후임자로 언론에 하마평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현재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으로 남북 경제통합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그를 9월7일 서울 부암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외환경 따지지 않고 환율 개입’

    ▼ 최근 제기된 금융위기설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사실 최근의 외환위기설은 좀 과장돼 있습니다. 또 요즘 상황을 마치 1997년 IMF체제와 비교해서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잘못된 비교입니다. 외환보유액(2400억달러) 자체도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외환위기설이 이렇게 급격하게 번지게 된 동기는 한나라당 등 여권에서 ‘9월 외환 위기설’을 처음 제기했고, 기획재정부 장·차관이 이례적으로 주권 차원에서 환율에 개입해 평가절상이나 절하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시작이었지요.”

    ▼ 인위적 환율 평가절하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입니까.

    “정부에서는 원화를 평가절하하면 수출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했어요. 성장을 이끌어가는 요인이 수출 투자 소비 이런 것인데, 국내 투자도 부진하고 소비도 별로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까 수출을 늘려서 성장률을 높이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올봄 920원대였던 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한 가지만 본 겁니다. 원화가 평가절하되면 수출업자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수입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최근에는 원유가격이나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당시는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던 때입니다. 결국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원화가치까지 떨어지니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국내 물가가 오르니 서민생활이 충격을 받게 된 거지요.

    그렇게 되니까 또 경제팀이 갑자기 안정 위주로 간다고 선언하면서 환율의 평가절상안(案)을 내놓았습니다. 한국은행 총재와 기획재정부 장관이 만나 합의하고, 외환보유고를 풀어 원화 값을 안정시키려고 하자 여기에 일반 투기세력들, 소위 환투기 세력들이 장난을 쳤어요.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채권 만기가 돌아오고, 단기외채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리볼빙(revolving system·회전결제)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또 국제금융시장이 상당히 경색되면서 외채 차입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문제가 제기됐고, 그 과정에서 외환위기설이 생겨난 겁니다.”

    ▼ 결국 경제정책 결정자들의 잘못이군요.

    “기본적인 문제점은 정책 당국자가 경제위기론을 스스로 얘기한 것입니다. 쓸데없는 상황논리를 만들어서 이랬다저랬다 말을 뒤집었습니다. 그러니 정말 어려운 상황이 오자 국민이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을 믿지 않는 겁니다. 결국 국민이 불안해하니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위기설이 확대됐습니다.”

    ▼ 최근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 대(對)달러 원화 가치가 요동치고 있는데, 국제경제 상황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미국 경제가 별로 좋아지는 것 같지도 않은데 강세로 돌아선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달러화는 기축통화이므로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재정적자도 엄청나게 기록하고 국제수지 적자도 IMF에서 정한 위험수위를 넘어선 800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큰 걱정 없이 저금리를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국제수지 흑자를 엄청나게 내지만 여전히 경제가 허덕입니다. 외환보유고를 쌓아서 미국의 모기지나 채권 등을 사느라 돈을 그곳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도 한 요인입니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니 유가도 하락하고, 서로 의존관계에 있는 미국 경기가 좋아져서 자기들도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한때 미국 경제가 하락해도 중국이나 인도 등 이머징 마켓이 팽창해서 전세계적으로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어요. 미국은 전세계 GDP의 25%를 차지하지만 중국경제 규모는 아직도 미국의 4분의1 수준밖에 되지 않거든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기에는 아직 거리가 멉니다.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이런 국제적 상황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상황은 급속히 변하는데 지식이 따라가지 못하니 근시안적인 정책들을 쏟아놓는 거지요.”

    노무현 정부도 부동산 정책 오판

    ▼ 부동산 문제가 새로운 경제위기를 낳을 가능성은 없나요?

    “부동산 분야 자체가 전체 우리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한 분야가 어려워지면 전반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너무 과장된 표현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MB경제팀 아마추어리즘 비판’

    새천년민주당 시절의 김종인 전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

    ▼ 미국의 경제위기도 비우량주택담보 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됐잖습니까.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로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투기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아파트 공급량만 늘리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고, 아파트를 많이 짓게 했어요. 그리고 금리를 아주 싸게 유지하니까 은행에서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가계부채 660조원의 상당 부분이 아파트 구입비였습니다. 즉 아파트는 하나의 투기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데 그 측면을 무시하고 무조건 공급을 늘렸어요.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낳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아파트는 투기 가능성이 없으면 수요가 생겨나지 않아요. 지금 상황을 보십시오. 집을 지어놓아도 팔리지가 않고, 그러니 건설업체들이 자금경색에 빠져서 부도가 많아집니다. 그동안 금리가 쌀 때 은행돈 빌려서 아파트를 샀던 사람들이 금리가 높아지면서 부담이 늘어나자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요. 결국 은행도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도달해 있는 겁니다.”

    ▼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군요.

    “특히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소비가 아주 어려운 지경에 있습니다. 중간소득 이하 계층의 사람들은 소비 여력이 없어요. 아파트 구입하느라 빚을 진 사람들이 빚 상환하기도 어려운 판에 어떻게 소비를 늘릴 수 있겠어요.”

    ▼ 정부는 양극화문제 해결보다는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합니다.

    “정부는 선순환 논리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고용이 늘어나고, 그 결과 개인 소득이 늘어나면서 양극화도 줄일 수 있다는 거지요. 이론상으로는 맞는 얘기지만 현실적으로는 잘 들어맞지 않습니다.”

    ▼ 양극화 해소 문제가 절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신자유주의 경제에서는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구도입니다. 그러면 낙오자의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서 생존에 대한 본능을 발휘하게 됩니다. 그 본능을 간과하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인간의 본능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제시스템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역사의 교훈이 있습니다. 소련의 계획경제 시스템은 인간의 본능인 상승욕구를 억압했기 때문에 몰락한 것 아닙니까? ‘역사의 종말’을 쓴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긍정적인 발전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려면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어느 정도 그 측면에 관심을 갖고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경제 체질 강화에 초점 맞춰야”

    ▼ 이것은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반대한다는 논리와 배치되는 것 아닌가요.

    “생존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소한의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은 분배정책하고도 아무 관계가 없어요.”

    ▼ 그러니까 공정한 경쟁의 룰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맞습니다. 공정한 룰이 없으면 시장경제의 효율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없어요. 쉽게 얘기해 우리가 축구경기를 하는데 왜 금을 긋고 규칙을 정해서 경기를 합니까? 시장경제의 효율을 유지하려면 일정한 룰이 필요한데, 이런 것들을 다 규제라고 해서 철폐해서야 되겠습니까? 규제완화는 자칫 공정한 룰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려면 일정 정도의 룰을 지켜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입니다.”

    ▼ 전반적으로 경제를 살리려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냉정해져야 됩니다.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해요. 밖으로 눈을 돌리면 중국 중동 동남아 유럽 미국 어느 곳 하나 경제 전망이 좋은 곳이 없습니다. 이 말은 우리의 수출 신장 능력이 한계에 봉착해 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국내 수요도 좋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우리 경제의 체질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래서 국제경기가 다시 좋아지면 거기에 맞춰 나아갈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의 경제정책은 정부가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먹혀들지 않습니다. 관료들이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1인당 GNP가 1100달러였던 1970년에 펴던 경제정책과 2만달러에 도달한 지금의 경제정책은 근본적으로 달라야 합니다.”

    ▼ 경제정책이 어떻게 달라야 한다는 겁니까.

    “과거에는 정부가 경제정책을 밀어붙이면 그게 다 성장의 효과로 나타났습니다. 대기업들도 투자만 하면 자기네 경제영역이 커지고, 수익이 늘어나니 투자를 많이 했지요. 지금은 기업들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생겼습니다. 현 정부는 시장원리를 중시하는데, 시장원리라는 게 뭡니까? 투자 측면에서 보면, 기업이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투자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규제완화를 절대가치처럼 얘기하는데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분야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즉 기업이 규제가 많아서 투자를 안 해왔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정부가 ‘기업 프렌들리’하다고 투자할까요? 이제까지 ‘기업 프렌들리’하지 않은 정부가 있었나요? 경제성장을 제대로 하려면 첫째, 투자가 늘어나야 하는데 정부가 뜻하는 대로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 대상을 만들려면 기술을 발전시켜 신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술 발달은 더디고, 국제경기도 나빠지면서 수출도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또 국내 소비도 줄어들고 있으니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경제정책 행동반경 좁다”

    ▼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정부가 명심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먼저 성장률에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우리 경제가 10% 넘게 성장하던 시기가 있었지요. 그런데 요즘 거론되는 잠재성장률 4.5~ 5%면 우리 경제가 크게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성장률에 집착하면 그것이 바로 부작용을 만듭니다. 그러니까 정상적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교육 기술 인구정책 같은 기본적인 부문들을 굳건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반짝 효과’를 노리는 정책을 생각해선 안 됩니다.”

    ▼ 과거에 경제가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 반짝 효과를 노리고 시행한 정책들은 어떤 것입니까.

    “특히 대부분의 정부에서 부동산시장을 꿈틀거리게 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써왔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볏짚 태우듯이 일시적으로 타오르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부작용을 낳습니다. 투기꾼들이 몰려서 그것을 진압하느라고 쓸데없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발언이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대운하 재추진 발언 같은 것도 부적절하다고 보십니까.

    “1980년대에도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정책관료들이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끄집어내곤 했습니다. 예컨대 경기가 나빠지면 자금 수요가 없으니까 자연적으로 금리가 내려갑니다. 경제학 이론상으로도 금리가 떨어지면 제일 무난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주택투자라고 합니다. 그러니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건축경기 활성화를 내세우는 겁니다. 문제는 건축경기 활성화는 항상 투기를 수반한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그런 짓은 다시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책은 장기적으로 보면 효력도 없습니다. 우리가 성숙한 경제에 진입해 있다는 전제하에 정책을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 정부는 9월1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2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열고 전국을 7개 광역경제권 중심으로 개발하기 위해 5년간 50조원을 투입해 새만금 개발, 호남고속철 착공 등 30개 사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주로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이 많습니다. 경제적 타당성이 불투명한 내용이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런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의미는 무엇인지요.

    “우리 경제는 물류비용이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물류비용은 매출액의 약 11%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재정조달에서 민자동원이라고 하는 발상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인천공항철도, 인천공항고속도로 등)으로 볼 때 정부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재정조달이 비용 측면에서 휠씬 경제적이라는 것을 정부가 재인식했으면 합니다. 민자 동원은 해당기업의 수익을 일정수준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채권발행을 통해 투자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 위에서 말씀하신 ‘성숙한 경제’라는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것인지요.

    “인구 5000만에 1인당 GNP가 2만 달러대라면 세계적으로 10위권 안에 드는 성숙한 경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책도 그 수준에 맞게 해야 합니다. 이런 사회에선 정부가 경제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행동반경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특히나 우리 경제가 국제 경제상황에 영향을 받아서 원유값이나 원자재값이 크게 올라가면 제아무리 좋은 경제정책도 효과가 줄어듭니다.”

    국민 짜증나지 않게 해야

    ▼ 지금은 이 정부가 욕심을 많이 낼 필요가 없는 상황이군요.

    “욕심을 낼 수도 없고, 욕심을 내도 안 돼요. 과욕이 화를 자초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가야 합니다. 국민에게 너무 크게 기대하게 하고 조급한 인상을 주면 ‘된다던 일이 왜 안 되느냐’며 실망하고 짜증이 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경제정책의 성공을 위해선 목표도 절제가 필요합니다.”

    ▼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못 운용하고 있는 사례로는 또 어떤 것이 있습니까.

    “대표적인 것이 증시 대책입니다. 지금 세계 증시가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좋지 않아요. 증권시장은 대표적으로 잘 짜인(organized) 시장입니다. 그래서 수요공급의 원칙이 가장 잘 들어맞는 곳입니다. 그러니 증시가 하락하는 것을 늦춰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 경제수석 재직 당시의 증시 상황은 어떠했고, 어떤 대책을 세웠습니까.

    “당시 증시가 과열돼 1989년 중반에 코스피지수가 1004포인트까지 올라갔어요. 그런데 가을이 되자 급락하기 시작해 840포인트까지 내려갔어요. 증시 붕괴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였지요. 그러자 정부는 통화를 발행해서라도 주식을 사들이겠다면서 1989년 12월12일 투자신탁회사를 통해 3조2000억원을 증시에 투입했습니다. 그 결과 주가가 900포인트 선까지 올라갔습니다. 문제는 이게 일시적 효과만 있었고, 이듬해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3월에는 800포인트 선으로 주저앉았다는 겁니다. 결국 3조2000억원만 날린 셈이었습니다. 그 무렵 제가 경제수석으로 이동했습니다. 조금 지나자 700선대도 무너졌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증시를 살려내라는 협박 전화가 걸려오곤 했어요. 7월이 되자 500선도 무너졌어요. 대한민국 경제가 다 망한다는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인위적 증시 부양은 절대 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결국 472 선에서 바닥을 치고 증시가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 올해 들어 연기금이 증시에 들어갔다가 5조원대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 박해춘 이사장은 “현재 17.5%인 국민연금의 주식 비율을 차츰 높여 2012년 말에는 40%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일본의 경우 1989년 닛케이지수가 3만9800대까지 올라갔어요. 노무라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경에 8만포인트까지 오른다고 했어요. 그러나 1990년대부터 오히려 떨어지기 시작해 10년 동안 1만2000선에서 헐떡거리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더욱이 노후 생계보장을 위한 연기금 재정이 바닥날 수 있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상황에서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주식의 투자비율을 높이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선택과 집중 전략 필요”

    ▼ 이명박 정부의 세금 환급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감세(減稅)정책을 내세웠습니다.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소득세 법인세를 감면하는 것은 정치적 판단이니까 시비할 게 없어요. 다만 그런 감세정책이 경기부양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려면 감세보다는 정부 지출(세출)을 통해 전략적으로 돈을 투입하는 게 효과가 더 큽니다. 미국도 지난 1월 1000억달러의 세금을 환급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팀에 조언하신다면….

    “통치자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 실상을 진솔하게 얘기하고 국민에게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어느 특정 집단을 위해 일해서도 안 되고, 너무 성급하게 일을 추진해서도 안 됩니다. 5년 임기가 생각보다 길지 않아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서 생각했을 테니까 선택과 집중의 효율성을 인식하고 나라를 이끌어가면 좋겠습니다. 강 장관처럼 관료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만날 생각하는 게 옛날에 그랬듯이 부동산으로 경기부양을 하려고 들어요. 시대가 바뀌었으니 그 옛날 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성숙한 나라들은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이후 경험이 많이 쌓여서 단기적 경기진작책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 지금 현대인의 인식이나 행동양식이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요.

    “지금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사회이고, 숨길 수 있는 것이 없어졌어요. 문화나 사회는 참으로 다양해졌습니다. 그리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난 이후 우리 사회에도 이데올로기가 크게 약해졌어요. 당시 고교 3학년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 변화를 실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40세 미만의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요.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요즘 사람들은 그 대신 정의로움과 불평등에 대한 의식이 아주 강해졌답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조금만 부정적인 상황이 있어도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자기에게 어떤 불편이 초래된다고 느끼면 즉각 반응합니다. ‘촛불정국’이 대표적인 예지요. 이런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정치인들이 인식해야 합니다.”

    ▼ 결국 국민이 바뀌었으므로 정책결정자들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지금은 국제 경제상황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이 잘 안 됩니다.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사람들은 이론을 겸비하고, 상황분석 능력, 예측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예술가 같은 상상력입니다. 그래야 변화하는 사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국민은 변하는데 국민을 이끌어가는 쪽이 변하지 않으면 조화가 되겠습니까?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 실패한 이유가 그런 상상력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MB경제팀 아마추어리즘 비판’

    1991년 1월 김종인 청와대 경제수석(앞줄 맨 오른쪽)과 마슬류코프 소련 제1부총리가 ‘한소경협에 관한 공동성명서’에 서명하고 있다.

    ▼ 지난 6월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후임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을 서슴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서강대에서 1973년부터 1980년대 초까지 재직했고, 국회의원 생활도 해 보고,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직책에도 있어 봤습니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 소신껏 말하는 것뿐입니다.”

    김 전 의원은 9월초 국회의장(김형오) 직속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돼 내년 2월까지 개헌 관련 연구를 하게 된다. 그는 헌법을 전공한 학자는 아니지만 헌법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87년 헌법특위에서 경제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명기한 이가 바로 그다. 일명 ‘김종인 조항’으로 불리는 헌법 제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1990년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을 유도한 5·8부동산 조치가 나왔다.

    국회 헌법자문위 위원장 위촉

    ▼ 경제수석으로 있을 때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을 유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1985년 9월21일 선진 5개국이 환율 조정을 위해 맺은 플라자협정 이후 환율이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원화의 평가절하가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1986년부터 89년까지 약 330억달러의 국제수지 흑자가 났어요. 1985년에만 해도 외채망국이라고 했는데, 금세 선진국이 된다고 난리였지요. 노동생산성이 올라가고 기술이 발전해 수출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게 아니었어요. 이른바 국제금리 유가 원자재가 등이 떨어지면서 성장률도 높아지고, 국제수지가 좋아진 거지요. 갑자기 외환보유고가 증대하자 외환을 어떻게 써야 하느냐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 와중에 기업들은 수출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부채상환이나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100억달러 정도를 부동산에 쏟아 부었고, 그 결과 땅값이 천정부지로 뛴 겁니다. 1990년 3월 제가 경제수석으로 청와대에 들어기 직전 3년 정도 온 나라에 부동산투기가 만연했습니다. 자살자가 속출하고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갔습니다.”

    당시 이처럼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자 노태우 정부의 경제 관료들은 세금으로 부동산 투자 과열을 잡겠다고 나섰다. 토지초과이득세, 종합토지세 같은 것들이 이때 도입됐다.

    “저는 그때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었지만 세금 전문가로서 경제 관료들의 해법이 옳지 않다는 의견을 대통령에게 제출했습니다. 세금으로 부동산 과열을 잡겠다는 것은 그 투기 행태를 잡겠다는 것인데, 기업의 경우 기업 돈으로 세금을 내니까 큰 부담이 없어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에 나선 기업들이 토지를 독점적으로 소유하면서 가격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됐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이 경제수석을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고민을 하던 저는 ‘제 소신껏 경제정책을 운용하게 해주면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허락을 받고 수석직으로 가게 됐습니다.”

    경제수석 자리에 오른 그는 수요를 차단하고 택지공급을 늘려야 땅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보고,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에게 5대 재벌에게 만찬을 대접하고, 그 자리에서 그 뜻을 전하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만찬에 참석했던 재벌들이 돌아가서는 1주일 넘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강영훈 당시 총리에게 재벌들을 다시 불러 당부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런데 강 총리가 전화를 해서는 ‘여보, 나는 힘이 없나봐. 내가 불렀더니 재벌들이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안 와’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10대재벌 기조실장들을 불러서 다시 한번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팔아달라고 한 겁니다.”

    “91년 업종 전문화 시행 못해 아쉬워”

    ▼ 그런데 정부가 그렇게 강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바람직한가요.

    “경제정책은 대부분 경제주체의 행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당국이 나라 경제를 생각해서 직접적인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할 때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처음 의료보험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대학교수로 있던 저는 그에 대한 보고서까지 만들어서 대통령에게 올렸습니다. 당시 보사부 장관이 신현확씨여서 흔히 신 장관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남북 경제통합 연구

    ▼ 어떤 계기로 의보의 필요성에 착안하게 됐습니까.

    “1970년대 중반 제3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절대 빈곤이 거의 해소돼가는 상황이었지요. 60년대 제조업 종사자가 40만명 정도였지만 70년대 중반엔 400만명 가까이로 늘어났습니다. 근로자들이 병이 났는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경제가 발전하면 인간은 새로운 욕구를 드러냅니다. 그런 욕구를 수용해야 조화로운 사회로 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물론 당시엔 국민소득이 1000달러를 갓 넘어선 때였기 때문에 제가 의료보험제도에 대해 얘기하자 대통령비서실장, 경제팀에서 다 반대했습니다. 그것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받아들여서 1977년 1월 의료보험을 도입하게 된 겁니다. 이 제도가 그나마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근간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 경제수석을 그만두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1991년 업종전문화를 내걸고 기업 구조조정을 시도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우리 경제관료들은 구조조정정책이라는 개념을 잘 몰랐어요. 또 언론도 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외신인 ‘월스트리트저널’이 박정희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한국 경제정책에 새 변화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것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가 시작돼 우리도 WTO체제에 급속히 편입돼가는 상황이었지요. 즉, 대외개방 이후 우리 기업들이 같은 물건을 생산하는 해외 기업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업의 체질 강화가 필수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온통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확장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본 겁니다. 그런데 제가 경제수석을 그만두면서 원점으로 돌아갔고, 결국 IMF 체제를 맞고서야 구조조정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1998년 캉드쉬 IMF 총재가 ‘왜 한국 경제에 대해 가혹한 요구를 하느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대해 ‘7년 전에 구조조정에 성공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그때 하지 못한 것을 도와주러 왔다’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김 전 경제수석은 ‘신동아’를 통해 공개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럼에도 굳이 입을 연 이유는 나라 경제가 과거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비전을 갖춰나가길 바라는 뜻이라고 했다. 요즘 그의 주 관심사는 남북한 경제통합 문제다.

    “1992년 대한발전전략연구원을 만들어서 그동안 1년에 책 한 권 정도씩 펴냈습니다. 앞으로 2,3년 정도 남북문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남북문제는 우리 경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해서 경제가 좀 나아지면 좋겠는데,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아요. 그러면 북한 사람들이 계속 궁핍할 수밖에 없지요. 종국에는 중국이나 남한에도 손을 내밀 거라고 봅니다. 그때를 대비해 우리 경제가 지금보다 더 효율적이고 꿋꿋하게 발전해야 합니다. 또 남한과의 경제통합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텐데 그때를 대비한 연구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찾고 있습니다.”

    ▼ 어떤 분들과 함께 연구를 하실 계획이신지요.

    “주로 대학에 계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공부한 분이 많지 않아요. 저는 독일에서 공부한 인연도 있어서 그동안 동서독의 경제통합 문제를 조금 연구해왔어요.”

    ▼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일 같습니다.

    “그렇지요. 누구라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나가야 합니다. 저는 사회과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나 해놓으려는 겁니다. 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끝을 내면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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