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전화 안 받는 김기춘 비서실장부터 바뀌어야
- 대통령 시키는 대로만 하다 민심 역풍
- 정부·청와대 주요 인사, ‘최고’인지 의문
- 권력자에 기생 못하게 완전 상향식 공천해야
김 의원은 인터뷰 내내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 당권 경쟁자인 서청원 의원을 자극하는 말을 되도록 자제했다. 옛 상도동계 정치동지이자 선배인 서 의원에 대한 호칭도 ‘서청원 선배’라고 깍듯이 붙였다. 대신 세월호 참사로 어려움에 처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집권여당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청사진을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다만 서 의원 측에서 ‘박근혜 마케팅’을 하면서 당 지도부 경선을 ‘친박(親朴) 대 비박(非朴)’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데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울러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모함까지 서슴지 않는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런 인식은 한때 절친한 사이였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 경선 초반 판세가 유리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 여론이나 당원들 사이의 분위기가 좋은 거 같네요. (쓴웃음을 지으며) 그런데 이른바 ‘박심’을 (서 의원 측에서) 너무 많이 팔고 있어서… 다들 ‘어느 말이 맞는가’ 중간에서 눈치를 보는 그런 게임이 시작됐네요.”
박심(朴心) 그만 팔아야
▼ ‘박심’의 실체가 있다고 보나요.
“우리가 박 대통령을 잘 알잖아요. 당 대표 경선에 이래라저래라 할 분이 아니죠. 실체가 없는데 마케팅 대상으로 이용만 되는 거죠. (‘휴~’ 하고 긴 한숨을 내쉰 뒤) 집권여당 대표를 선출하는데 ‘박심’을 팔아서야 되겠어요? 모든 일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하는 건데, 일부 후보가 ‘박심’을 맹렬하게 팔고 있어요. ‘박심’ 없이 혼자 힘으로는 (경선 승리에) 자신이 없다는 의미가 될 것도 같고….”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막바지에 박근혜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었다. ‘박근혜 정부에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윤상현 사무총장, 박대출 대변인 등 당직자들은 6월 1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도와주세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1인 시위 형태로 지지를 호소했다. 김 의원 역시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서 ‘도와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김무성’이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 지방선거 때는 여당 전체가 박근혜 마케팅을 벌이지 않았나요?
“부끄럽더라고요. 대통령에게 미안한 거죠. 나 스스로 ‘아직도 대통령을 팔아야 되느냐’ 하는 자책도 했어요. 이제 당이 자생력을 갖고 홀로서기를 할 때가 됐어요. 언제까지나 홀로 서지도 못하는 무기력한 정당으로 추락할 수만은 없죠.”
▼ 서 의원 진영에서는 왜 ‘박심’ 마케팅을 하는 걸까요.
“허허… 그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가 보죠. 서청원 선배 본인이 그렇게 한다기보다는 참모들이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서 의원이 당 대표 경선 맞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나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를 당했던) 서청원 선배가 지난해 경기 화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제게 ‘억울해서 못 살겠다, 명예회복을 꼭 해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네 형님, 명예회복 하셔야죠’라고 했어요. 그때 제게 ‘나는 이미 12년 전에 당 대표를 했는데 다시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당신과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하겠느냐’고 한 적은 있어요.”
▼ 서 의원 본인은 당 대표 뜻이 없는데 특정 세력이 ‘김무성 견제’를 위해 경선 출마를 권유한 걸까요.
“그건 모르겠지만, 서청원 선배 본인이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생각이 없었는데 주변에서 자꾸 나가라고 해서 출마했다’는 말씀을 했다더군요.”
서 의원은 6월 12일 한 방송에 출연해 당 대표 출마 이유를 묻자 “주변에서 하도 ‘당신이 적격자다. 지금 국가에 어려운 일이 많으니 경험을 쏟아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또 당에서도 많은 의원이 그런 요청을 했다”고 답변했다.
▼ 오랫동안 봐온 서 의원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던가요.
“서청원 선배는 친화력이 매우 좋고, 매사에 적극적이죠. 순발력이 있고 그밖에 여러 장점이 있어요.”
서청원 ‘단점’ 많이 알지만…
▼ 단점은요.
“단점은 제가 말할 수 있나요. 많이 알고 있지만… 저한테 묻지 마세요.(웃음)”
박 대통령은 취임 1년 4개월을 맞은 시점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국가 대개조’를 천명했지만 첫 단계인 인적 쇄신부터 삐걱거린다. 야심 차게 내놓았던 ‘안대희 국무총리’ 카드가 무위로 돌아갔고, 대타로 내세운 ‘문창극 카드’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 인사 참사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잠시 생각하다가) 인사청문회 문화가 잘못 됐다고 생각해요. 검증 대상자에 대한 신상 털기가 너무 심하다보니, 능력 있는 사람이 안 하려고 해요. 우리 사회가 고도성장을 하면서 급변했는데, 과거의 일을 현재의 잣대로 재단하려고 하니 안 걸릴 사람 있나요.”
▼ 인사 문제에 대해선 박 대통령의 처지를 좀 이해하는 편이군요.
“청와대로서도 답답한 노릇이겠죠. 사실 정부와 청와대의 중요한 자리에 지명된 사람들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짜였는지도 알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적임자를 골랐지만 문제가 발견되고, 본인이 고사한 경우도 있었을 겁니다.”
▼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는 지금 시점에서 새로 선출되는 집권여당 대표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정당의 존립 이유는 정권 창출이죠.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파세력의 정권 재창출이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우파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필수적이죠. 그동안 1년 반은 (여당이) 그저 대통령 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청와대만 따라갔잖습니까? 그 결과 민심의 역풍을 맞았어요. 그런 민심을 받들어 여당부터 바꿔야 하는데, 누가 적임자냐, 이걸 뽑는 게 7·14 전당대회죠.”
▼ 국가개조를 하는데 당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김무성식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렇죠. 과거의 정치문화, 사회문화로는 안 됩니다.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죠. 그러자면 여당의 간판, 여당의 얼굴이 중요해요. 그 사람이 누구냐, 7·30 재·보선이나 2년 뒤의 총선을 내다볼 때도 제가 적임자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도 그렇고요? ‘김무성 대망론’도 있던데요.
“나는 아직 (차기 대선 출마는) 본격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건 민심이 정하는 거니까….”
한때 ‘원조 친박계의 좌장’이었으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김 의원은 현재 차기 대권주자로 급속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 권력’의 등장으로 박 대통령의 권력이 누수될 것으로 판단한 청와대 실세들이 김 의원을 견제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마치 ‘이명박 정부 시절의 박근혜’ 같은 노릇을 할 것이란 우려다. 대권 욕심이 없는 서청원 의원을 당 대표 경선 대항마로 내세운 것도 그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왜 나를 모함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13년 1월 김무성 의원을 중국에 특사단장으로 파견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청와대 일각에서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김무성이 대표가 되면 레임덕이 빨리 온다’ ‘대통령과 각을 세울 거다’ ‘껄끄럽다’ 그런 말들… 그런데 그건 모두가 저에 대한 모함이라고 생각해요.”
▼ 청와대의 견제가 있기는 있는데, 모함이다?
“저는 그동안 말이 필요 없이 행동으로 보여줬잖아요. 가령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제가 제 길을 갔다면 과연 지금 어떻게 됐겠어요. 저는 무슨 일이든 행동으로 보여주고 제 할 도리를 다했어요. 당에 충성을 다 바쳤죠. 대선이 어려워졌을 때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달라고 해서 수락하고 승리로 이끌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이 정권에 요구한 게 하나도 없어요. 대선 끝나고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 몸을 숨겼고, 지금껏 단 한 건의 인사 청탁도 하지 않았어요.”
▼ 임명직에도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요.
“그런데 나를 왜 모함하느냐, 이거죠. 그건 권력을 잡았다고 자기들끼리 몇몇이서 권력을 향유하기 위해 주변을 쳐내기 하는 거죠. 그런 일은 어떤 정권에서든 있었고 지금 이 정권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는 거요. 그렇게 하면 정권 재창출이 안 돼요.”
▼ 견제하는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의 이른바 ‘가신그룹’인가요.
“‘청와대 일각’이라고만 해두죠.”
▼ 최근 박 대통령을 만나거나 통화한 적은 있나요.
“없어요. 나뿐 아니라 (대선 공신 중 정권에서 소외된) 다른 사람도 모두 그렇다던데요. 중요한 건 김기춘 비서실장이 나를 안 만나주더라고요.”
▼ 김 실장이 왜 만나지 않으려 할까요.
“모르죠. 전화도 안 받고… (지난해 연말) 철도파업 중재 때 김 실장과 합의 문구 상의를 위해 10번이나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결심하면서는 김 실장과 연락을 취했나요?
“다른 후보가 ‘박심’을 판다는 소리를 듣고, ‘(대통령 의중이 있는 게) 사실이냐’고 따지려고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았어요. 김 실장이 취임하고 나서 초선 의원들까지 다 만난 걸로 아는데 대선을 책임졌던 저에게 ‘밥 한 끼 먹자, 당신 의견은 어떠냐’고 물어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친했던 사이였는데….”
김기춘 실장이 변해야
▼ 그렇다면 당 대표가 되더라도 당-청 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김 실장이 변해야죠. 원래 그런 분이 아니거든요. 훌륭하신 분이고, 제가 굉장히 존경했던 선배죠.”
▼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인데 인사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안정감을 갖기 위해 그대로 가는 건 이해합니다. 다만 김 실장이 지금처럼 해선 안 된다고 봐요. 얼마나 비판을 받고 있어요? 대통령 보좌 스타일이, 생각이 바뀌어야죠.”
박 대통령 임기 초반을 함께했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체제는 ‘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가 마치 수직적인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여당의 몫, 권리, 역할을 찾아와야 된다”고 했다.
▼ 당 대표로 당선되면 청와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겁니까.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이 만든 대통령 아닙니까. 새누리당 후보였고, 당의 모든 조직이 총출동해 국민께 지지를 호소해 정권을 만든 거죠. 따라서 박근혜 정권은 새누리당 정권이고, 동반자 관계입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동반자로서의 지위를 그동안 누리지 못했죠. 그걸 당당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상징적인 조치가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정례회동이에요.”
▼ 박 대통령이 정례회동을 받아들일까요.
“그래야죠. 당연히 있어야 될 게 지금은 없어졌는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자주 대화하고 소통하자는데 대통령이 왜 거부하겠습니까. 이 부분도 김기춘 실장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거죠.”
▼ 경선 출마를 선언한 뒤 ‘정당 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새누리당을 어떻게 민주화할 생각인가요.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겁니다. 하지만 권력자는 자꾸 조용한 걸 원하거든요. 그건 비민주적 사고죠. 시끄러운 과정에서 서로의 시각이 교정되는 거예요. 조직 구성원끼리 생각이 달라도 토론을 하고, 그 과정에서 브레인스토밍이 되기 때문에 결속력이 생기는 거죠. 그러지 않고 내가 가는 길이 옳으니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는 건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정치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거예요.”
▼ 대표가 된다면 당직 인선에서도 계파 안배를 할 건가요.
“친박이니, 친이니 하는 계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저라고 봐요. 양쪽 사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죠. 어려운 대선을 치르면서 모든 당원이 과거 친이든 친박이든 한 몸으로 뛰어서 승리했는데 지금 권력 주변에 있는 몇 사람이 ‘너는 친이다’ ‘너는 비박이다’ 하고 분리하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죠. 나쁜 사람들이죠.”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겠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지요.
“각종 당직 인선에서 자기들끼리 다 해먹잖아요. 나머지는 씁쓸하게 뒤에 앉아서 소외감을 느끼며 비판만 하고 있고요. 이런 일이 박근혜 정부 성공에 도움이 되겠어요? 대통령의 개혁 방향이 옳다고 다들 생각하면서 거기에 동참하고 싶은데, ‘너 인마 여기 왜 나왔냐’, 그런 말 들을까봐 동참을 못하는 사람이 많죠.”
▼ 당 대표가 되면 계파를 모두 없애겠군요.
“그럼요. 저도 계파도 없고….”
지난해 12월 철도파업 당시 여야 의원들이 철도노조와의 합의 내용 문서를 국회 정론관에서 들어 보였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태흠·김무성, 민주당 박기춘·이윤석 의원.
“아니에요. 두고 봐요. 저는 모든 게 탕평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것’이 진리라고 생각해요, 가령 이런 거죠. 우리나라의 망국병이 지역주의 아닙니까. 우리가 대선 때 이정현 전 의원이 선두에 서서 호남에 공을 많이 들였지만 표가 적게 나왔죠. 만일 선거 후에 호남을 배려했다면 호남사람들이 얼마나 미안해하고, 자책을 했겠어요. 대표가 되면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인사를 할 겁니다.(웃음)”
여권 내에선 현 정부에서 부산·경남 출신이 너무 득세한다는 여론이 많다. 권력기관을 포함한 정부 요직, 청와대 참모진에 부산·경남 인맥이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집권여당의 당권까지 부산 출신인 김 의원이 잡는 데 부담을 느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정부나 청와대 고위직은 임명직이고 당 대표는 선출직이기 때문에 달리 봐야 한다. 선출직에서 지역을 따질 필요는 없다. 그 자리의 적임자가 누구인지만 판단하면 된다”고 항변했다. 다만 그는 “나도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있으면서 인사를 해봤지만 임명직에선 지역 안배가 절대 필요하다. 부산·경남 인맥이 너무 많이 진출한 건 지금까지 인사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18대, 19대 총선 때 연속으로 공천에서 탈락했다. 모두 당내 파워 게임에 희생된 측면이 짙다. 따라서 그는 ‘완전 상향식 공천’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 전략공천을 배제한 완전 상향식 공천을 하면 기득권층이 유리해 물갈이가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매번 선거 때 공천이 가까워오면 물갈이론이 등장하죠. 언론이 그렇게 주장하지만 지역 주민은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 물갈이는 권력자가 자기 사람을 집어넣기 위해 동지들의 목을 쳐내는 방법으로 악용됩니다. 정치 신인이 자기 연고지에 가서 봉사하면서 주민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생각을 해야지, 왜 선거 몇 달 앞두고 권력자에게 기생해야 하나요? 그렇게 해서 실제로 선거 때마다 절반 이상이 물갈이되지만 그 결과 정치발전이 있었나요? 오히려 퇴보했죠.”
▼ 완전 상향식 공천이 되면 진정한 물갈이가 가능하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죠. 정치 신인이 권력자에게 기생하면 안 돼요. ‘기생’이란 게 뭘 말하는지 아나요? (김 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권력자에게 가서 충성을 다 바친다고 맹세해요, 힘이 없는 내게도 그런 사람 많았어요. 민주주의에서 충성은 무슨 충성. 비민주적 용어죠. 지도자가 옳은 길을 가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면 리더십은 저절로 생겨요. 그다음 기생은 돈입니다. 돈 공천이 많았던 게 사실이죠. 이걸 뿌리 뽑으려면 지역 주민에게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요. 기생 정치를 하니까 부정이 판을 치고 정치가 퇴보하는 거죠.”
3무(無) 선거운동
김 의원은 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3무(無)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세(勢) 과시, 줄 세우기, 고(高)비용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 세 과시, 줄 세우기는 곧 ‘박심’ 활용, 박근혜 마케팅을 겨냥한 건가요.
“글쎄요. 이런 거죠. 현재 국회의원들이나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서로 너무 잘 아는 사이 아닌가요. 저나 서청원 선배가 행사를 하면 두 군데 다 안 갈 수 없죠. 그러면 세 과시를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런 거 안 하겠다는 거죠. 그런 생각에서 저는 출마 기자회견도 혼자서 했고, 출정식도 안 하려 해요.”
이 대목에서 김 의원은 서 의원이 6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회의실에서‘변화와 혁신의 길’ 세미나를 주최한 자리서 친이계 좌장이던 이재오 의원과 포옹한 사진이 화제에 올랐던 얘기를 꺼냈다.
“이재오 의원이 나도 부르면 와서 안아 주겠다고 하대요.(웃음) 나는 그렇게 보여주기 위한 건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건 세 과시, 줄 세우기죠”.
▼ 고비용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그동안 당 대표 경선에서도 고비용 구조가 만연했지요. 이제 과거를 버리고 혁신해야죠. 당장 전당대회부터 대회장에 오라고 차비 주고, 전국 당원협의회를 찾아가 찻값이나 수박값 주는 일을 없애려 해요. 그런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전당대회 참가비용을 전부 중앙당에서 부담해야죠. 또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전국 당협을 돌거나, 순회 정견발표를 하지 않도록 합의해야 합니다. 서로 잘 아니까 TV토론 정도만 해서 선택을 받으면 되는 거죠.”
김 의원에게 투표권을 쥔 당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했다.
“지방선거 결과는 우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줬지만, 국민의 회초리가 너무 무서웠지요. 앞으로 또 ‘기회를 달라’고 해선 안 돼요. 행동으로 변해야죠. 나부터 혁신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꼭 지키겠다는 다짐을 해야죠. 우리 당원 중에서, 범위를 좁혀서 국회의원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나라를 위해 정권의 성공을 원하는데, 혼자 하는 건 불가능하죠. 다 같이 해야 합니다. ‘너는 비박이다’ 이렇게 사람을 몰아내면 안 되죠. 제가 비박이면 (박 대통령이) 왜 나를 대선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앉혔겠습니까. 또 당선인 시절 그 중요한 중국에 왜 나를 특사로 보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