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설립돼 올해 성년(成年)을 맞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최근 직제개편을 통해 ‘아동권리본부’를 신설하고 국내 아동의 ‘생존’과 ‘보호’‘발달’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오종남(62)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국내에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동이 수없이 많은데 왜 다른 나라 아동만 신경 쓰느냐는 세간의 지적을 접할 때마다 2% 부족함을 절감하곤 했다”며 “아동권리본부는 국내의 학대받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총장 역시 유니세프의 구호 식량과 물품을 지원받으며 자라난 전후세대. 바다 건너 이역(異域) 누군가의 정성이 깃든 가루우유, 연필, 공책으로 허기를 채우고 공부를 했던 유년의 기억은 ‘빚 갚는 심정’으로 거듭나 그를 2009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이사로 뛰어들게 했다.
현재 유니세프 가입 지원국은 36개국. 이 중 우리나라의 기금 모금 규모는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다. 정기 후원자도 34만8000여 명(6월 말 기준)으로, 일본(36만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직후부터 43년간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던 수혜국에서 당당히 도움을 주는 지원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 만큼 앞으로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직원들이 각종 국제기구로 폭넓게 진출할 수 있도록 그들의 능력계발도 뒷받침할 겁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오 총장은 행정고시(17회)를 거쳐 1975년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원 과장과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통계청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현재는 김·장법률사무소 고문, 한국방송통신대 석좌교수, 스크랜턴 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