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구로 안 떴으면 연예계 떠났을 것
- 섹시하다기보다 건강미 돋보인 건데…
- 닮고 싶은 배우 김혜수, 함께하고픈 상대역 하정우
- 3년째 솔로…사랑하고 싶어요
인기에 민감한 CF업계와 예능 프로그램에선 출연 제의가 잇따랐다. 그의 일거수일투족과 방송에서 흘린 말 한마디까지 이슈가 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은 그칠 줄을 몰랐다. 대신 클라라의 정체성은 모호해졌다. 이렇다 할 연기 대표작이 없는 데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다보니 방송인 이미지가 강해진 탓이다. 한동안 그가 방송활동을 접고 영화 ‘워킹걸’ 촬영에 매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워킹걸’은 그에게 생애 첫 주연을 안겼다. 최근 촬영을 마친 이 영화는 장난감회사의 우수사원 보희(조여정 분)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해고를 당한 후 성인용품 판매업자인 난희(클라라 분)와 함께 성인용품 사업을 벌이며 일과 가족 사이에서 겪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그린 코믹물이다. 8월 5일 만난 클라라는 “겉모습은 화려하고 섹시하지만 내면에 상처가 많은 외로운 영혼”이라고 난희 캐릭터를 소개하며 “나와 닮은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패션디자이너 꿈꾸다 연예계로
▼ 어떤 점이 닮았다는 건가요.
“저도 오랫동안 무명배우로 지내다보니 힘든 적이 많거든요. 그럴 때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도 별로 없고요. 제 자신이 되게 심심하게 사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엉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성격 자체가 평범하지 않고 굉장히 밝은 ‘초긍정(超肯定)’이라나. 영화에 그런 면이 많이 녹아나요.”
▼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감독님이 저를 염두에 두고 난희를 그렸는지 첫 장면부터 제가 레깅스를 입고 나와요. 성인용품 사업이라는 것도 생소할뿐더러 (조)여정 언니랑 저랑 만날 어디로 튈지 모르게 행동해서 촬영하며 정신없이 웃은 기억밖에 없어요.”
▼ 무명 시절이 길었으니 연기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많았을 법한데.
“실은 이 일이 안 맞는 것 같아서 지난해까지만 활동하고 배우를 그만두려고 했어요. 8년 동안 열심히 했으니 후회할 것도 없다, 결혼을 생각할 나이도 됐고 다른 일을 찾아보자, 이러고 있었는데 시구로 유명해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시구 이후 많은 게 바뀌었어요. 결혼 생각도 싹 가시고. 인생은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웃음)”
▼ 원래 꿈이 배우였나요.
“아니요. 패션디자이너였어요. 중학교 시절엔 용돈과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몽땅 옷을 샀을 정도로 옷에 관심이 많았어요. 패션디자이너를 꿈꾼 것도 그때부터예요. 대학(미국 캘리포니아 주 엘카미노대)에서도 디자인을 전공했고요.”
▼ 그럼 어쩌다 연예계에 진출한 거죠?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길거리를 다닐 때도 연예기획사 명함을 여러 번 받았어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 삼아 광고에 몇 번 출연했고요. 그러다 한인페스티벌에서 SM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되면서 연예계 진출을 결심하게 됐죠. 엄마가 ‘더 늦기 전에 연예활동을 경험해보라’고 권하셨거든요. 아빠는 연예계 생활이 만만치 않다며 반대했지만 엄마는 어릴 때부터 저를 연예인으로 키우고 싶어 하셨어요. 엄마 말로는, 제가 어릴 때부터 거울이랑 음악만 있으면 몇 시간씩 춤을 출 정도로 끼가 있었대요. 정말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데뷔하게 돼서 2005년 휴학계를 내고 엄마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어요.”
코리아나 리더의 DNA
클라라를 스타로 만든 지난해 5월 두산-LG전 시구.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미국과 인사법이 달라서 그게 좀 힘들었어요. 미국에서는 눈만 마주치면 모르는 사람과도 인사해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 ‘몇 층 살아요?’ ‘오늘 날씨 좋죠?’ ‘옷이 잘 어울리네요’ 하고 말을 걸어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눈을 마주치면 활짝 웃으며 인사했더니 거부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지금은 얼굴이 알려져 너무도 고마운 게, 저를 본 분들이 먼저 다가와서 인사하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저도 편하게 반응할 수 있어서 좋아요.”
2005년 한 시계업체가 주최한 사진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광고계의 샛별로 주목받은 그는 이듬해 KBS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로 연기를 시작했다. 연예계에 큰 관심이 없던 그가 연예인이 된 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의 영향인지도 모른다.
그의 아버지는 88서울올림픽의 공식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부른 그룹 코리아나의 리더 이승규 씨. 젊은 시절 이씨가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해 클라라는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서 태어났다. 5세 때부터 초등학교 6학년 1학기까지 한국에서 살았지만 이후엔 미국에서 성장했다.
▼ 학창 시절 남학생들을 애태우는 퀸카였나요.
“미국에는 마음에 드는 친구나 이성에게 풍선을 보내는 날이 있어요. 풍선에 무슨 반 누구라고 표시해서 보내는데 그때마다 한두 개는 받았던 것 같아요. 주로 외국인에게서. 하지만 굉장히 무뎌서 사랑 표현을 직접 하지 않으면 못 알아채요. 어릴 때도 남자아이가 툭 치고 가거나 주위를 자꾸 어슬렁대는 게 관심의 표현이란 걸 몰랐어요.”
▼ 사랑 고백에 피드백을 해줬나요.
“풍선에 이름이 쓰여 있었지만 아는 사람이 아니니까 반응하기가 쑥스러웠어요. 어릴 때 수줍음이 많았어요. 할 말은 다 하는 편이었지만 시끌벅적 우르르, 이런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 이상형은?
“자기 일에 열정적이고 사랑 표현을 많이 해주는 사람이 좋아요. 일하다 시간을 내서 잠깐 만나도 사랑을 듬뿍 받고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한국 남자와 미국 남자의 애정 표현 방식이 많이 다른가요.
“미국 남자는 리액션을 잘해요. 감정을 바로바로 표현하죠. 미국은 길 가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뷰티풀’ 하고 말하는 게 자연스러운 나라니까요. 한국 남자도 자기 여자한테는 잘한다고 들었어요. 저도 한국 남자친구를 만나봤는데 애정 표현을 잘하고, 못하고는 타고난 성격이나 자라온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사랑은 그에게 과거형이다. 마지막 사랑을 언제 했는지 묻자 “3년 전이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사랑 경험은 연기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들 하는데, 사랑하기 좋은 나이인 그도 지금 사랑이 고프지 않을까.
“지금 당장 하고 싶죠. 근데 남자를 만날 기회가 없어요. 소개도 안 해줘요. 저도 이제는 결혼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으니까 조심스러운 면도 있어요.”
상의보다 바지 잘 입어야
▼ 어떤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가요.
“사랑 표현을 잘하는 남자요.(웃음)”
하지만 연애나 결혼을 당장 하기는 쉽지 않은 처지다. 일에 빠졌기 때문. ‘워킹걸’ 촬영을 마친 후 밀린 패션화보와 CF를 찍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 그는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패션왕 코리아2’에 고정 패널로 캐스팅돼 잠자는 시간이 더 줄었다. 그럼에도 그는 “두세 시간을 자더라도 숙면을 취해서 그다지 피곤하지 않다”며 방실방실 웃었다.
8월 16일 방송을 시작하는 ‘패션왕 코리아2’는 패션에 민감한 패셔니스타와 디자이너가 한 팀으로 의상 제작 경연을 벌여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클라라에겐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간접적으로나마 이룰 수 있는 기회다.
▼ 패셔니스타로서 ‘신동아’ 독자에게 옷 잘 입는 노하우를 한 수 일러준다면.
“상의보다 바지를 잘 입어야 해요. 저의 아빠 옷차림에서도 바지가 늘 거슬려요. 지금 60대 중반인데 바지에다 뭘 많이 넣고 다녀서 바지가 자꾸 늘어지고 펑퍼짐해 보여요. 밑단이 울지 않고 발목선까지 오는 바지만 입으셔도 멋쟁이가 될 수 있어요. 여름에는 깔끔한 셔츠가 제격이에요. 대신 편안하면서도 구김이 잘 안 가는 소재가 좋아요. 너무 헐렁하거나 구김이 잘 가는 옷은 피해야 해요.”
▼ 평소 아버지에게도 그런 조언을 해드리나요.
“물론이죠. 저는 아빠가 젊게 입는 게 좋아요. 그래서 주머니에 뭐 좀 넣고 다니지 말라고 잔소리를 많이 하죠.”
▼ 아버지가 지금은 연예활동을 지지해주나요.
“적극 응원해줘요. 아빠와 같이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아요. 음악활동을 그만두고 지금은 골프를 즐겨요. 시니어 골프 프로 자격증을 따서 학생과 지적장애인을 가르치죠.”
▼ 지난해 시구로 데뷔 8년 만에 스타덤에 올랐는데 기분이 어땠습니까.
“어리둥절했어요. 더구나 대타 시구였거든요. 시구하기 3일 전에 연락을 받고 연습을 엄청 많이 했어요. 시구를 잘해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거라는 기대감에서요. 근데 생각지도 않던 레깅스로, 그것도 섹시한 이미지로 부각돼서 신기했어요. 그냥 상하의를 맞춰 입었을 뿐이고, 레깅스가 타이트해서 몸매가 많이 드러나긴 했지만 노출도 없었거든요. 섹시하다기보다 건강미가 돋보인 의상이 아니었나 싶어요.”
▼ 뜨고 나서 옷차림이나 말실수 때문에 간혹 빈축을 샀는데 억울하지 않던가요.
“아니요. 무명 시절이 길어선지 악플도 관심으로 보여요. 남의 관심이 너무도 간절히 그립던 시절이 있으니까요. 사실 악플을 다는 분들이 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요. 제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다 본 거거든요. 그러고선 여기가 어떻고, 저기가 어떻고 하며 안 좋은 얘기를 쓰신 거라 거부감이 들거나 억울하기보다는 방송할 때 참고하게 되더라고요.”
▼ 정말 긍정적이네요. 아직 연기자로서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이 없는 게 아쉽지 않나요.
“아쉽죠. 작품도 배역도 욕심나는 게 많아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죠.”
엽기적인 캐릭터 해보고 싶어
▼ 욕심나는 작품이나 배역을 꼽는다면.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씨 같은 역이요. 뭔가 풀어지고 망가지고 저 자신을 놓을 수 있는 역을 해보고 싶어요. 항상 갖춰 입고 똑 부러지는 역 말고요. 자다 일어난 것 같은 자연스러운 캐릭터, 코믹하고 엉뚱하고 엽기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시트콤을 꼭 해보고 싶어요.”
▼ 함께 연기해보고픈 남자 배우는?
“하정우 선배요. ‘더 테러 라이브’라는 영화를 보고 푹 빠졌어요. 혼자서 한 장소에서 두 시간짜리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 정말 아무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어요. 배울 게 많고 함께 연기하면 저도 성장할 수 있겠구나 싶어요.”
▼ 롤 모델이 있습니까.
“김혜수 선배를 닮고 싶어요. 카리스마가 강하고,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그분만의 매력이 있잖아요. 지나가면서 뵌 적이 있는데 그분만의 포스가 뚜렷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옆집 언니처럼 친근하고 스타일도 좋았어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하는 것도, 작품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도 존경스러워요.”
▼ 드라마에서는 부잣집 철부지 같은 역을 많이 했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외동딸이지만 막내보단 장녀 같은 면이 많아요. 책임감이 강한 편이에요. 철없는 부분도 있겠죠.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살진 않아요. 무명 시절이 길었기 때문에 지금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잘 알고요.”
그는 스스로를 “행복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좌우명은 ‘항상 긍정적으로 생활하자’. 경험을 최고의 스승이라고 여겨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즐긴다고도 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면서.
▼ 서른 살이 되기 전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까.
“제 대표작이 될 만한 흥행작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어요. ‘워킹걸’이 그런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11월에 개봉할 예정이니 올해를 영화 흥행과 함께 마무리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