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호

인터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수사권 조정은 그간의 검찰권력 파행 때문”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8-04-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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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대통령 구속, 사람 아닌 제도 문제

    • 수사종결권 경찰 안 주면 의미 없어

    • 진보 정권 20년? 그런 교만한 소리 하면 안 돼

    • 수능 연기 건의하고 일주일 잠 못 이뤄

    • 인권보호 차원에서 수사권 조정 중

    • 한국 전자정부, 국제사회 신뢰 얻어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관리하는 주무부처의 장(長)이다. 그 자신도 이번 지방선거 때 대구시장에 출마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대구 수성구 갑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이기도 한 그에게 ‘동진(東進)의 선봉에 서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실제 그는 2016년 20대 총선 때 대구에서 진보진영 간판을 달고 승리를 거뒀다. 또 대구시장선거 여론조사에서 그는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주변에선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그에게 대구시장 자리를 발판으로 삼으라는 조언도 있었던 걸로 알려진다. 그러나 김 장관은 ‘대구 유권자와의 신의’를 들어 국회의원 자리 유지를 택했다.

    “제1야당이 네임밸류 갖춘 분 찾다 보니”

    서울 세종로 종합청사 장관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된 4월 11일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추대식이 열린 날이었다. 김 전 지사는 2016년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대구 수성구 갑에 출마해 김 장관에게 졌다. 

    김문수 전 지사가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됐는데요. 

    “제가 뭐라고 하기엔 좀 곤란하지만, 정치인들은 발언과 행동을 신중히 하고, 철저하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정치 불신의 큰 요인이 되는 거죠. 다만, 현재 제1 야당이 상황이 워낙 어려워 네임밸류를 갖춘 분을 찾다보니 모셔갔다고 생각해요.” 

    김 장관이 차라리 수성구 유권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구시장 선거에 나설 수도 있었을 텐데요. 



    “정치 분석가들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2016년 총선 때 수성구 유권자들이 저에게 62% 득표율을 몰아줄 때는 ‘이번에는 김부겸이 한번 해 보라’ 하고 기회를 주신 거죠. 그런데 2년이 채 되지 않아서 ‘대구시장’이란 떡이 좀 더 커 보이고, 여론조사 결과도 잘 나오니까 그리로 간다? 그렇게 약삭빠르게 처신하면 그분들 가슴에 구멍을 뚫는 일이죠.”

    “대구, 아직 섭섭한게 많은 듯”

    대구시장 선거 불출마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제가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 이유는, 그리고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유는 하나로, 같습니다.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보겠다는 제 호소에 대구시민들이 동의해주고, 분권을 통해 지방을 골고루 잘살게 함으로써 지역감정을 해소하자는 방법론에 있어 대통령의 생각과 일치했기 때문이죠. 그 소임을 맡은 제가 여론조사에서 조금 유리하게 나왔다고 하여 일을 걷어치우고, 또 선거 판으로 달려간다는 건 염치없는 일입니다. 물론 대구시장이 돼 대구를 발전시킬 기회를 갖는 것도 지역주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법이긴 하죠. 제가 장관만 아니었으면, 특히 지방분권 개헌의 책임을 맡지 않았으면 고민했을 겁니다. 하지만 장관의 직분을 다하는 것이 현 시기 지역주의 극복에 더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 끝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여권에서 ‘동진정책에 앞장서달라’는 요구는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청와대든 여권이든 과거 방식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다만, 직접 제게 얘기한 사람은 없지만 그런 생각이야 충분히 할 수 있겠죠. 그러나 그렇게 되면 대구 시민들은 그걸 실험하는 대상이 돼버리는 것 아닙니까. 그보다는 지금 절박한 상황에 있는 대구의 미래가 어떨지를 놓고 고민해야죠.” 

    지금 분위기라면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길 수 있을까요? 

    “지방선거관리 주무장관으로서 답할 내용이 아니라고 봅니다.” 

    대구 수성구 유권자들이 2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았고, 1년 전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는데 지금 대구 민심은 어떤가요. 

    “아직은 좀 섭섭한 게 많은 것 같아요. 인사서도 과거 정부와 다를 수밖에 없고. 이번에 대구시장이나 경북지사로 선출되는 분이 빨리 그림을 만들어서 중앙정부에 좀 요구해야죠. 특히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개헌이 되면 지방분권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될 겁니다. 그러면 책임도 나눠서 져야 하는 거죠.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지방분권형 개헌을 계속 강조해왔는데 이번 개헌안에 담긴 내용에 만족합니까. 

    “그렇습니다. 지방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담보하기 위해, 국가 최고 합의 수준인 헌법에 지방분권이 새로운 국가 운영 질서임을 천명했죠. 현행 헌법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간 제기된 지방분권에 대한 요구를 충실히 담아냈죠. 기존 2개 조문, 4개 조항에 불과하던 지방자치에 관한 내용이 7개 조문, 18개 조항으로 늘었습니다.”

    “좌 클릭 아닌 전진 클릭”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솔직담백하게 여러 현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해윤 기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솔직담백하게 여러 현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해윤 기자]

    아쉬운 대목은 없나요? 

    “자치입법과 자치재정을 보장해줌에 있어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조건이 있어 다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 있어요. 하지만 이는 단일 국가로서 국민의 대표·대의기관인 국회의 입법권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지방의 입법 재량과 과세 자주권을 최대한 확대한 것이죠. 동시에 보충성의 원칙도 헌법에 반영된 만큼, 후속 입법 과정에서 사무이양과 자치입법 확대가 연계된다면 지방분권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지방분권형 개헌의 취지가 충분히 발휘되도록 더 논의해야죠.”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청와대가 개헌 여론전에 나섰다. 3월 20일부터 사흘 동안 조국 민정수석이 분야별로 개헌안을 국민에게 발표한 뒤 국무회의에 의결해달라고 넘겼다. 이후 헌법이 규정한 ‘발의 전 국무회의 심의’가 이뤄졌다. 현행 헌법 89조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에 헌법개정안을 포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현행 헌법보다 좌(左) 클릭됐다는 주장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간의 시대 변화를 담대하게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된 사회적 가치와 관점,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것이죠. 특히 지난해 촛불 시민혁명을 경험하면서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더욱 명확해졌기 때문에 권한을 나누고 국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어요. 좌로 간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간 거죠. 좌 클릭, 진보 클릭이 아닌 ‘전진 클릭’이라고 봅니다.” 

    야당은 대통령의 권한 분산이 국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대통령의 권력과 정부의 권력을 각각 어떻게 적절히 분배할지 생각해야죠. 지금처럼 다 움켜쥐어선 안 되고, 상당 부분을 지방의 통치기구가 감당하도록 지방분권을 개헌안에 담은 거죠. 무엇보다도 헌법 제1조 3항에 ‘지방 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라고 넣을 만큼 의지는 확고해요. 또 중앙권력의 분산 문제는 국회가 빨리 진지한 토론을 진전시켜야죠.” 

    김 장관과 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김기식 금융감독위원장 파동’이 절정에 달한 시점이기도 했다. ‘여비서 동반한 로비성 외유’ ‘피감기관 대상 고액 강좌 개설’ ‘수상한 후원금’ ‘셀프 기부’ 같은 의혹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김기식 원장은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을 가는 건 19대 국회까지 관행’이라고 했는데요. 

    “기본적으로 국회는 상임위별로 자기 예산을 잡습니다. 그 돈으로 상임위 관련 일들을 하는 거죠. 다만, 예를 들어 극지연구소의 남극 과학기지 같은 곳에 가려면 예산만으론 어려워요. 그럴 때는 연관 기관 같은 곳들의 지원을 받아 마련하기도 하죠.”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면서 남아 있던 정치후원금 3억여 원을 ‘땡 처리’한 건 관행인가요? 

    “비례대표여서 후원금이 많이 남았던 것 같은데 지역구가 있으면 후원금이 들어와도 그때 그때 소진됩니다. 사실 후원금 잔액처리 문제는 입법이 좀 미비한 측면이 있어요. 원칙적으론 소속 정당에 인계하거나, 공익단체에 기부하거나, 국고에 귀속하도록 돼 있죠. 그렇지만 지역구 사정이 어려운 동료 의원들에게 후원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요. 어쨌든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막 쌍욕을 하듯 몰아가기만 해선 안 됩니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현안으로 부상한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의 외청이다. 김 장관과 박상기 법무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박재승 경찰개혁위원장이 비공개로 모여 이 문제를 집중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건 말이 안 맞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논의에 행안부 장관이 적극 참여한 건 이례적인데요. 

    “과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경이 직접 조정하라고 했을 때 왜 안 됐는지 이유를 알겠더군요. ‘관행’이란 이름의 권력이 존재하고 있었던 거죠. 이해당사자로선 이걸 풀지 못하니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통해 잘 조정해보라고 장관에게 맡긴 것 같아요. 핵심은 간단해요. 결국 어떻게 해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가, 수사과정에서 국민 의견이 일방적으로 짓밟히는 것을 막는가 하는 점이죠. 밥그릇이 여기 있느냐 저기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두 기관 간에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됩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판단하게 둬선 안 되는 거죠.” 

    문무일 검찰총장은 자치경찰제 도입 이후에 논의할 사안이라고 했는데요. 

    “그건 말이 안 맞아요. 자치경찰제는 무조건 합니다. 자치경찰제는 우리가 준비를 제법 하고 있어요. 그리고 자치경찰제 도입은 대통령 자문기구인 자치분권위원회 권한입니다. 그걸 검찰이 전제 조건으로 삼는 건 말이 안 되죠. 자치경찰제는 올해와 내년 중 5곳에서 시작해서 2020년까지 전국에서 시행하게 됩니다.”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주는 방향으로 가는 건가요. 

    “수사종결권을 안 주면 수사권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다만 그 종결권의 판단을 경찰이 하지만 몇 가지 제동 장치, 감시 장치, 감독 장치를 둬야죠. 경찰이 임의로 적당히 얼버무릴 순 없도록 하는 겁니다. 검찰은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주면 기소 독점이라는 원칙이 흔들린다고 반발하지만 그럴 문제는 아니죠. 사실상 지금 일선 수사의 거의 95%는 경찰에서 하지 않습니까.” 

    검찰 내부에 적폐가 있다는 말도 많은데요. 

    “그동안 검찰 권력이 보여준 여러 파행 때문에 ‘이건 안 되겠다’라고 해서 수사권 조정을 하는 거죠. 그렇다고 14만 국립경찰이 단일 조직으로 그런 권한을 다 가지면 그 또한 위험하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래서 자치경찰과 점차 분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반 경찰 내에서도 수사를 담당하는 쪽을 행정을 담당하는 쪽이 함부로 침해하거나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도 만들 겁니다.”

    “일선 공무원에 적폐 책임 묻는 건 과해”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경찰과 긴밀한 협의가 있었나요? 

    “무엇을 긴밀하게 협의를 했다기보다 대략 어떤 쟁점에 대한 의견이 어떤지는 제가 물어는 봐야 될 거 아닙니까. 법무부 장관도 그 정도는 안 했겠어요? 자기 의견을 다 관철하려고 하면 협상이 안 되는 건데, 저도 마찬가지죠. 경찰은 조직 보호 논리가 있는데 그걸 다 들으면 양쪽은 타협이 안 되는 겁니다.” 

    ‘검찰이 앞장서서 적폐청산을 했는데, 그 작업이 마무리돼가니 검찰을 토사구팽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아이고, 누가 국정 운영을 그런 식으로 하겠습니까. 국정 운영의 주체는 모두가 역할이 있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10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에 설치된 적폐청산TF 활동과 관련, “정책상의 오류가 중대한 경우 정책 결정권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당시 정부의 방침을 따랐을 뿐인 중하위직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이른바 ‘JP(적폐) 지수가 높은 사람’으로 분류돼 요직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직 사회에서 복지부동이 만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행정안전부는 정부 조직을 관리한다.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는 별정직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관료 사회의 ‘늘공’(늘상 공무원)은 구분되나요. 

    “대통령 말씀대로 정부 방침을 따르기만 한 공무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부당하죠. 박근혜 정부 시절 인사개입 문제로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공무원이 구속되기도 했는데, 일선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건 좀 과하다고 봅니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가 국회 인준을 받았을 때 “제가 약속했던 책임총리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청와대 비서실도 최대한 협조해달라. 일상적 국정과제는 총리가 해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총리실로 넘겨주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또 대선이 한창일 때는 “이번에 정권교체를 하면 다음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정부”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청을 통한 소통’ 스타일”

    국무회의나 별도 보고 때 본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스타일의 대통령이던가요? 

    “가급적 간섭을 하지 않고 많이 듣는 편입니다. 저는 이를 ‘경청을 통한 소통’이라고 생각하죠. 문 대통령 리더십의 원천이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국무회의 때 토론은 활발하게 벌어지나요? 

    “한번은 대통령, 한번은 국무총리가 주재하는데, 아무래도 총리 주재 때 조금 더 토론이 일어나죠. 총리께서 의도적으로 자꾸 유도해요. ‘여기에 따른 의견이 있으면 좀 이야기를 해보세요’ 하는 식으로. 물론 대통령 주재 회의 때는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무게가 압도적이죠. 그런데 국무회의 성격 자체를 봐야 해요. 안건이 회의에 올라올 때까지 차관회의, 조정회의 같은 몇 단계를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토론이 일어나겠죠. 그걸 다시 국무회의장에서 토론하기에는 좀 그렇고, 또 국무위원들이 모든 사안을 다 꿰고 있을 수 없잖아요, 자기 부처 일 외에는. 그런 한계가 있더라고요. 국회에서도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로 가면 토론이 일어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죠.” 

    ‘청와대가 내각과 여당을 제치고 국정 현안을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사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한 사안이 많죠. 남북관계를 푸는 거라든지 개헌 문제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대통령 주변에 있는 참모들 중심으로 일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죠. 가끔씩 국무위원들이 모여서 어떤 상황을 공유해달라고 청와대 쪽에 요구하기도 해요. 국가 기밀에 속하는 것까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황은 공유함으로써 각 부처는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은 비교적 잘 이뤄지는 편이에요.”

    “성적표 요구할 것이기에”

    이낙연 내각의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한데요. 

    “정권 출범 초기에는 대통령의 철학과 공약을 잘 아는 청와대부터 기반을 잡고 나서 이후 내각이 구성되고 제 모습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청와대가 주도권을 쥐고 국정을 이끌어나가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죠. 하지만 이는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각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지금은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잘 움직이고 있습니다. 경제라든지, 외교라든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맡은 소임을 잘 해내고 있지 않습니까?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 내각과 여당 모두 수평적 관계 속에서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지금은 내각 운영이 대통령의 지지율에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국민이 각 부처의 업무에 대해 꼼꼼한 성적표를 요구할 것이기에 장관들도 바짝 긴장하며 일을 챙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더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선 당·정·청 회의 정례화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하고는 있는데, 좀 약하죠. 5월 중순 여당의 새 원내 지도부가 선출되면 그런 부분들은 조정하지 않겠나 싶네요. 법안, 예산, 이런 것들이 지금 현안인데 야당에 막혀서 한발도 못 나가는 게 많잖습니까. 예를 들면 이번 추경만 해도 사실 우리로서는 절박해요. 청년 일자리 문제도 있고. 그런데 국회에서 논의 자체를 안해 버리고 있어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당·정·청이 한 몸이 돼 큰 흐름에 합의하고, 각론을 놓고 토론하고, 그다음에 뚫고 나가야 하는 거죠.”

    “재난현장에서 밤 새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2017년 11월 24일 오전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를 방문해 지진 피해를 살펴보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2017년 11월 24일 오전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를 방문해 지진 피해를 살펴보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5월 9일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실시된 조기 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지 1년이 된다.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으로서, 여당 중진 의원으로서,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그야말로 숨 가쁜 1년이었습니다.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 지지율이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어요. 1년이 다 되가는데도 지지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실로 유례없는 상황입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고공행진하는 이유는 뭘까요. 

    “과거 권력자들이 보여준 권위적인 리더십이 아닌,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겸손한 리더십이 국민의 마음에 위로를 주기 때문 아닐까요. 공감 능력이 남달라요. 그리고 남북관계만 보더라도 최근 큰 전환점을 마련했지 않습니까.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교류를 재개해 남북대화뿐 아니라 북·미대화까지 물꼬를 텄죠.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이 이뤄지는 중대 기로에 와 있는 거죠. 과거의 동아시아 지역 지각변동이 강대국들에 의해 좌우됐다면 이번 질서 재편은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이 초반 1년의 최대 성과인 셈이군요. 

    “적어도 남북관계에 관해서라면 현 정부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정도로 큰 의미가 있는, 소위 ‘시대의 전환’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회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부에서 시설 및 운영상의 미비, 참여 저조 등을 들어 적지 않은 우려를 표명했지 않습니까. 또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 방한 시 평양올림픽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죠. 하지만 대회가 마무리된 지금은 어떻습니까. 역대 최고의 동계올림픽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이는 국민 자긍심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봅니다.”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조심할 부분은 뭔가요. 

    “오히려 두려운 건 장관들을 포함해 이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죠. 왜냐, 대통령 인기는 저리 높은데 문제는 실질적으로 각 부처가 일을 해서 그걸 뒷받침해야 할 거 아닙니까. 뭐든지 어떤 정책을 시험하면 국민한테 받는 성적표는 각 부처가 책임져야 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1년이 다가오는데, 우리가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가 오히려 두려운 거죠.” 

    장관 취임도 1년이 다 돼갑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은 무엇입니까. 

    “되돌아보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먼저 떠오르네요. 과거, 큰형 하나 잘 되기 위해 나머지 동생들은 대학도 가지 못하고 어린 나이부터 일해야 했던 이야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자본·노동·교육 등 생활의 기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은 먹고살 것이 없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놓이게 됐죠. 이제는 중앙이 움켜쥐고 지방이 따르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아요. 저출산, 고령화 같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줘야 합니다. 바로 지방분권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요. 

    “포항 지진, 제천과 밀양 화재 등 재난 현장을 밤새워 지킨 기억이 생생합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 안전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행안부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하려 애썼죠. 포항 지진 당시 학교 건물에 금이 가는 등 안전상 우려가 있어 이튿날로 예정된 수능시험을 1주일 연기하도록 건의한 일은 현장을 가보지 않았더라면 전혀 진행되지 못했을 겁니다. 재난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시스템과 매뉴얼이 잘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수능시험 연기를 건의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사실 교육부 쪽은 현장을 모르니까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죠. 그때 현장에서 경북 교육감과 교장선생님들이 ‘이 와중에 우리 제자들에게 시험을 치러 가라는 소리 못 합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연기 건의를 하고 나서 사실은 그 일주일 동안 제대로 잠을 못 잤어요. 혹시 또 사고가 나면 입시 일정 자체가 무한정으로 연기되고, 그렇게 엉망이 돼버리면 저는 국가에 큰 혼란을 일으킨 책임자가 되는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서 포항의 수험생 6000명에게 희생을 강요할 순 없었어요. 처음엔 반발이 많았지만 하루 지나고 국민들이 포항 사정을 쭉 알고는 다들 그 불편을 참아주더군요.”

    “많은 나라가 요청”

    2017년 12월 22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천시 하소동 두손스포리움 화재 현장을 찾았다. [제천시 제공]

    2017년 12월 22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천시 하소동 두손스포리움 화재 현장을 찾았다. [제천시 제공]

    행안부가 전자정부 실천에 앞장서는 것 같더군요. 

    “전자정부와 관련된 사업들이 상당 부분 내용을 잘 갖춰가고 있어요. (장관실 벽에 걸려 있는 ‘전자정부 해외진출 현황’ 지도를 가리키며) 이 때문에 우리와 협력하자는 나라가 많아요. 지금 50~60개국은 되잖아요? 우리에게 전자정부와 관련해 도움을 달라, 협약을 하자, 공무원 훈련해 달라 그런 요청이 많죠. 그만큼 전자정부에 대해선 한국이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요. 여기다 투명성, 이런 부분들만 첨가된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의 신뢰도가 확 높아질 것 같아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된 상황은 사람의 문제입니까, 시스템의 문제입니까. 

    “논쟁이 되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고 난 뒤에 감옥을 가고 기소를 당하고, 이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죠. 그래서 개헌을 하면 권한도 있지만 책임을 명확히 묻는 방법, 그다음에 책임을 묻더라도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해요. 결국은 제도 설계를 제대로 해서 비극적인 대통령이 안 나오게 해야죠.” 

    야당에선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국민 상당수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더군요. 정치 노선을 떠나 이는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권 일각에서 진보 정권 20년 장기 집권론을 얘기하는데요. 

    “그런 교만한 소리 하면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내거는 미래 비전이 공동체를 제대로 뒷받침하느냐, 그 비전에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계사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을 것이냐를 봐야 해요. 이 분위기면 우리가 20년 가네, 그런 소리가 어디 있어요. 그거는 국민들한테 크게 혼날 이야기예요. 정치권엔 부침이 항상 있는 겁니다.”

    “딸 셋 둔 아버지로서…”

    여당 정치인도 많이 연루된 미투운동은 어떻게 봅니까. 

    “과거 산업화 시대는 남성이 가지는 권력, 그 권력에 뒷받침되는 노동력이 확실히 여성보다 우위에 있었죠. 그러니까 남성이 상황을 지배하는 게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나오고 전부 디지털화되면서 이 권력이란 건 아무 의미가 없어졌어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섬세하고, 상대편을 이해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고, 상황에 더 빨리 적응하죠. 이미 문명 전환이 온 겁니다. 이것을 옛날 방식으로 뭉갠다든지, 무시한다든지 혹은 대상화한다든지, 펜스 룰에 따라서 배제한다든지 하는 것은 안 되죠.” 

    미투 운동에 공감하는 입장이군요. 

    “딸 셋을 둔 아버지로서 여성이 당하는 피해에 대해 늘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의 입장에서 미투운동을 보며 많이 공감하고 있어요.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성장 위주의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뤘죠. 그 과정에서 성적 차별, 여성 인권 존중과 같은 사회적 가치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어요. 미투운동은 남성 중심의 권위적 사회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대우받는 사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장관의 목표는 대통령인가요? 

    “정치를 하는 사람이 어떤 꿈을 갖는 것을 뭐라 할 수 없지만, 현실에서는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 그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국민 눈에 띄는 리더가 될 수도 있고, 또 눈에 안 띄면 거기까지 하는 거고요. 저는 막 계산해 ‘다음에 뭐, 그다음에 뭐’ 하는 정치인을 믿지 않아요. 그런 정치를 하려면 제가 대구에 왜 갔겠습니까. 노무현이란 사람이 부산에 왜 갔겠습니까. 지금 제겐 문재인 정부가 국민 속에 안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행정안전부 장관의 소임을 다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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