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호

이슈

금 본위 암호화폐 ‘스누코인’ 개발자 윤두성

피자집 사장님,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꿈을 꾸다

  •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8-05-02 1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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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불과 얼마 전까지 윤두성(34) 씨는 거제도에 사는 평범한 피자집 사장이었다. 3월 8일 그의 삶이 ‘조금’ 달라졌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주최한 제 1회 ‘핀테크 아이디어&사업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다. 

    윤씨가 중심이 된 ‘서울대블록체인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이 공모전에 금본위 암호화폐 ‘스누코인’ 아이디어를 출품했다. 국립서울대학교(Seoul National University)를 상징하는 단어 ‘snu(스누)’를 코인 이름으로 삼은 건 윤씨를 포함한 회원 전원이 서울대 출신이어서다. 금 1g을 코인 1개로 환산하는 ‘스누코인’을 만들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거래토록 하자는 이들의 아이디어는 연구회에 상금 1000만 원을 안겼다. 그리고 윤씨는 ‘오래도록 상상만 하던 일이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즐거운 희망까지 얻게 됐다. 3월 말, 그가 경영하는 경남 거제시 고현동 한 피자집에서 윤씨와 마주 앉았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소감을 말해달라. 

    “무척 기쁘다. 지난 몇 년간 블록체인 공부에 빠져 지내며 주위에 걱정을 많이 끼쳤다. 특히 연세 드신 어머니가 ‘그것 좀 그만 하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암호화폐 개념을 잘 모르시는데 사람들이 ‘암호화폐에 빠지면 위험하다’고들 해서 내심 불안하셨나 보다. 이번 수상으로 아들이 그동안 나쁜 일 한 게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게 돼 기쁘다.”

    가격변동성 낮은 신개념 암호화폐

    낮에는 피자집을 운영하고 밤에는 공부에 빠져 지냈나 보다. 

    “가게가 그리 잘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낮에도 카운터에 컴퓨터를 놓고 내내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곤 했다(웃음). 다들 알다시피 블록체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이 관련 논문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블록체인 연구자, 암호화폐 개발자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온라인에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자료를 많이 찾아 읽었다.”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한 적은 없나. 

    “한 번도 없다. 그동안 매력적인 코인을 몇 개 발견하긴 했다. 하지만 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가진 투기적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투자는 삼갔다.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이용해 큰돈을 벌려고 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이 흐려지고 관련 산업이 혼탁해지는 데 대한 아쉬움도 컸다. 스누코인 개발을 시작한 건 이런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누코인은 기존 암호화폐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 

    “가장 큰 특징은 ‘가격변동성이 낮다’는 것이다. 1스누코인은 금 1g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코인 가격이 금 가격에 연동하니 등락폭이 크지 않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일종의 투기판이 된 건 가격이 수시로 달라지기 때문 아닌가. 스누코인은 다르다. 여기 투자하면 금이라는 실물자산에 장기투자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 투자가 목적이라면 스누코인 말고 진짜 금을 사면 되지 않나. 

    “스누코인은 금과 동일한 가치를 지니면서 동시에 화폐 기능도 갖는다. (스누코인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면) 외국 사는 동생한테 내가 원할 때 언제든 금 1g을 보낼 수 있다. 피자를 사 먹을 때 현금 대신 스누코인을 내도 된다. 금은 세계가 가치를 인정하는 보편화된 실물자산이다. 그것을 간편하게 거래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게 스누코인이다.”

    세계 유례없는 KRX금시장

    윤씨는 오랫동안 금 거래를 가까이서 접하며 살았다. 어머니가 15년 넘게 액세서리 상점을 운영했고, 가까운 친척 중에 한국거래소 KRX금시장 실물사업자 회원도 있다. 어쩌면 그가 ‘새로운 암호화폐’를 구상하다 ‘금’이라는 재료를 떠올린 건 이런 특별한 환경 때문인지 모른다.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이 뭔가. 

    “금을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는 시장이다. 2014년 3월 문을 열었다.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 중 한 곳에 계좌를 개설하면 순도 99.99% 금을 홈트레이딩서비스(HTS)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매매 단위는 1g이며, 한국조폐공사가 금 품질을 인증한다. 금 실물은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하고 있다가 투자자가 원할 때 인출해준다. 이처럼 금 매입과 보관, 유통 전반을 공공기관이 보장하는 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KRX금시장이 있는 한국은 스누코인 같은 금본위 암호화폐가 탄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KRX금시장을 이용해 어떻게 스누코인 투자를 하는 건지 알려달라. 

    “스누코인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면 개인투자자가 거래소에 스누코인 매수를 요청할 수 있다. ‘채굴’이 필요한 일반적 암호화폐와 달리 스누코인은 시세에 맞는 가격으로 매수하면 된다. 매수 요청이 들어오면 거래소가 개발사에, 개발사는 KRX금시장에 차례로 해당 요청을 전달한다. KRX금시장은 개인투자자가 매수한 만큼의 실물 금을 한국예탁결제원에 예치해둔다. 스누코인을 보유한 개인이 자기 코인을 금으로 바꾸고자 하면 이 금을 찾아 KRX금시장 인증사업자를 통해 전달한다. 앞서 설명했듯 이 과정이 공공기관을 통해 보증되므로 믿을 수 있다. 스누코인의 또 다른 장점은 거래 과정에 블록체인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 덕에 보안성이 높고, 수수료 또한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지금도 일부 은행에 ‘골드뱅킹’ 같은 금 투자 상품이 있는데 수수료가 매우 비싸다. 스누코인이 상용화되면 은행권 금 투자 상품 대비 10분의 1 정도의 수수료로 금 투자가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이 아직은 ‘아이디어’다. 윤씨는 뜻있는 투자자나 공공기관 등이 나서 스누코인 상용화에 앞장서주기를 기대했다. “스누코인이 널리 사용되고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면 우리나라가 점유하는 실물 금의 양이 늘어난다. 금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전략 자산이니, 결과적으로 스누코인이 국익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세계 기축 암호화폐

    “또 스누코인은 탈세가 만연한 우리나라 금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화가 이뤄졌으니 각각의 금 거래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거죠. 스누코인의 또 한 가지 장점은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흔히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크고 실체가 없다’고들 하는데 스누코인은 그 반례가 될 수 있거든요. 스누코인이 상용화돼 평범한 사람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금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 ‘저위험 저수익’을 선호하는 새로운 유형의 투자자로 블록체인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될 겁니다.” 

    윤씨의 의견이다. 물론 스누코인 앞에 놓인 한계도 많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금 판매 상점에서 현금 할인을 받아 이른바 ‘뒷금’을 구매하면, 비록 탈세를 돕는 셈이지만, 스누코인을 구매할 때보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다. 그게 현실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금을 세계 각지에 자유롭게 송금하고 화폐처럼 사용하도록 한다는 아이디어도 자금세탁방지(AML) 등 국제 금융 질서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윤씨는 스누코인의 미래를 꿈꾼다. 그는 “유럽에서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아프리카에 사는 가족에게 생활비로 보내는 가난한 노동자를 생각해보라. 그가 스누코인을 이용해 송금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절약하면서 금을 송금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윤씨는 지금도 거제도의 한 피자집에서 피자를 구우며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틈틈이 블록체인을 연구한다. 윤씨는 “이제는 어머니와 아내 모두 내가 그동안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쓴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니 좀 더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연구를 진행해 스누코인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의 바람은 “언젠가 한국에서 만든 암호화폐가 디지털 기축통화가 돼 세계 600여 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해외 유명 암호화폐와 경쟁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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