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곳곳에 녹아 있는 AI
AI, 인간 위협할 수준 아냐
유일무이 AI 플랫폼 ‘마음.ai 1.0’
기업 효율성 극대화 최적 방안
마인즈랩 기술 ‘실체’ 있다
10월 6일 손병희 마인즈랩 전무는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마인즈랩의 AI 기술은 타 기업과 ‘초격차’ 수준”이라고 말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10월 6일 경기 성남시 판교 마인즈랩 사무실에서 만난 손병희 전무의 말이다. 손 전무는 산업계와 학계를 모두 거치며 AI 분야와 연을 맺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약 10년간 일본의 공장자동화 전문기업 ㈜한국프로페이스에서 일했다. 이후 연세대 대학원 전기전자공학부에 진학해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 분야는 스마트팩토리, 머신러닝·딥러닝이다. 현재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마인즈랩 전무를 겸하고 있다.
마인즈랩은 2014년 창업한 AI 전문 벤처기업이다. 역사가 길지 않고 직원 수 150여 명으로 규모도 크지 않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6년 12월 ICT 유망기업(K-Global 300)에 선정됐고 2018년 6월 대한민국창업대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2019년 11월엔 대한민국 컴퓨팅 부문 인공지능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기술특례 상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마음.ai는 수많은 휴먼 AI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이다. 채널별, 유형별로 다양한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다. 마인즈랩의 AI 엔진뿐 아니라 파트너사의 AI 엔진까지 연결 가능한 토털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인즈랩]
9월 29일 선보인 ‘마음에이아이(maum.ai) 1.0(이하 마음.ai)’은 마인즈랩이 야심만만하게 론칭한 서비스다. 마인즈랩의 8년 노하우와 30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의 산물이다. 손 전무는 “지금까지 기존 AI 기술은 빅데이터, 음성·안면 인식 등 특정 기술 한 가지만을 기반으로 했다”며 “마음.ai는 AI 클라우드 서비스로서 23개 모듈과 40개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인즈랩의 기술이 B2B(기업 간 거래)를 거쳐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단계에 다다르면 모두가 AI 비서를 두는 날이 올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AI, 인간 능력에 근접
마음.ai의 인공인간은 판매원, 쇼호스트, 속기사, 돌보미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 가능하다. [마인즈랩]
“일본에서 일할 때 했던 공장자동화 업무는 데이터 분석과 연결되고, 데이터 분석은 AI 기술과 이어져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 AI 기술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이를 전문 분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대중이 AI에 관심을 가진 시기는 2016년이다. ‘알파고(구글이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와 이세돌이 바둑 대결을 펼친 때부터 AI가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젠 생활 곳곳에서 AI를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수없이 많지만 요즘 누구나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음성·지문·얼굴 인식, 문장 자동 완성 기능 등이 모두 AI 기술이다. AI 기술 영역은 상당히 넓다. 넓은 범위로 보면 자동화·디지털화까지 포함한다. 세분화하면 머신러닝·딥러닝 등으로 나뉜다. 머신러닝은 기계에 특징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건 0이고, 저건 1이야’라는 식으로. 딥러닝은 많은 데이터를 입력하면 스스로 학습한다. 머신러닝처럼 ‘과외’를 해줄 필요가 없다.”
지난해 7월 신한라이프 출범 광고에 처음 등장한 가상인간 ‘로지’는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가상인간은 모델료가 들지 않고 스캔들 우려도 없어 기업에 각광받았다. 로지의 성공에 기업들은 앞다퉈 가상 인간을 선보였다. 신세계그룹 ‘아이티’, 롯데홈쇼핑 ‘루시’, SK텔레콤 ‘나수아’ 등이 예다.
지난해부터 가상인간이 화제를 모았다. 인공인간과 가상인간의 차이점은 뭔가.
“범주가 다르다. 가상인간은 실체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CG(컴퓨터 그래픽)로 만든다. 이와 달리 인공인간은 실제 인간을 토대로 모습을 본뜬 후 AI 기술을 접목해 만든다. TTS(Text To Speech)를 예로 들 수 있다. AI가 입력된 글을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기능이다. 이 밖에 여러 기능이 더해져 인공인간을 탄생시킨다.”
마인즈랩의 인공인간은 실제 인간에 어느 정도 근접한가.
“기능에 따라 다르다. 음성생성에선 인간과 같은 수준에 다다랐다고 보면 된다. MOS(Mean Opinion Score·음성품질을 구분하는 평가 방법. ‘평균 평가점’이라고도 함)로 따져보면 인간과 대등한 점수가 나온다. ‘시나리오 기반’ 인공인간의 기능도 인간에 뒤지지 않는다.”
시나리오 기반?
“예를 들어 주문한 옷을 반품하고 싶다고 가정하자. 고객센터에 전화해 반품을 요청하기까지 과정, 즉 시나리오가 있지 않나. 이에 대한 인공인간의 대처 능력은 인간 못잖다.”
AI가 아직 인간을 대체하기엔 미흡하지 않나. 예컨대 AI 번역은 간혹 황당한 결과를 내놓는다. 시·소설 등 문학작품 번역도 온전치 않다.
“물론 아직 인간과 100%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세계적으로 AI 기술은 ‘성숙 단계’다. 청각 기능은 근접했고, 시각 기능에선 이미 인간을 뛰어넘었다. 남은 과제는 ‘자연어(인간의 언어)’ 지배쯤인데, 기술력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현재도 짧은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한 수준이다.”
마인즈랩은 어느 수준을 목표하고 있나.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인간이다.”
두려워할 필요 없다
AI 기술이 미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다. 인간 삶에 편리함과 풍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10월 2일 영국 ‘더 타임스’가 보도한 뉴욕대·워싱턴대·존스홉킨스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 분야 과학자 3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36%가 ‘이번 세기에 AI가 핵전쟁 등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응답했다. 3월 28일 취업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6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3%가 ‘AI가 내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다’고 밝혔다.AI 기술 발달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지만 오해라고 본다. AI가 인간 통제를 벗어나 위협을 가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오히려 인간이 정해준 규칙하에 효율성을 높이는 존재로 봐야 한다.”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지적도 오해일까.
“정확히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기 위해’ AI 기술을 연구하는 게 아니다. 일자리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일할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AI 로봇 등 AI 기술을 활용하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효율적 업무가 가능하다. 그리고 AI 기술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변화’한다고 보는 게 맞다.”
6월 고객이 서울의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AI 은행원을 통해 업무를 보고 있다. AI 은행원은 마인즈랩의 기술이다. [동아DB]
“지난해 대형 시중은행이 ‘디지털 데스크’를 선보이며 은행원을 AI로 대체했다. 디지털 데스크가 있는 지점에 가면 키오스크가 있고, 그 안의 인공인간이 업무를 수행한다. 이 일로 해당 은행이 일자리를 줄인다고 비난받았지만 그만큼 AI 관련 분야 직원을 채용했다.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마인즈랩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은 어떤 곳이 있나.
“금융사, 제조사, 방송국, 공공기관 등 다양하다. 국회와 법원도 고객이다.”
AI 확장성 무궁무진
10월 6일 손병희 마인즈랩 전무가 사무실 앞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태식 객원기자]
“소프트웨어 판매 계약을 통해 수익을 확보한다. 모듈 구독 시스템으로 지속가능성을 더했다. 개인 이용자의 경우 한 구좌당 월 9만9000원에 마음.ai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기업 고객에겐 희망할 시 마음.ai 시스템 일체를 그대로 복사해 클라우드에 구축해 주는데, 이 경우엔 추가 비용이 든다.”
마음.ai가 갖는 경쟁력이 있다면.
“핵심은 미들웨어 ‘마음 오케스트라’다. 기존엔 사용자가 각각의 API를 따로 접속해야 했다. 예컨대 뉴스를 보고 싶다면 뉴스 API, 블로그에 들어가고 싶다면 블로그 API를 실행하는 것이다. 마음 오케스트라를 활용하면 한꺼번에 API를 이용할 수 있다. 마인즈랩의 인공지능 엔진은 물론 다른 회사의 인공지능까지 사용 가능한 게 특장점이다. 사용자 취향에 맞게 자신만의 AI 서비스를 구성할 수 있다. 카테고리는 생활·편의(서빙로봇·AI 도슨트), 판매(성형외과 상담실장·무인카페 판매원), 교육(AI영어교육·AI 트레이너 등), 엔터테인먼트(잡담친구·사주팔자), 회사(회사소개 AI휴먼·출퇴근 관리 키오스크), AI 오피스(AI비서·사내 AI아나운서) 등이다. 즉, 마음.ai는 마음 오케스트라를 매개로 하는 ‘AI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다.”
업데이트 계획은 어떤가.
“이미 인프라는 모두 구축한 상태다. 사용자는 걱정 없이 이용만 하면 된다(웃음). 플랫폼 특성상 이용자가 많아야 더 빠르게 발전한다. 네이버, 카카오도 플랫폼으로서 많은 이용자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마음.ai를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지금으로선 B2B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유가 있나.
“수익성 확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업 운영엔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있다. 올해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 이익이 얼마나 남을 것인지 계산하며 상품 부가가치 제고를 꾀한다. 이를 위해선 성능을 개선하거나 효율을 높여야 한다. AI 기술과 목적이 같다. AI 기술은 기업 효율 개선에 최적 방안이 될 수 있다. 마인즈랩의 AI CC만 해도 이미 반응이 좋다. IR, 이른바 ‘주담(주식 담당)’을 인공인간이 대신해 주는데, IR은 ‘감정 노동자’에 가까울 만큼 고된 직업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마인즈랩과 함께 AI 피부 진단 서비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랜 방문판매 사업으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기능이 향상되는 AI 기술엔 최적 조건이다. 고객 하나하나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AI 사업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방위산업 분야도 눈여겨보고 있다. 군대도 무인체계 시스템이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음성인식 기술이 각광받으리라 본다.”
테슬라 휴머노이드와 결합한다면…
9월 30일 테슬라가 공개한 로봇 ‘옵티머스’가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손병희 마인즈랩 전무는 “옵티머스에 마인즈랩의 AI 기술을 접목하고 싶다”고 밝혔다. [동아DB]
테슬라를 고객으로 한다는 것은…
“옵티머스엔 얼굴과 브레인이 없다. 마인즈랩의 AI 기술을 접목한다면 훨씬 더 멋질 것이라 생각한다(웃음). 현대차도 눈여겨보고 있다. 현대차가 싱가포르에 자율주행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인공인간 기술을 심고 싶다. 자동차라는 제3의 공간에 ‘나만의 비서’가 생기는 것이다.”
마인즈랩의 과제는 ‘실적’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손 전무는 “그간의 과정은 도약을 위한 힘 모으기였다”며 “마음.ai 론칭과 함께 마인즈랩의 날갯짓이 시작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실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가 있나.
“벤처기업, 특히 IT 기업 특성상 기술개발에 비용이 많이 든다. 그간 기술개발과 이를 위한 투자에 집중했다. 이제 기술을 내놓았으니 뻗어나갈 일만 남았다. 마인즈랩의 기술은 타 AI 업체와 ‘초격차’ 수준이다.”
초격차?
“종합 인공지능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은 마인즈랩뿐이다. 인공인간의 품질 역시 최고라 자부한다. 생각보다 거품이 낀 AI 기업이 많다. 사람이 찍은 영상을 인공인간이라고 우기는 곳도 있다.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구별이 쉽지 않으니까(웃음).”
많은 벤처기업이 벽을 넘지 못하고 ‘유망한 기업’에 그치는데.
“벤처기업의 성패는 ‘실체’를 증명함에 달려 있다. 실체는 곧 기술이다. 마인즈랩엔 실체가 있다. 마음.ai 플랫폼엔 사용자가 원하는 기술이 담겨 있다. B2B를 통해 사업이 확장되면 B2C로 나아갈 수 있다. 개인의 삶에 마인즈랩의 기술이 스며들면 모두가 개인 비서를 갖는 날이 오리라 전망한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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