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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적 균형자’ 집착 버리고 ‘경제통합 촉매’로 나서야

한·중·일 ‘政經 변주곡’과 동북아 균형자론

한국, ‘정치적 균형자’ 집착 버리고 ‘경제통합 촉매’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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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한·일 경제공동체를 달성한 후 이러한 개방적 공동체가 동아시아 전반에 확산될 때만 이 지역도 서유럽과 같은 ‘평화지대’로 정착할 수 있다.
  • 그 과정에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한국, ‘정치적 균형자’ 집착 버리고 ‘경제통합 촉매’로 나서야

동북아 경제통합 과정에서 한국은 중국 편에서 개도국 입장을 지지할 수도 있고, 일본 편에서 자유화를 적극 지지할 수도 있다.

세계지도를 놓고 볼 때 지역경제의 통합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이 분명하다. 자유화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148개의 회원국이 합의를 통해 자유화를 이뤄내야 하는 세계무역기구(WTO)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무기력함을 드러내고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해묵은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마저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이 맞는 소수의 국가들이 자유무역협정(FTA)의 형태로 경제통합에 나서는 것은 극히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독 동아시아만큼은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서 오랫동안 동떨어져 있었다. 미약하나마 경제통합의 움직임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으로 대표되는 일부 국가에만 국한돼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경제규모나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 동아시아의 중심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경제통합의 주도권은 아세안(ASEAN)에, 금융이나 투자의 중심 역할은 싱가포르와 홍콩에 넘겨준 채 아시아의 변방에 머물러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동북아가 최근 들어 용틀임을 하고 있다. 한·중·일 동북아 3국이 오랜 침묵을 깨고 경제통합을 비롯한 포괄적 협력에 나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동아시아의 통합을 촉진하고, 나아가 동북아가 동아시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동북아 경제협력의 필요성은 1997년의 경제위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깊이 인식됐다. 특히 이 무렵에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중·일 3국이 함께 출범시킨 ‘아세안+3’ 역시 한·중·일 3국이 제각각 아세안과 협력 채널을 가동하는, 이른바 ‘아세안+1’의 병렬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동북아 3국간 협력이나 공동보조 움직임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동북아의 용틀임

그후 3국간 정책협력이나 입장 조율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1999년 11월 마닐라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동에서 동북아 3국간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부터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동북아 경제협력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세계무역 각각 2, 6, 11위를 차지하는 일본, 중국, 한국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다는 것은 경제적 효율성 제고나 국제무대에서 교섭력 증대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엄청난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중·일 3국은 자원, 기술, 자본, 시장 등 경제활동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상호 보완성과 경쟁력을 갖춰 독자적인 지역경제권과 경제협의체를 형성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첨단기술과 자본, 한국의 생산기술과 개발경험,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과 천연자원은 3국간 경제협력이 어떠한 형태로든 활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중·일 FTA로 무역흑자 노려

특히 한·일 FTA가 한국의 무역역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는 데 반해, 한·중·일 FTA는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를 증대하는 효과가 있어 우리나라가 무역수지 면에서 균형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한·중·일 3국은 제도나 정치의 통합이 없이도 경제교류가 급속히 확대·심화되어 이미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2004년 기준으로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등장했고, 일본은 미국에 이어 3위의 교역 상대국이다. 일본에는 중국이 미국에 이어 2위, 그리고 한국은 3위의 교역 상대국이다. 중국에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2위, 한국은 홍콩에 이어 4위의 무역 상대국에 올라 있다.

이와 같이 긴밀한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는 경제통합의 필요성과 기대이익을 증대시키고 있다.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국가나 경제도 서로 가까워질수록 좋은 점이 많지만, 이에 따른 갈등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현재 한·중·일 3국간 무역마찰이 급증하는 것도 경제관계의 심화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분쟁해결과 국가마다 상이한 법과 제도의 조화나 통일은 앞으로 경제통합의 핵심적 요소가 될 것이다. 유럽통합의 경험은 이와 같은 법적·제도적 협력이 경제통합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정치통합으로 가는 교량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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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영종 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oldchoi@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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